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망 Feb 06. 2024

슈슈 변했어!

<사랑이 쩨죠의 몸을 빌리는 중> 17화


 2023. 4. 6. 목. 흐림 쌀쌀


 어제 밥 먹고 들어오니 목이 따끔하다. 목감기다. 살짝 춥더니 바로 감기에 걸렸네


 쩨쬬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것에 대해 힘겨워한다. 아버지의 옳은 말씀을 못마땅해한다. 맞는 말이지만 듣는 사람은 싫어하는 그런 게 있다. "사람은 맞는 말 듣기 싫어한다"라고 쩨쬬가 말했다. 그래서 아버지와 주변사람과 마찰이 있는가 보다. 쩨쬬는 곁에서 그런 모습을 보면 불편하고 따로 살면 굳이 안 봐도 될 일인데...... 하며 말을 줄였다.


 2023. 4. 14. 금. 비


 쩨쬬는 내일 나 보러 온다고 눈썹 탈색도 하고 머리팩도 했다는데 나는...... 면도 빡쎄게 해야겠다. 너무 오랜만에 만나는 기분이다. 컨디션이 좋아야 할 텐데 감기야 제발 떨어져라!

 아이고! 쩨쬬도 아프다. 조카한테 감기를 옮은 듯하다. 둘 다 골골대고 있다 열이 39도까지 올랐다가 이마에 얼음 대고 해열제 먹어서 열은 내렸단다. 제주도에 오겠다는 의지가 상당하다. 이성적 판단을 하던 사람이 요즘 들어 감성적 판단을 한다. 고맙고 감동이다. 나는 아프면 만사가 귀찮은데 아픈 몸을 이끌고 먼 길을 와서 또 아픈 나를 위해 보살펴주고 약도 사주고 계속계속 감동이다. 자기는 입에 구내염이 스무 개나 나고 혀에도 엄청 큰 거 하나 생겼으면서...... 정말 평생 충성해야겠다. 이번에 쩨쬬를 육지로 보내는데 많이 아쉽고 내 살이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가족 같은 유대관계라 느끼나 보다.

 왜 글을 쓰는 동안 김광진의 '편지'가 흘러나오는 거야......


 2023. 4. 23. 토. 비


 드디어 주말이다! 매주 '드디어'를 붙여 주말이라고 외치나 이내 일요일 오후 4시가 넘어가면 주말 동안 뭐 했나...... 후회하고 있다. 내일 봐라 그러고 있을 것이다.


 2023. 5. 2. 화.

 

 쩨쬬가 부모님과 다투어 출근시간보다 일찍 집에서 나왔다. 부모님은 그들이 옳은 줄 안다. 부모가 안되어봐서 모른다. 잘못한 것을 인정을 안 한다. 등의 이유로 싸운 듯하다. 이 사건을 접하며 쩨쬬와 함께 사는 것에 대해 불편함이 생겼다. 어제저녁에도 달리기를 한다며 레깅스를 입어 놓고 러닝화를 안 가져와서 요가를 간다고 했다. 요가레깅스랑 러닝레깅스랑 다르다며 갈아입어야겠다 해놓고 실상은 갈아입지 않고 요가를 했다기에 "갈아입고 한다며?" 물으니 오리발을 내밀었다. 캐물으니 슈슈 변했다며 나를 꾸짖었다. 가끔 이런 일이 있다. 내가 100% 확실한 것도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나? 이런 걸 두고 지고 산다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사랑받고 살아온 사람 또한 지 부모에게 격한 말을 내뱉는다. 똑똑하고 배움이 많다고 그게 인성과 직결되지는 않는다. 쩨쬬의 부정적인 면이 도드라져 보인다. 쩨쬬의 말대로 내가 변한 것일까?


 2023. 5. 20. 토 ~ 24. 수 쩨쬬 다녀감


 공항에서 쩨쬬를 데리고 애월로 향했다. 일본식 가정식을 파는 잇칸시타에 갔다. 3년 전 노꼬메오름에 갔다가 가본 곳인데 너무 마음에 들었고 쩨쬬도 가정식을 좋아한다고 해서 데리고 갔다. 메로동 정식과 지라스 정식을 시켰다. 지라스 정식이 큐브형태로 썰린 생선들이 옹기종기 들어가 있고 소스 맛이 재밌었다. 뭔가 어릴 적 문방구에서 맛본듯한 불량식품의 상큼한 맛 같은 게 느껴졌다. 불량한 향수로 자극하지만 입은 웃고 있는 모범식당이었다. 지난 4월 기상악화로 가지 못한 가파도에 갔다. 2인용 자전거를 빌려 4km 정도 되는 해안길을 따라 한 바퀴 또 한 바퀴 총 두 바퀴를 돌았다. 바다보리 카페에 들러 보리라떼를 한 잔 마셨다. 어창을 리모델링하여 카페로 만든 곳인데 젓는 '노'를 이용해 인테리어 한 게 인상적이었다. 이곳에서 3년을 지내셨다는데 그냥 덩그러니 사는 게 아닌 마을사람들과 어우러져 인터뷰도 하고 청년 프로젝트도 추진하며 가파도를 도와 함께 상생하며 사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


 쩨쬬가 어머니와 통화한다고 잠시 나갔다. 아랫집 미친 X과 또 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땅문제인데 이 일로 허구한 날 싸우고 욕하고 마을 사람들도 이편저편으로 나뉘었단다. 쩨쬬는 정신과 진료까지 받았었다. 이제 좀 나아지는가 했는데 또 하필 자기가 없을 때 싸움이 일어나서 속상해한다. 한참을 통화하고 보니 자기가 있는 곳이 어딘지 모르겠다며 울면서 전화가 왔다. 사람이 당황하면 이렇게 된다. 집 앞으로 쩨쬬가 여름맞이로 새로 사 준 잠옷을 입고 나가니 나를 보며 엉엉 운다. 어찌할꼬......


 2023. 5. 29. 월. 안개비


 동생이 런던베이글 갔다가 우리 집에 들렀다. 조카가 피구를 하다가 네 번째 손가락을 심하게 다쳐서 깁스를 했다. 다친 날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조카더러 "피구왕 통키 될 거냐?" 해서 속상해서 울었단다. 의사 선생님이 유머를 친 건 알겠으나 환자의 심경도 좀...... 생각해 주시지...... 동생이랑 나랑은 저 멀리서 깔깔대며 웃긴 했다...... 미안해 조카!!!


 2023. 6. 6. 화 강릉 테라로사에서


 결혼과 가정에 대하여

 내가 생각하는 결혼은 나와 아내 그리고 아이 혹은 아이들 즉 3인 이상의 가족을 이루는 것, 쩨쬬의 결혼은 서로의 보호자가 되는 것 나이 들어 아프거나 수술 등을 하게 되었을 때 옆에 있어주는 이, 둘이서 즐겁게 사는 것, 아이를 낳는 게 무섭다고 한다. 부부가 알콩달콩 살다가도 싸우게 되는 이유가 아이가 생기면서라고 하는데 내가 해보고 싶다는 육아가 정말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내뱉은 말은 아닐까?

 결혼을 생각할 시기라는데 이렇게 또 삐끗한다. 거기에다 대뜸 "그래 우리 둘이 재밌게 살자"라고 말은 못 하겠더라 아이를 가지지 않을 거라면 결혼을 할 필요가 있을까? 연애만 하면 결국엔 헤어지겠지? 그렇다고 결혼을 하면 안 헤어지나? 오히려 더 질질 끌다가 더 최악의 상황에 다다랐을 때 끝나지 않을까? 내가 꿈꾸던 쩨쬬와의 관계에 도달했으나 현실의 벽을 쉬이 넘지 못한다. 사소한 듯 좁혀지지 않는 서로의 확고한 견해


 2023. 7. 1. 토. 쩨쬬 생일


 쩨쬬 생일이다. 우리는 받고 싶은 선물을 말하고 선물을 준비했었다. 쩨쬬는 나의 물음에 오늘까지 받고 싶은 것을 말하지 않았다. 쩨쬬 일하는 곳 근처에 꽃집을 찾았다. 오후 1시에 퇴근을 하니 12시 반까지 꽃바구니 배달을 부탁했다. 배달기사님이 "XXX님이 보냈습니다"라고 꽃바구니를 놓곤 휙 나가셨다고 한다. 몰래 보내려 했는데 실패! 그런데 생일을 챙겼다는 즐거움보다 '해결'했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이전 16화 나를 바보로 아는 거짓말을 하지말아주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