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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망 Mar 14. 2024

장롱에 맞아서 코가 부러졌다.

젠장

 나의 업무 중 목재를 수거하는 게 있다. 일반 가정에서 배출하는 식탁, 책상, 침대, 서랍장부터 나의 코를 부러뜨린 장롱까지 나무로 만들어진 다양한 가구들이 즐비하다. 오늘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파트너 형님과 장롱을 들어 회전판이 돌아가는 기계에 넣었다. 회전판이 돌아갈 때마다 장롱이 위아래위아래 춤을 추듯 들썩들썩거리고 파트너와 나는 장롱을 진정시키듯 밀어 누르고 있었다. 기계의 회전판이 돌아가며 통으로 적재가 되는 형식인데 압축형식이라 가끔씩 압을 견디지 못하고 나무가 튀어 오를 때가 있다. 누구보다 회피형으로 일하던 나였지만 오늘의 나는 왜 이리도 저돌적이었을까?


"빡!"


 속된 말로 대가리 깨진 줄 알았다. 왜냐면 '빡' 소리와 동시에 장롱을 향해 엎드려 절을 드렸고 코에서 시뻘건 피가 흘러나왔다.


"아... 두개골이 깨진 것 같다."


 파트너 형님은 말 수가 적으신 분인데 어디서 피가 나는 거냐며 계속 물으셨다.


"코피...... 코피요"


 가져다 주신 휴지로 코를 훔치며 괜한 신세한탄을 했다. 하...... 대학동기들처럼 열심히 해서 은행원이나 증권맨이 되어 여의도를 활보하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장롱한테 맞아서 코피 나 터지고...... 그러던 중 웃음이 났다. 거울을 보니 코가 왼쪽으로 0.5cm 정도 이동해 있었다. 이게 가능한가? 휘어 보이거나 주저앉으면 몰라도 코가 어떻게 움직였을까? 안 그래도 못난 얼굴, 게 중에 스스로 코에 대한 자부심은 있었던 것일까? 코가 이상해지니 내 전부를 잃은 것 같은 느낌이 살짝 들었다. 여하튼 업무를 마무리해야 되니 끝까지 일을 마쳤다. 일을 마치니 코가 부어 있었다. 심지어 자라는 게 보이는 것 같았다. 큰일이다 싶으면서도 '음~ 누가 보면 내가 엄청난 줄 알겠군!' 하며 스스로 웃음 지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냉정을 찾으니 병원을 가야겠다 싶어서 시내에 있는 이비인후과에 갔다. 병원 진료시간 30분 전에 갔음에도 대기자가 10명이 넘었다. 간호사 두 분이 구경난 듯 내 코를 고갤 꺾어가며 보셨다. 이때 내 코는 거의 석자가 되어 있었다.

 의사 선생님에게 징후를 말씀드리니 CT를 찍어보자 하셨고,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진료실에 들어가니 의사 선생님께서 모니터를 보시곤 "하~" 하셨다. '하~' 한마디에 내 코가 심각하다는 걸 인지했다. 젠장

 코의 끝부분은 연골로 되어있고 코의 윗부분 즉 눈과 눈사이를 엄지와 검지로 꼬옥 잡을 수 있는 부분은 뼈라고 한다. 거기가 콕! 부러져서 부기가 가라앉으면 그 부분이 가라앉거나 함몰되어 보이기 때문에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CT 사진을 보니 코가 휘어져 있길래 이번 사고 때문인지 물으니 보통 곧바른 사람은 드물며 특히나 남자의 경우엔 휜 사람이 다수라고 하셨다. 다음 주 수술날짜를 잡고 사무실로 복귀를 했다. 2주 간 병가를 얻었고 이참에 하루에 한 편씩 글을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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