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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망 Mar 15. 2024

'그 일' 아직 하세요?

'그 일' 아직 합니다.


"OO 씨 '그 일' 아직 하세요?"


"'그 일' 계속할 거야?"


 나를 만나면 만날 때마다 이렇게 묻는 사람들이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궁금할 것 같아 제 직장을 알려드립니다.


 제 직장은 '그 일'입니다.




 제주도에 내려와 호텔 수영장에서 라이프가드로 일을 하던 중 우리나라에서 체육을 제일 잘하는 사람들이 가는 대학교를 나온 형님이 식당 TV에서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보며 말했다.


 "내 친구 저거 하는데 애 셋 낳고 잘살어~"


 고갤 들어 보니 환경미화원 다큐멘터리였다. 제주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벌이는 제한적이었고 예전부터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꿈꾸며? 머리보다는 몸을 쓰는 삶을 추구했기에 아주 구미가 당기는 직업이었다. 마침 시청에서 모집공고가 떠서 지원서를 제출했고 라이프가드 업무를 하면서 쉬는 시간에 복도에 쭈그려 앉아 필기시험 과목인 법과 정치, 경제 그리고 사회문화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업무 마감 때면 수영장과 야외를 구분 짓는 차단봉을 창고에 옮겨야 하는데 내가 먼저 달려가 양쪽 어깨에 두 개씩 들쳐 매고 옮기며 실기시험 종목인 20kg 모래사낭 옮기기 연습을 했다. 운 좋게도 단 번에 합격을 해서 지금까지 7년 간 환경미화원을 하고 있다. 장점과 단점을 말하자면 장점은 일의 시작과 끝, 업무분장이 명확하고 오후 3시면 퇴근을 해서 오후시간이 있는 것 무엇보다 최고의 장점은 연차사용이 자유로운 편이라는 것! 지난달에 무려 3주 간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서 최고의 직장이 아닐 수 없다! 단점은 별로 없으나 굳이 꼽자면 궂은 날씨에 야외에서 일하는 것인데 사실 나는 비 오면 비 맞는 게 좋은데 밖에서 비 맞고 돌아다니면 미친 X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비 오는 날에 일을 하면 저분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대단하신 분이여~ 하며 칭찬도 받고 비도 맞아서 좋다. 눈 내리면 환장한다. 아! 단점 있구나 어쩌다 장롱한테 맞을 수 있다. 동료는 페트병인지 깡통인지에 맞아서 눈 밑이 찢어졌다. 페트병보단 장롱 같은 헤비급한테 맞은 내가 좀 더 영웅다운 면모가 풍기지 않는가?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 또한 '그 일'이라고 표현하듯이 살고 있는 듯하다. 처음 일을 시작하면서 어머니는 나에게 "솔직히 은행 같은데 다녔으면 좋겠다"라고 하셨고 아버지는 아들에 대한 실망을 묵언으로 표현하셨다. 친구나 지인의 반응도 반반이었다. 뭘 해도 잘할 것 같다는 말과 네가 '그 일'(이 때도 '그 일'이라 했었구나)을 할 줄 몰랐다.라는 반응, 나는 가족의 기대를 저버리고 친구들과 학교 선후배들에겐 낙오자? 가 된 기분이었다. 나는 만족하며 잘 살고 있는데 당신들은 왜 나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심어주는가? 나는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지만 그들 또한 나를 사랑하니깐 보인 반응이다. 그래서 나는 월말이면 입술 터져서 오는 은행 다니는 친구에게, 나를 만나러 온 것인지 내 앞에서 회사 전화받으러 온 것인지 휴가 중에도 전화를 달고 사는 대기업 다니는 선배에게 너무나도 자유로운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뽐내곤 한다. 언제든지 오시라! 오후 세시가 되면 달려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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