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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정 Jul 14. 2024

봄꽃이 필락 말락

뉘른베르크에서 온 통영 여자의 50대 청춘 드로잉 에세이 ep.94

봄꽃이 필락 말락   

  

한 며칠 잠깐 따뜻하더니

어린 가지 끝이 불긋불긋하다.

아, 봄이 오는가 보다.

매년 왔다 가는 손님인데

또 오는 것이 이리도 반갑나.


겨울이 너무 길었다.

봄바람이 부나 안 부나

새순이 올랐나 꽃이 피었나

저너머 산허리를 자꾸 쳐다본다.

봄은 쉽게 오는 법이 없다.


올 봄이 오지 안 올까.

조금 따뜻해졌나 싶으면

바닷바람이 저리도 애꿎게 질투를 내니

검은색 겨울패딩 보기도 지겨운데

벌써부터 사둔 노란 꽃무늬 블라우스는

언제 입고 나가 보나.


꽃샘바람 좀 그치고

우리 동네라도 빨리 푸근해지면

1월에 태어난 겨울애기

감기 안 들게 꽁꽁 싸매고

처음 마실 데리고 나갈 텐데.


꽃이 피면 봄이 온다.

산수유꽃이 제일 먼저 노랗게 올라오고

목련꽃, 진달래꽃, 개나리꽃, 벚꽃.

이 많은 봄꽃 피는 것 다 보고

지는 것도 다 보고 떠나고 싶은데.

 

나는 참 할 일도 없는 사람이라

제일 먼저 설치며 봄을 기다린다.

내 나이를 한 살 더 먹으니

한 살 늙은 봄이 온다.

몸이 무거워서 이리 더디 오냐?


꾸짖어도

붉은 꽃은 필락 말락.

아직도 봄은 올락 말락.




#50대청춘드로잉에세이 #하루한편 #독일통영댁

#왜이리봄을기다릴까요 #답은또나이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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