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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정 Jul 13. 2024

부끄러운 고백

뉘른베르크에서 온 통영 여자의 50대 청춘 드로잉 에세이 ep.93

부끄러운 고백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반아이들의 눈을 모두 감게 하고

한 번이라도

남의 물건을 훔쳐본 적 있는 사람은

손을 들어 보라고 했다.


어릴 때 다 한 번씩 도둑질을 한다며

그게 정상이라고 했다.

도둑질을 한 사실보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것이

더 부끄러운 일이라고까지 했는데도

소심한 나는 끝까지 손을 들지 못했고

영원히 부끄럽게 살아가게 되었다.


공소시효도 지나고 해서 밝히는데

여섯 살 때 바로 위 언니와 

그 당시 자주 놀러 가던

이웃집 서랍장에 있는 삼천 원을 훔쳤다.

사오십 년 전이라

문 잠그고 다니는 사람도 없고

이웃집에 어디에 뭐가 있는지

서로 다 알고 지냈다.

그게 그렇게 나쁜 짓인지 몰랐다.


두 아이는 갑자기 부자가 돼 신나서

어린이날이라도 된 줄 알고

시내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사 먹고

사이다도 사 마시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해질 때가 다 돼서 집으로 돌아왔다.


와보니 온 동네에 벌써 소문이 다 돌고

맏언니가 이미 돈을 물어주고

사죄까지 한 뒤였다.

그날 우리 둘은 빗자루 몽뎅이로

아주 그냥 비 오는 날 먼지 나게

두들겨 맞았고 대문밖으로 쫓겨나 

두 손 들고 밤늦게까지 서 있어야 했다.


그날따라 밤하늘에 우리 동네 별들만 

유난스레 밝게 총총거리고 있었더랬다.




#50대청춘드로잉에세이 #하루한편 #독일통영댁

#아동학대아니고사랑의매 #빗자루솔부분으로맞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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