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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문 정
Jul 15. 2024
양말에 애착하는 삶
뉘른베르크에서 온 통영 여자의 50대 청춘 드로잉 에세이 ep.95
양말에 애착하는 삶
어디서든 새 양말을 보면
안 사고는 못 배긴다.
서랍을 다 뒤지면
백 켤레는 되고
아직
안 신은
양말도 많은데
또 사잰다.
속옷은 낡은 것을 입더라도
양말은
잘
차려 신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지도 않고
보여줄 것도 아니지만
양말은 특별히 신중하게 골라 신는다.
기분이 산뜻해지고 싶은 날에
핑크나 노랑 같은 밝은 색을 신고 나간다.
일 때문에 회의를 갈 때는
일이 잘 풀릴 것을 염원하며
전날 저녁에
내일 입을 속옷 위에
미리
검은색 새
양말을 경건하게
모셔둔다.
누군가의
집을
방문할 경우도
미리 신발을 벗을 것을 상상해
너무 튀지 않고 옷과 잘 어울리는 색을 정한다.
핑크에 브라운, 블루에 초록 같은
좀 어긋하는 배색을 선호하고
줄무늬보다 체크, 땡땡이
가 더 좋다.
여름철에는 너무 짧은 것보다
복숭아뼈 위로 살짝 올라오는 길이가 딱 좋고
겨울에는 장딴지까지
올라오는 길이가
좋다.
소재가 부들부들해도 걷는데 미끌거려 불편하다.
발가락을 너무 조이지 않게 품이 넉넉하고
특히 발바닥이 두터우면 신었을 때 푹신하다.
발목밴드가 너무 조이면 피가 안 통할까 걱정된다.
발이 행복해야 그날 만사가 편안하다.
빨고 나면 확 줄어들어 아기양말이 돼버리거나
발목이 늘어나 걸을 때 자꾸 벗겨지면
미련 없이 쓰레기통에 확 던져 버린다.
자주 빨래를 하면 헌 양말이 될까 봐
한번 신으면 4~5일은 더 신고나야 세탁한다.
혼자 착각인지 몰라도 냄새는
안 난다.
옷도 양말도 안 빨고 오래 입는 걸 좋아한다.
내가 아무리 넉넉하지 못해도
양말만은 돈 안 아끼고
사치를 다 부리고 싶다.
가는 날까지 실컷 양말 낭비하고
평생 양말 걱정 없이 양말
부자로 살리라.
친구랑 둘이 다음생에는 자기 아버지 회사에
다니는 사람으로 태어나자고 다짐했는데
나는 양말회사 사장딸로 태어나면 되겠다.
#50대청춘드로잉에세이 #하루한편 #독일통영댁
#그밖에애착하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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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에 애착하는 삶 By 문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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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
Brunch Book
여보, 나 런던 갔다 올게 4
18
부끄러운 고백
19
봄꽃이 필락 말락
20
양말에 애착하는 삶
21
파를 다듬다가
22
언니들의 봄이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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