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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정 Jul 17. 2024

언니들의 봄이 왔어요

뉘른베르크에서 온 통영 여자의 50대 청춘 드로잉 에세이 ep.97


언니들의 봄이 왔어요


엄마가 아들을 네 번이나 못 낳는 바람에

실수로 딸 넷이 세상에 나왔다.


생긴 것도 국적이 다를 것 같이 생긴 데다

성격도 각자 동서남북으로

참 다양하게도 별나게 만들어 낳아서

당신이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이 살게 됐다.


이번 봄에 어쩐 일로 의기투합해서

인생 처음 제1차 자매여행을 제주도로 갔다.

아니나 다를까 가는 날 아침까지 가네 안가네 하며

꼭 어느 한 자매님은 애를 먹이니

이래 가지고 우리나라 통일이 되겠나 싶다.


자매끼리 제주도로 여행 간다니까

속 모르는 사람들은

자매가 우애가 좋다고 부러워하고

엄마는 그리 싸워대더니

같이 여행가니 좋냐며 놀렸다.


제주도 가서 맏언니가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을 난생처음 보았다.

여행도 코드가 맞아야 같이 간다 했는데

다들 하나같이 관광지 다니기는 싫어하고

소품샵 구경하고 카페는 하루 두 번 가는 것에 

순순히 만장일치로 동의하고 만족해했다.

한 뱃속이 이래서 무서운 거다.


그동안 먹고사는 게 텁텁해서 그렇지

어디 내놔도 안 착한 애가 없다

라고 우리 엄마만 말한다.

예전에는 모이면 누구 하나는 꼭 싸우고 갔는데

이제 다들 피가 미적지근해져서

어지간하면 가는 날까지 얼굴은 안 붉힌다.


"뒤에서 욕하지 말자,

그전에 욕들을 짓을 하지 말자."

2024년 단톡방 구호를 공지하고

상반기 특별단속을 실시한다.

나는 언니들 모아놓고 대장노릇을 하는데

다들 그냥 막내라서 봐주는 식이다.


갔다 오자마자 뭐가 또 우당탕탕 시끄럽다.

아직 젊다. 다들 청춘이다 청춘.

친구 앞에  투덜거렸더

그래도  언니도 있고 엄마도 있잖아 라고 해서

한참을 생각해 보다가 그래, 맞아 하고

험담할 언니와 엄마가 없는 사람도 있는 것에

투정을 취소하고 미안해한다.


자매들이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한 명씩 병을 얻어가는 것이 안타깝다.

매년 눈이 부시게 화창한 봄날이 되면

누구 하나 빠지지 같이 봄나들이 가자.

다들 아프지 말고 천천히 늙어라.




#50대청춘드로잉에세이 #하루한편 #독일통영댁

#제2차자매여행은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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