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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an 16. 2020

11. <홀리 모터스>

원제: Holy Motors
감독: 레오 까락스 
출연: 드니 라방, 에바 멘데스, 카일리 미노그, 에디스 스콥 
제작연도: 2012

 레오 까락스의 5번째 장편영화이자, 2020년 현재까지 그가 발표한 마지막 작품인 <홀리 모터스>는 영화라는 매체 그 자체로 단숨에 돌진하는 작품이다. 까락스와 여러 작품을 함께 해온 드니 라방이 연기하는 오스카는 리무진을 타고 다니며 9개의 캐릭터를 연기한다. 리무진은 분장실이자 연습실이되며, 무대는 리무진이 멈추는 곳들, 가령 식당, 그린스크린 스튜디오, 길거리, 폐공장, 공동묘지 등이다. 오스카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암살자, 부랑자, 모션캡쳐 전문배우, 유능한 사업가, 아버지 등이다. 그 중 광인은 까락스가 봉준호, 미셸 공드리와 함께 한 옴니버스 영화 <도쿄!>(2008) 속 단편 <광인>의 주인공과 동일하다. 

 연기자 오스카에게 연기는 일상이자 비일상이다. 연기가 그려내는 상황은 일상과 비일상을 오가지만, 그의 연기를 보게 되는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이다. 아니다. 사실 이 지점도 모호하다. 오스카가 리무진에서 내린 곳이 일상적 공간인지, 어떤 영화의 촬영을 위한 공간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오스카를 둘러싼 사람들은 갑작스레 찾아온 비일상적 오스카의 연기에 리액션을 하는 것인가? 혹은 짜여진 대본에 의한 연기를 하는 것인가? 갑작스런 뮤지컬 시퀀스나, 모션캡처를 통해 등장하는 괴물들의 정사 장면처럼 무대가 확실한 장면들을 제외하면 그 경계는 모호하다.

 영화의 마지막, 리무진은 리무진들이 모인 차고에 정차된다. 운전수 셀린은 조르주 프랑주의 <얼굴 없는 눈>(1960)에 나온 것 같은 녹색 가면을 쓰고 차고를 빠져 나간다. 사람이 없는 차고에서 자동차의 엔진이 멈추자, 자동차들은 대화를 한다. 오스카가 연기자의 삶을 대변한다면, 리무진은 영화를 작동시키는 기계장치로서 존재한다. 자동차는 그자체로 연기자가 분장을하거나 새로운 배역을 준비하는 공간이면서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된다. 영사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처럼 느껴지는 리무진의 헤드라이트는 연기자와 공간을 실어 나르는 카메라의 역할과 자신이 담고 있는 것을 꺼내어 보여주는 영사기의 역할을 모두 선보인다. <홀리 모터스>는 엔딩에 이르러 그 모습을 드러내는, 영화에 대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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