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r 10. 2020

95. <꿈의 안데스>

원제: La Cordillère des songes
감독: 파트리시오 구즈만
제작연도: 2019

 <칠레 전투> 3부작(1975~79)을 연출했던 파트리시오 구즈먼은 당시 칠레의 피노체트 독재정권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했다. 그러고 46년의 시간 동안 칠레에 대한 영화를 20여편 연출했다. <꿈의 안데스> 또한 칠레에 대한 작품이다. 파트리시오 구즈먼은 안데스 산맥, 그 중에서도 자신의 고향인 칠레 산티아고의 코르디예라를 다시 떠올린다. 제목에 '꿈'이 들어가는 것은 구즈먼이 영화내내 자신의 유년기를 추억하고, 안데스-코르디예라라는 일종의 유토피아를 상상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이상향을 공유하는 화가, 조각가, 작가, 다큐멘터리 작가 등을 인터뷰하며, 자신이 꿈꾸던 유년기와 칠레의 이상향이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그가 이 소망을 말하기 위해 선택한 것은, 마치 안데스 산맥의 돌들이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인 양, 조금은 비논리적인 구성으로 독재정권의 폭력과 그 영향으로 인해 칠레인의 본성과 멀어져버린 현재의 칠레를 보여주는 것이다. 안데스 산과 산티아고 도시의 풍광을 드론으로 촬영한 장면과 피노체트 정권의 폭력적인 진압 장면이 교차편집으로 제시된다거나, 피노체트 정권이 사용하던 건물에 들어간 구즈먼이 "유령들이 있다"고 언급하는 장면 등은 일관된 맥락이 없이 제시된다. 그러나 구즈먼이 소망하는 것, 그가 바라는 칠레의 모습, 그러기 위해 소환되는 역사라는 측면에서, 그리고 안데스 산맥의 돌들이 이를 기억하기를 소원한다는 점에서, 구즈먼은 꿈이라는 소재를 매개로 자신만의 독특한 역사쓰기를 시도한다.

 

이전 23화 94. <언컷 젬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