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면접 컨설팅을 해볼까나 호호
역대 가장 열심히 준비한 면접을 보러 집을 나서는 길, 떨리고 긴장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어쩌면 올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는 느낌에 더 불안해졌는지 잠도 잘 안왔다. 조금 이르게 도착하여 물 한병을 사고 둘러본 사옥은 예사롭지 않았다. 업력이 적지 않은 기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 미술품도 많이 보였기에 호감이 갔던 것도 사실이다. (후에 이것은 복선이 됩니다)
1차 면접은 동료면접으로 진행되었다. 팀장님과 인사팀 직원 그리고 합격한다면 함께 일하게될 동료들이 앉아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진행한 면접은 무려 1시간이나 진행되었다. 딱딱하고 어색했던 분위기를 깨고 '성격좋고 활발하며 센스있고 경험이 많은' 지원자로 포지셔닝하기 위해 없는 사회성까지 끌어모았다. 그 덕분인지 면접 후반부는 반쯤 수다떠는(?) 느낌으로 진행이 되었고, 면접이 끝난 뒤에는 '설마 떨어지겠어?'라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면접이 끝나자마자 친구들에게 후기를 공유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치지만 간만에 경험해보는 면접은 생각보다 도파민이 돌았다. 일단 이정도까지 면접 분위기가 좋았는데 떨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는 80%의 확신이 있었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나 도파민 중독일지도? 나중에 합격하고 들어보니 면접자인 동료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다고 했다. '염소는 면접아니고 수다 떨러 온거잖아!'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내 사회성에게 무한한 찬사를 보냈다. 물론 바닥까지 사회성을 끌어쓰는 바람에 그 날은 아무하고도 대화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리고 2일 뒤, 인사팀으로부터 희망연봉을 묻는 질문이 왔다. 이미 해당 회사의 여러가지 연봉정보를 알아본 상태이기에 적정선에서의 연봉을 불렀고 괜시리 설레기 시작했다. 설마 떨어뜨릴 사람에게 연봉을 묻지는 않겠지? 리뷰사이트를 통해 찾아본 연봉 정보를 생각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었기에 협상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다시 기다림의 시간
연봉을 묻고 조금 더 긴 시간이 지나 1차 합격 통보가 왔다. 그 시간 동안 주변사람들을 얼마나 들들 볶았는지는 안 비밀. 그렇게 2차 면접인 대표님 면접이 잡히고 나는 더 긴장했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다. 이것만 통과하면 다시 취업할 수 있다는 희망은 얼마나 달콤했는지. MZ 답게 대표님 면접 전 회사의 잡플래닛, 블라인드 리뷰를 읽어보았고 역시 K오피스 답게 안좋은 후기가 많았지만 가볍게 이해할 수 있는 상태였다. '뭐 회사가 다 그렇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면 주의 깊게 살펴야할 문구가 있긴 했었다..(후에 이것 역시 복선이 됩니다)
너무 긴장하는 내게 친구는 부적이라며 본인 집 갱얼쥐 증명사진을 선사하였고 사진을 꼭 쥔 채 2차 면접에 들어갔다. 갱얼쥐 부적의 효과였는지 2차면접 역시 아주 스무스하였고 실질적으로 질문은 1차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1차 면접과 동일한 면접관은 사업팀 팀장님이 계셨기에 서로 상이한 답변을 하지 않는 것에 집중했다. 그래서 그런지 면접은 1차보다 가볍고 짧게 끝났다.
이제는 정말 내 손을 떠났다.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 화장을 지우고 점심을 먹었다. 혹시 몰라 다른 공고를 살펴보고 있는데, 이제는 익숙한 번호로 전화가 왔다. 합격이란다. 세상에. 역시 내 촉은 틀리지 않았어! 바로 여기였다고! 나보다 더 뛸 듯이 기뻐해주는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몽글몽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취업서류를 보냈다. 연봉 역시 원하는 수준에서 맞춰져 오퍼레터도 그 다음날 바로 받았으니 이것이 바로 일사천리라는 것인가.
그러나 합격의 기쁨도 잠시,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합격 후 입사까지 남은 시간은 추석 포함하여 3주. 그 동안 나는 이사갈 집을 구해야만 했다.
아, 혹시 '점을 보다' 편을 보신 분은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한 곳에서 추석 즈음에 합격한다고 말했었는데 진짜 추석이었다. 대체 어떻게 맞추시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