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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스물 아홉, 이사 그리고 첫 출근

장거리 출퇴근.. 내가 할 수 있을까?

by 잡식성 염소

합격한 회사는 부동산과 유통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로, 2곳의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하고 있었다. 오프라인 공간을 가진 곳에서 일하는 것이 목표였으니 사실상 목표는 모두 이룬 셈인데, 합격하고 새로운 문제가 생겼으니 바로 '출퇴근'


한 곳은 수원, 한 곳은 인천, 본사는 서울 중심부에 있었기에 실질적으로 지금 거주하는 집에서 출퇴근이 불가능했다. (당시 살던 곳은 노원) 각오는 했던 일이지만 막상 눈앞으로 오니 마음이 급해졌다. 출근까지 남은 기간은 3주. 3주 안에 최소한 집 계약은 완료해야만 했다. 지금 집도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이사라니... 게다가 3곳의 위치가 너무 제각각이라 어느 곳에 집을 구해야할지 조차 감이 오지 않았다.


네이버 지도를 켜두고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하며 정말 오랜 시간을 검색한 결과 두 곳의 후보지가 추려졌다. 한 곳은 '사당' 한 곳은 '강변 인근 2호선라인'. 2안도 있기는 했지만 사당이 베스트였기에 사당의 집들을 찾아보는데, 정말 충격을 금할 길이 없었다. 20대 후반 독립하여 나와 살기 시작한 지역들은 소위 '비싼' 동네들은 아니었기 때문에 발품을 좀 팔면 저렴하고 괜찮은 조건의 집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사당은 아니었다. 정말..절대....


비싸기도 비싼데 문제는 집의 컨디션이었다. 많은 걸 바라는게 아니었고, 그냥 살만한 정도의 집을 원했는데 적당히 평범한 집의 월세도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원룸 월세가 대체 이게 맞는건지.. 대체 누가 이 월세를 감당하고 사는건지 알 수가 없었다. 온라인에서는 거의 100군데 가까이를 봤고 그 중에서 고르고 골라 실제로 가서 본 곳도 10곳이 넘었지만, 컨디션이 맘에 드는 곳은 1곳이었고 그마저도 월세협의가 되지 않아 사당을 포기해야만 했다. 최소한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게 그렇게 큰 꿈인가 싶으면서 사회에 나와 제대로 장벽을 느껴본 건 처음이라 우울하기도 했다.


돈만 쫓아 직업을 선택하지 않아도 행복했는데 점점 돈 생각을 안할 수 없게되니 슬프면서도 이렇게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의 고행을 거쳐 결국 사당을 포기하고 나니 속이 다 후련했다. 인간답게 살고 싶은 소망을 다시 한 번 품으며 2번째 선택지였던 강변근처 2호선 라인의 집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는데 웬걸 고생한 보답인지 하루만에 맘에 쏙 드는 집을 발견하고 계약하게 되었다. 살던 분들이 신혼부부였는데 행복주택이 되어서 이사한다고 하시니 나도 좋은 기운을 받겠지 싶어 기분이 더 좋았다. 앞으로는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길 (복선)


그렇게 계약까지 완료하고 나니, 이제 정말 첫 출근만 앞두게 되었다. 이사 날짜 조정이 필요해서 실제 이사는 출근 한달 뒤로 잡힌 상황. 출근이 확정되고나서도 계속되는 변화에 조금은 혼란스럽고 조금은 어려웠지만, 그래도 이 모든게 액땜이려니 생각했다.


그리고 시작된 대망의 첫 출근! 사실 회사도 내 첫출근 첫날이 사옥 이사날이었기 때문에 (대체 한가지도 안정된게 없긴했네) 나는 수원쪽 공간으로 출근하게 되었다. 2시간의 출근길과 앞으로의 회사는 과연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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