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원자 님이시죠?
알바와 입사지원에 열을 올리던 어느 날이었다. 서류를 넣고 닳고 달아 잊어버릴 때쯤 되어서야 찾아오는 불합격 소식과 더 이상 서류 접수할 곳도 없다는 불안함에 미쳐갈때 쯤 블로그에서 알게 된 모 회사에서 내가 원하는 직무를 채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가고싶다고 생각했던 회사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였기에 고민 없이 입사지원을 하였고 회사는 재취업 준비 시작 이래 가장 빠른 서류 합격 소식을 알려왔다. (당시 가장 오래 걸렸던 회사는 2달 가까이 되어 불합격을 통지했다.)
서류 합격 통보를 받던 그 순간에도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새로운 회사는 없는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찾아온 서류 합격소식은 마냥 기쁘다기보단 조금 얼떨떨했다. 이게 진짜 합격한게 맞나 싶으면서도 기쁘고 불안했다. 항상 2번째 서류합격 소식이 곧 최종합격이 되었던 나의 징크스가 떠오르며 면접에서 절대 떨어질 수 없다는 각오를 다졌다.
대학교도 입학사정관제로 입학하여 면접 준비를 꽤나 빡세게 했었고, 말 하나는 정말 잘한다는 말을 지겹게 들으며 살아왔기에 입사면접을 열심히 해본적이 사실 없다. 스스로도 나의 가장 큰 장기는 순발력과 말빨이라고 자신하기에 적당한 기본 자료만 머리 속에 있으면 면접을 망치는 정도의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실제로 입사를 하면 '면접 정말 잘봤어요'라는 후기까지 매번 들었더니 자신감이 넘쳐 흐르는 상태였다.
그러나, 다수의 서류 불합격 통보와 길어지는 취업기간은 안하던 노력도 하게 만들었다. 회사의 비전부터 과거와 현재의 사업, 각종 기사부터 SNS까지 정말 안본게 없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것을 찾아보았으며 전공 관련된 질문이 나올까봐 대학원 수업자료도 다시 공부했다. 면접을 위해 A4 몇십장의 준비를 한다는 친구들이 말이 내 이야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업보를 한 번에 돌려받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며 각종 시나리오를 구성했다.
자료만 준비해서 될 게 아니긴했다. 오프라인 공간을 보유한 회사였기에 당시 운영하고 있던 두 공간을 모두 방문하기로 했다. 두 곳 모두 위치가 꽤 멀어서 하루씩 날을 잡아 방문했다. 그 전 회사들 면접 볼 때는 당당하게 운영공간 방문한적 없다고하고도 합격했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대체 어떻게 합격한건지 신기하기만 했다. 이런게 운명이라는 걸까?
먼길을 떠나 각 공간을 둘러보는 일은 체력적으로 쉽지 않았다. 그래도 간만에 면접 준비를 하니 활력이 돌았다. 사람은 역시 희망을 먹고 사는 동물인걸까. 가능성이 보인다는 행복함은 안도감을 불러왔고 면접 준비는 긴장되면서도 설레는 시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서류합격 후 일주일 뒤 1차 면접이 잡혔고, 면접은 2차(대표)까지 있다고 했다. 일단 1차 면접에서 예비 동료들을 사로잡아야할텐데. 빠르고도 느리게 시간은 흘러 어느 덧 면접날 아침이 밝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