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출퇴근.. 내가 할 수 있을까?
합격한 회사는 부동산과 유통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로, 2곳의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하고 있었다. 오프라인 공간을 가진 곳에서 일하는 것이 목표였으니 사실상 목표는 모두 이룬 셈인데, 합격하고 새로운 문제가 생겼으니 바로 '출퇴근'
한 곳은 수원, 한 곳은 인천, 본사는 서울 중심부에 있었기에 실질적으로 지금 거주하는 집에서 출퇴근이 불가능했다. (당시 살던 곳은 노원) 각오는 했던 일이지만 막상 눈앞으로 오니 마음이 급해졌다. 출근까지 남은 기간은 3주. 3주 안에 최소한 집 계약은 완료해야만 했다. 지금 집도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이사라니... 게다가 3곳의 위치가 너무 제각각이라 어느 곳에 집을 구해야할지 조차 감이 오지 않았다.
네이버 지도를 켜두고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하며 정말 오랜 시간을 검색한 결과 두 곳의 후보지가 추려졌다. 한 곳은 '사당' 한 곳은 '강변 인근 2호선라인'. 2안도 있기는 했지만 사당이 베스트였기에 사당의 집들을 찾아보는데, 정말 충격을 금할 길이 없었다. 20대 후반 독립하여 나와 살기 시작한 지역들은 소위 '비싼' 동네들은 아니었기 때문에 발품을 좀 팔면 저렴하고 괜찮은 조건의 집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사당은 아니었다. 정말..절대....
비싸기도 비싼데 문제는 집의 컨디션이었다. 많은 걸 바라는게 아니었고, 그냥 살만한 정도의 집을 원했는데 적당히 평범한 집의 월세도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원룸 월세가 대체 이게 맞는건지.. 대체 누가 이 월세를 감당하고 사는건지 알 수가 없었다. 온라인에서는 거의 100군데 가까이를 봤고 그 중에서 고르고 골라 실제로 가서 본 곳도 10곳이 넘었지만, 컨디션이 맘에 드는 곳은 1곳이었고 그마저도 월세협의가 되지 않아 사당을 포기해야만 했다. 최소한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게 그렇게 큰 꿈인가 싶으면서 사회에 나와 제대로 장벽을 느껴본 건 처음이라 우울하기도 했다.
돈만 쫓아 직업을 선택하지 않아도 행복했는데 점점 돈 생각을 안할 수 없게되니 슬프면서도 이렇게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의 고행을 거쳐 결국 사당을 포기하고 나니 속이 다 후련했다. 인간답게 살고 싶은 소망을 다시 한 번 품으며 2번째 선택지였던 강변근처 2호선 라인의 집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는데 웬걸 고생한 보답인지 하루만에 맘에 쏙 드는 집을 발견하고 계약하게 되었다. 살던 분들이 신혼부부였는데 행복주택이 되어서 이사한다고 하시니 나도 좋은 기운을 받겠지 싶어 기분이 더 좋았다. 앞으로는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길 (복선)
그렇게 계약까지 완료하고 나니, 이제 정말 첫 출근만 앞두게 되었다. 이사 날짜 조정이 필요해서 실제 이사는 출근 한달 뒤로 잡힌 상황. 출근이 확정되고나서도 계속되는 변화에 조금은 혼란스럽고 조금은 어려웠지만, 그래도 이 모든게 액땜이려니 생각했다.
그리고 시작된 대망의 첫 출근! 사실 회사도 내 첫출근 첫날이 사옥 이사날이었기 때문에 (대체 한가지도 안정된게 없긴했네) 나는 수원쪽 공간으로 출근하게 되었다. 2시간의 출근길과 앞으로의 회사는 과연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