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화가 나면 글을 쓴다.
글을 쓰면 내 어지러운 마음도 정리가 되기도 하고 또 누군가가 이런 나를 동정해주웠으면 하는 마음도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가끔 사적인 일을 일기처럼 쓰다가도 한 번씩 지우기를 한다.
부끄러우니까.
혹은 이제 무뎌졌으니까.
화는 그때뿐이다.
실망스럽고 속상하고 서운하다.
그때의 그 기분은 누구에게 말해도 공허한 메아리일 뿐 당사자와 대화가 없으면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어제 근 20여 년 만에 함께 일했던 분을 만났다.
엊그제 얘기처럼 이야기를 피우다 오늘의 사는 얘기를 하게 되었다.
"열심히 살았네, 힘들었겠다. 그래도 대견하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시 만날 때까지 행복하자."
한 발짝 떨어진 어쩌면 수원과 전주의 거리만큼이나 세월의 거리만큼이나 멀었던 그분의 말이 참 고마웠다.
집으로 오는 길에 몇 번이고 브런치에 글을 적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뭘 써야 하는 의무감인가 싶기도 하다가도 뭘 써야 할지 정리가 안 되는 기분이었다.
1박 2일의 출장을 마치고 비로소 천장을 보았다.
그리고 핸드폰을 켜고 브런치를 다시 읽어보았다.
화도 많았고 서운한 것도 많았고 힘든 일도 많았다.
걔 중에 가족사도 있고 회사 일도 있고.
지웠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건 분명히 존재했다.
아내와 나의 관계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로.
근데 이 공간에서만큼은 조금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비록 그때의 감정이고 일기였다고 하더라고 말이다.
하루를 기록한다는 게 그리고 누군가를 만나 나란 사람을 다시 마주한다는 게 참 큰 힘인 것 같다.
스무세 살의 내가 마흔세 살의 나를 마주하고 온 어제를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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