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시간을 많이 빼앗기지않으면서도 그럴듯(?)한 동호회 활동을 고민하던 우리는 '독서 동호회'를 하기로 결정했다.
"회사에서 나온 지원금으로 책 구매하시면 됩니다."
회사에서 책을 사주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구매해서 두고 두고 볼 만한 책 중에 어떤게 좋을지 딱히 떠오르지 않던 즈음, 책으로 보려면 구입해서 볼 수 밖에 없는(한마디로 도서관에서 대여는 안하는)책이 있는데 재미도 있다고 추천해준 친구가 있었다. 책은 시리즈 물이라 앞으로 동호회 활동때마다 책을 구입하다보면시리즈 전체를 회사 돈으로 구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이 책이 딱이겠구나 하고 결정하게 된 책이 바로 '전지적 독자 시점'이였던 것이다.
'와 이거 재미있는데?'
원래 판타지류를 좋아하는 편이라 책은 빠른 속도로 넘어갔다. 책 속의 독자(주인공 이름)는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란 소설 안으로 들어간다. 그 소설 속의 주인공은 '유중혁'.
하지만 내 입장에서의 주인공은 당연히 '김독자'이다.
'역시 주인공이라 다르긴 다르구만.'
김독자가 특별하다 느끼는 포인트는 여러가지 있었지만
첫째. 원래라면 소설 속에서 죽었어야 하는 인물을 살려내거나 중심인물이 아니였던 이들을 이끌고 다니는데
곤충을 다루는 능력이 있는 이길영
심판의 시간이라는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정희원 등
우연이라 치고는 너무도뛰어나고 도움이 되는 인물을 살려냈다는 것
둘째. 10년 동안 한 소설을 꾸준히 봤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그 내용을 대부분 기억하여 제시 제때 사용한다는 것. 솔직히 나였으면 '이 때 뭔가 있었는데 그게 뭐더라?'했을 듯,물론 이야기속 독자에게 '멸살법'이란 소설이란 자신의 삶을 살아나도록 해주었던 탈출구라 특별하기도 했고 스마트폰에 멸살법의 텍스트파일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내용을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스킬도 있긴 했지만 기억력과 응용력이 대단한건 사실이었다.
셋째. 아빠를 죽인 살인범인 엄마를 두었다는 설정이 다소 '일반적'이진 않다. 역시 주인공이기에 있을 수 있는 설정이 아닐까 싶었다.
아무튼 여러가지 상황과 설정들이 김독자가 주인공이니까 역시 다르다는 특별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책 제목에 '전지적('全知的)'이란 이름을 붙인 것도 소설을 쓸 때 '1인칭 시점'처럼 어떠 '시점(視點)'의 표현도 있겠지만 '전지전능(全知全能)하다는 의미의 '전지적'이란 의미도 내포하며 '적지적 독자'즉 소설 속 주인공인 독자가 '전지적'이란는 표현을 이중적으로 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봌도 했다.
김독자처럼 만약 내가 '멸살법'을 읽은 유일한 '독자'였다면... '전지적'이 아닌 '일반적'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극히 일반적인 평범한 사람이야기를 소설로 흥미롭게 읽을 사람이 별 없을 것이고 그렇기에 역시 소설의 주인공은 특별한게 맞다는 결론에 도달하기도 했다.
해당 책은 웹툰으로도 볼 수 있었기에 소설과 웹툰을 왔다 갔다하며 '전독시'를읽어나갔다.어디에서보냐에 따라 같은 부분도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기에 자연스럽게 여러번 읽게 되었고 그럴수록 더욱 더 소설에 몰입되었다.
어렸을 때 부터 '상상'하는게 취미였던 난, 빠져든 책이 정말 내 눈앞에 그려지듯 혹은 마치 내가 소설 속의 인물이 된 듯 빠져들며 읽는 것은 일도 아니였다.
그렇게 한참을 몰입하며 책을 읽다 보니 뜬금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그러고 보니 김독자는 자신이 읽은 '멸살벌'의 소설 속으로 들어갔지만 김독자가 주인공인'전지적 독자 시점'속으로 또 다른 독자(讀者)가 들어가는 이야기가 있다면재미있겠는데?'
솜씨는 부족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한번 만들어볼까 그런 생각을 막 하고 있을 때 였다. 갑자기 눈 앞에작은 화면이 떠올랐다.
[몰입(沒入)Lv1.]이 발현합니다.]
'이게 뭐야?'
하지만 생각할 틈도 없이 잠시 어지러움증을 느끼며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땐 지하철 바닥에 엎드린채 난동이 된 지하철 안의 모습이 보였다. 흐릿하게 중앙부터 보이기 시작해서 점점 양쪽 시야까지 밝아지고 나니 스스로 엎드린게 아닌 누군가 발고 누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살짝 고개를 들어 보니 밟고 있는 이는 교복을 입은 사내였다. 옷에 명찰은 '김남운'.
그 주변에 누군지짐작이 갈만한 사람들이 보였는데 김독자,유상아,이길영,이현성으로 추측되는 인물들이였다. 이길영은 곤충채집통을 들고 있는 아이가 보였기에 바로 유추할 수 있었고 몸이 꽤 단단해 보이고 인상이 우직해 보이는 이가 이현성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한 여자가 어떤 남자의 팔꿈치 끝을 살짝 잡고 붙어있었는데 그 여자의 미모나 외관에서 풍기는 느낌이 소설 속 김독자가 표현한 '유상아'임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럼 옆에는 주인공 '김독자'이겠지. (소설 속에는 다소 평범한 외모로 나오는 만큼 김독자의 외모가 특정할만한건 없었다.)
그럼 이 상황이라면 나는? 상황을 보아하니 김남운이 목표로 둔 할머니인 것 같았다. 다만 조금 이상한게 있었는데 정확히는 난 그 소설속의 '인물'이 된게 아니였다. 그 인물의 '시점'에서 보이는 것을 보고 든고 있는 것 같았다.
다만 지하철 바닥의 차갑고 단단한 느낌이라던지 김남운이 몸을 밟아서 느껴질 통증이나 무게감등 어떤 감각같은건 느껴지지 않았다. 할머니가 느끼고 있을 공포감 같은 감정들도느껴지지 않았다.그렇지만VR을 끼고 있는 듯 이 상황안에 실제로 내가 존재하는 듯 생생하게 보이고 들리는 것은 확실했다.
김남운을 말리려는 유상아에게 김독자가 "한 번만 내 말대로 해줘요. 그 뒤론 참견안할테니까."라는 말을 하는게 들렸다. 저 대사가 나왔다는건...? 그리고 역시나 소설에서 읽었던 이야기가 그대로 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할머니는 김남운 손에는 죽진 않았지만 미션을 해결하지 못해 결국 '사망'하게 되었으므로 할머니의 사망과 동시에 다시 나는 소설을 읽던 책상 앞에 앉아있었다.
'뭐...뭐야? 방금..?'
등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벌벌 떨리는 손으로 급하게 소설 책을 탁- 하고 덮었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리가 없잖아..?'
소설 속 김독자도 이런 마음이였을까? 현실일리 없는 현실이 내 눈앞에 펼쳐졌을 때... 사실 나는 감각이랑 감정을 느끼지 못했어도 이 정도의 충격인데..김독자는 자신이 소설 속에 들어와있다는 걸 어떻게 그렇게 빨리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역시 주인공이라...
방금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몰입'이란 스킬이 아직 낮았기 때문에 잠시 등장하는 엑스트라 같은 할머니의 시점으로 소설 안의 세상을 본게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이 들었다.
스킬이 왜 갑자기 생긴지도 모르겠고..너무 말도 안되는 경험을 한 난 다시 소설을 펼쳐볼 수 있을지 두려워졌다. 동시에 다시 경험하고 싶은 마음도 한켠에 있었는데 주인공아 김독자에게도 여러가지 스킬이 있었듯 나에게도 '몰입'외의 스킬이 궁금해졌고 이 스킬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감각'과 '감정'은 느끼지 않았다는 점에서 '두려움'을 어느정도 상쇄시키며 '호기심'이 올라오는 지도 모르겠다. 고통이 혹은 감정이 그대로 느껴졌다면 아마 다시는 소설을 보고 싶지도 않았을지도 모른다.그 순간에도 레벨이 오르면 인물의 감각과 감정을 느낄 수 있는지도 궁금해졌다.
마음속에 공포, 호기심,두려움, 궁금증... 여러가지 감정들이 뒤 섞여 혼돈이 일어나고 있었다. 우선은 이 마음을 정리하는게 먼저였다. 찰나였지만 너무 강렬했던 경험... 지금 당장은 소설 책을 다시 펼쳐보지 어렵겠지만 이 마음이 진정되고 나면 그때는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