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과 현실 그 경계의 어딘가2
'전지적 독자 시점' 독후 소설
'아..참...딴 생각 안 해야하는데...'
후회 하기에는 이미 늦어버렸다. 하지만 이미 현실 속으로 돌아왔으니 마저 든 의문점을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했다.
내가 현재 이미 읽어서 알고 있는 내용은 비류가 방송이 폐쇄되고도 한~~참 이후의 내용까지이다. 그렇기에 방송이 폐쇄 된 이후의 비류를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 속에 실제 들어갔을 때는 현재 읽고 있는 소설 내용의 시점이였던 것이다.
그러고보니 소설 속에 처음 들어갔을 때 시스템의 오류로 인해 일시적으로 스킬이 해제된적이 있었다. 그 때는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어쩌면 내가 이미 읽어 알고 있는 소설의 '시점(時點)'과 실제 소설 속으로 들어가는 '시점(時點)'이 다르다는게 그 이유일지도 몰랐다.
김독자도 마치 '현실'과 같은 상황이 눈 앞에 놓이게 되면 그의 특성인 '제 4의 벽'이 흔들리곤 했는데... 나도 '현실의 나'로써 어떤 생각을 할 때면 몰입(沒入)스킬이 영향을 받는 듯 했다. 어떻게 보면 김독자와 닮은 듯 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나의 모습인 듯한 나의 모습이였다.
자, 대충 이정도면 조금은 정리가 되었으니 몰입 스킬이 발현중에는 그 상황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소설을 다시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일정 수준에 도달하여 몰입(沒入)스킬이 올라갑니다. 몰입(沒入) Lv3.]
[스킬이 강제 종료가 있었습니다. 점입가경(漸入佳境)효력의 발현이 지연됩니다.]
됐다! 소설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점입가경(漸入佳境)효력이 지연되긴했으나 현실에서도 스킬의 레벌이 올라간다는게 다행인 상황이였다.
효력이 다시 제 기능을 하면 난 분명 책을 읽고 있는 내용의 시점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럼 '그린존'시나리오부터 다시 읽어야 할까? 소설 속에서 나온 시점과 다시 소설로 돌아가는 시점이 다르면 혹시 또 시스템의 오류가 발생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확실한건 아직 아무 것도 없으니 혹시몰라 '그린존'시나리오가 시작되기기 전부터 다시 이야기를 읽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막상 '그린존' 시나리오를 내가 해결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다독(多讀)효과가 발생합니다!]
[강제로 종료 되었던 스킬이 다시 발현합니다.]
[몰입(沒入) Lv3.의 점입가경(漸入佳境) 효능이 발현됩니다.]
지금까지 소설을 두 세번 읽어도 다독(多讀)효과는 처음이였다. 아무래도 '그린존'시나리오만큼 여러번 읽었던 내용은 없는지라 발현된 효과일 것 같았다. 같은 내용을 여러번 읽는 것이 스킬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였다.
[해당 시점(時點)은 몰입(沒入)스킬 Lv2가 발현한 시점입니다.]
[몰입(沒入)Lv3의 발현으로 중첩(重疊)효능이 더해집니다.]
'어..어라??'
[몰입( 沒入)Lv3.에 다독(多讀)과 중첩(重疊)효능이 더해져 스킬이 강력하게 발현됩니다!]
'어..어..어라???'
몰입(沒入) 스킬일 발동할 때, 특히 소설 속에 들어갈 때는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끼며 눈 앞이 잠시 깜깜해졌었다. 잠시후 보이는 시야가 점점 밝아지며 지금 현재 내 위치나 상황을 알 수 있는 식이였는데 지금은 마치 영화에 CG를 입히듯 내 현실의 풍경들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내 주변 풍경들이 어느새 충무로역에 들어서기 직전의 장소로 변해있었다.
두 가지 효능이 더해지는게 엄청난 것임을 실감하면서 동시에 다시 소설 속으로 들어왔다는 것도 실감하고 있는 그 순간이였다.
"제..제가 왔습니다."
허공에서 펑~하고 나타난 그 녀석
"어? 비류~ 정규 방송은 잘 준비된거야?"
이 녀석이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와...과..관리국 이것들이 광고 끝나고 정규방송 전까지 알아서 임의로 방송을 틀어준다더니..지..지난 제 방송의 재방송을 틀어 놓고 있었네요?? 그.. 그것도 하필 왜 '그린존'시나리오때냐구요.. 그..그때는..하필 방송의 흑역사가 만들어졌을때인데.. 재방송도 그 때를...휴..아..아무튼 서..성좌님들이 재방송 때문에 나..난리를 치셔서 최대한 빨리돌아왔습니다."
그나저나 생각해보면 그렇다. 소설 속에 들어와 비류의 파일럿 방송이 진행된 동안은 기존 비류의 방송에서 송출된 적이 없는 장소였을 것이다. 당시는 비류의 말처럼 공필두가 있는 충무로 역을 중심으로 비류의 채널이 열려있었을 테니.. 그렇기에 내가 만난 비류는 방송이 폐쇄 된 이후의 비류이긴 해도 앞서 파일럿 방송을 했던 장소나 시나리오는 비류 입장에서는 처음 방출되는 것이였을 것일 가능성있었다. 물론 '파일럿 방송'이기에 이미 방출된 방송과 비슷해도 감안해줬을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이제 가게될 충무로역이라면 다르다. '그린존'시나리오는 특히나 비류 방송에도 송출된 적이 있었고 그 내용이 재방송까지 됐으니 중복되면 성좌들이 난리일텐데...
"아..아무튼 정..정규 방송 준비는 잘 마쳤습니다. 바.. 방송이 열림과 동시에 차원이 문이 열려 다..다른 곳으로 이..이동되서 시..시나리오가 진행될 것이니 그리 아시면 됩니다."
실제 소설 속에서도 여러번 차원의 문이 열리며 다른 곳으로 이동하며 시나리오가 진행되는 경우가가 여러번있었다. 차원의 문이 열린다면..어디로 이동하는걸까...?
"과..관리국에서 아..아직도 재..재방송 중이실테니 계..계약서에 대해서만 얼른 얘기하고 방..방송을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좋아. 그 전에 코인 정산부터 해볼까?."
"흠.. 알겠습니다. '유희 찾기' 만족도가 올라가고 유입한 성좌들도 늘어서 계..계약서 비율에 맞게 정산했습니다."
'역시..자기 할일은 똑 바로 하는 녀석'
"채널 수수료도 처리하고 드..드리겠습니다."
'계산도 정확한 녀석'
곧 계산을 마친 비류가 나에게 코인을 넣어주었다.
[ 9,250C]
꽤 괜찮은 코인이 들어왔다. 유희왕(遊戲王)이 코인 경매에 10,000코인을 걸었으니 비율적용하고도 대충 6,000코인은 들어왔을 꺼라 제일 효자 노릇을 했을 것이다. 리액션 코인은 워낙 작은 금액들이여서 얼마 안됐을 것이고 코인 복권에도 꽤 괜찮게 들어왔기에 정산받을 수 있는 코인이였으리라.
"이..이제 정규방송 이후 계약서는 벼..변경이 없습니다. 지금 계..계약서 내용 조정할 거 있음 서로 얘기하기죠."
김독자는 비형이 채널 수수료만 받아도 이득이라며 과감하게 비형광10:0으로 계약했지만 솔직히 내가 김독자 만큼 역량이 안되기도 하고 김독자처럼 배후성없이 다른 화신을 초월하는 능력을 보여 줄 자신감도 없고..
"우..우선 정규방송을 시작하면 다른 화신도 합류할꺼라 리..리액션코인은 없애시죠. 워낙 수입도 적고 계..계산도 복잡해지니까요."
아무래도 정규방송을 시작하는 만큼 나 혼자만으로 힘들것이고.. 어떤이들이 비류 방송에 합류할지 궁금증과 기대감이 들었다.
"코..코인 계산이 복잡해서 비..비율을 일정하게 정하시죠."
"오케이~알았어."
나는 7:3을 얘기했지만 비류는 6:4를 주장했기에 결국 서로 타협해서 6.5:3.5로 비율을 결정했다.
"그럼 네가 말하고 싶은 조건은 다 말한건가? 이제 내가 말할케. 내가 계약서에 넣고 싶은 조건은 딱 하나야. 도깨비 보따리 사용하게 해줘."
"히익~? 그..그건 또 어..어떻게 아시는 겁니까? 도..도깨비 보따리는 일반 화신이 사..사용할 수 없..는데요?"
"무슨 소리야~성좌들이랑 하는 계약도 화신이 나랑 해놓고 도깨비 보따리를 못 열어줄리가~?"
비류는 난처한듯 크게 한번 헛 기침을 했다.
"조..좋습니다. 마..말씀하신데로 해서 손해 본적은 없이니 특별히..거기까지 계약사항에 넣도록 하죠. 대..대신 도깨비 보따리는 채..채널이 열렸을 때만 열..열 수 있고 그때는 광고를 틀어야합니다. 그러니 성좌님들 눈..눈치는 보면서 사용해주십시요...그..그럼 더는 없으신거죠?"
"응. 없어."
그렇게 비류와 나름 극적인 타협을 하고 드디어 정규방송 오픈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고보니 정규방송 시작후에는 유희왕성좌의 화신이 될텐데..
김독자처럼 성좌의 배후성을 받지않고 시나리오를 진행하지 못하는건 아쉽지만 성좌의 화신이 되면 성좌의 배후성, 성흔 같은 것도 받을 수 있고 코인 후원도 받을 수 있으니 분명 장점은 있을 것이다. 유희왕이 화신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 성좌이니 더 더욱..
다만 걱정인건 내가 누군가의 화신이 되어버리는 순간 '화신 찾기'성좌들이 채널에 유입되긴 힘들덴데.. '유희찾기'성좌들만으로 비류채널을 키우기 힘들텐데..
김독자도 비형의 채널을 키우는데 있어서 배후성없이도 '설화'를 쌓아가는 그를 화신으로 삼고싶은 성좌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였다. '유희 찾기'성좌만으로는 분명 비류의 방송이 또 위태로울 지도 모른다. 성좌의 선택을 피할 수는 없더라도 최대한 천천히 미루고 싶었는데...
'나도 김독자처럼 당분간만이라도 좋으니 배후성 없이 시나리오를 진행하면 좋겠는데...'
[상상력(想像力) Lv1.이 발현합니다.]
[현재 다독(多讀)효과와 중첩(重疊)효과 발동으로 인해 상상력(想像力) 스킬이 최대로 활성됩니다.]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여 상상력(想像力)이 Lv2.로 올라갑니다.]
'오오오~???'
이게 무슨 상황인가 하는 동시에 비류의 정규 방송이 드디어 열렸다.
[#BIR-3642 채널이 열렸습니다.]
"유희왕(遊戲王)님 그...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저야 상관없습니다만 ... 우선 뜻이 그러시다면 알겠습니다. 저~ 서..성좌 여러분들!! 유희왕(遊戲王) 성좌께서 자신의 화신으로 삼지 않겠다고 하십니다~ 고로 '코인경매'역시 그..그대로 진행됩니다~~!!"
무슨일인지 눈만 껌벅이고 있는 나에게 도깨비 통신으로 비류가 말을 걸어왔다.
"와~..이..이건 또 무슨 일인지..."
"왜~ 뭔데~ 어떻게 된건데?"
"아..아니 유희왕 성좌께시 코인 그냥 기부하신답니다. 자..자신의 화신으로 삼기엔 재..재능이 없어보인다구요..."
"응?"
바라는데로 당장은 배후성없이 활약할 수 있게 됐지만 뭔가 이유가 아주 찝찝하다. 분명 화신을 보는 안목이 뛰어난 성좌라고 했는데.. 내가 그만큼 재능이 없는 화신이 아닌 것도 정확하게 봤다는 뜻이겠지. 어쩐지 몸개그 스킬 발현될때 빼고 메세지가 안뜬다 싶더니..
이유야 어찌됐든 비류 입장에서도 꽤 재미보던 '코인경매'를 다시 할 수 있다는 것과 '화신찾기'성좌들이 유입될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이 좋을 것이였다. 결과적으로 둘 다 좋게 된거니 좋은게 좋은거라고 생각하기로 하고 앞으로 받게 될 시나리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시나리오에 맞게 종합능력치를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정규 방송이 시작과 동시에 눈 앞에 차원의 문이 열렸다. 찬란하게 쏟아지는 빛 넘어 어디론가로 나는 천천히 걸어들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