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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na Nov 25. 2024

힘이드니까 아프니까 고통스러우니까 생각나는 아빠...

아빠..

너무 오랫만에 편지를 쓰네요

...


저는 정신없이 바빴어요

운이 좋아서 새로운 직장에 취업하게 됐는데

집에서도 가깝고 동료들하고도 잘 맞고 일도 재미있고

나름 회사에서의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회사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어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겠네요


지금 직장에서 제 자질과 능력, 잠재력을 알아봐주는 리더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 가능성을 봐주니 일에 대해 더 욕심이 나기 시작하더라구요


하지만 일에만 집중할 수 없는 제 현실이

자꾸만 제 앞길을 가로 막았습니다.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딸로..

살아내야하는 시간과 에너지도 반드시 필요하니까요


항상 느리게 자라는 너무도 부족한 제 아이가..

자기 중심적이고 자격지심이 심한 남편이...

버겁게 느껴지지 않은적은 없었지만

사회인으로써의 제 성장에 욕심을 가지다 보니

나 혼자 였다면...자 일 수 있다면.....

그런 나쁜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전에 아빠도 저런 남편과 자식을두고

내 딸이 어떻게 살아나가나 걱정하단 얘기

엄마에게 자주 전해 들었습니다

아빠가 걱정하시던 제 현실이

이제는 제게 고통을 넘어 지옥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먹기 좋아하는 제가..

우울이 깊어져서 인지

밥을 입에 넣으면 모래알처럼 씹혀

목구멍으로 차마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40 넘어서 아무리 식이 조절을 해도

일주일에 몸무게 1키로를 못 줄이던 제가..

자고 일어나면 몸무게줄어있습니다


이 우울은

직장인으로써의 저의 삶과

기존의 제 현실의 살아야 하는 삶이

너무도 상충하기에 생겼던 우울이였습니다


제 마음은 하루에도 몇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갔습니다

희노애락이 마음속에서 번잡하게 작동하며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런 날들을 살아가던 어느날

빨래를 개다가 아빠가 생전 다니시던 직장 이름이 적힌

수건을 한장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수건을 그날 처음본 것도 아니였는데...

그날 따라 그 수건을 보고 물이 터지고야 말았습니다

괜시리 수건에 새겨진 자수를 어루만지며 아이처럼 꺼이 꺼이 울었습니다


지금 아빠가 살아계셨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셨을까요..

살아계실 때 사위에게 정신적 지주 되어주셨던걸

돌아가시고나서야 알았었지요..

지금 은 상황에 계셨다면..

어쩌면 존재만으로도 의지가 되어주시지 않았을까요

.....


아빠 죄송해요

힘이드니까 아프니까 고통스러우니까..

그제서야 아빠 생각을 떠올습니다.

사회인으로써의 딸로써는  좋은 소식만 가득한데

제 삶은 더 아프고 고통스러워지는 중입니다.


이제 저는 어떤 마음으로 지금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포용하며 이내며 감당해야하는걸까요.


아빠

제발

가르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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