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퇴사한 뒤 지금까지 커리어가 끊기지 않고 살아올 수 있었던 비결은 그때그때 우연치 않게 사람들이 나타나 나에게 기회를 줬기 때문이다.
그 비결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본다. 우선 사람들에게 잘 했다. 최고로 잘했다고는 말 못하지만 그래도 부족하지 않게는 했다.
요새 젊은애들이 나이 많은 사람들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절대 그러면 안된다. 나를 젊은꼰대라 불러도 상관 없다. 자기 밥그릇 걷어차는 행위다. 기회는 언제나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준다. 그들이 큰돈을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허접하고 허술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다.
직장 내 괴롭힘, 언어폭력, 구타, 업무방해 등 누가 봐도 심각한 사유가 아니라면 더럽고 치사한 것 때문에 일을 관두지 말라. 거기서 경쟁력이 나뉘는거다. 원래 돈 버는게 아주 더럽고 치사한거다.
가지각색 사람들 비위 맞춰가면서 일하기 싫다면 그냥 평생 떠돌이 알바나 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마저도 버틸지 모르겠다. 거지도 한푼 달라 굽신거려야 동전이 떨어지는 법이다.
일년 넘게 매달려왔던 프로젝트의 팀원들이 다 갈리고 나만 남았다. 새로운 얼굴들이 합류하게 됐고 그들은 내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가득하다. 물론 이건 나에 대한 기대감이 풀충전 돼 있는 것보다 낫긴 하다. 하지만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그게 세상에 있을지 모르겠다만.
내가 가장 싫어하는 건 무능력해지는 느낌이다. 조금이라도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이 ‘너는 무능력하니까 짜져 있어’라는 분위기로 나를 압박하는 것 같으면 아주 숨이 막히고 미치고 팔짝 뛴다. 칼춤이라도 추고 싶다.
그러니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의 굴욕감, 상한 자존심을 두고두고 기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