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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난 남친과 헤어지고 환승하려다 실패한 썰

by 김지아 Aug 12. 2024

연애 상대가 부잣집 딸, 아들이라면 게을러도 상관없는 얘기다. (참고로 요즘엔 부잣집 애들이 더 바지런하고, 운동 어학 등 자기개발에 미쳐있다. 염두해두길 바란다.)


하지만 만약 가진게 아무것도 없는 두 청춘남녀가 만나고 있다면? 두 사람의 시간만이 암담하고 굳게 닫힌 미래의 문을 여는 열쇠다.


미래에 여유있게 먹고 살고자 한다면, 단돈 몇원에 통장잔고를 떠올리며 긴장하지 않으려면, 시간을 강박처럼 아껴 쓰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랑에 빠져 있을 땐 이 사실을 잘 모른다.

사랑에 눈이 멀면 상대가 나를 보러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달려와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얼마든지 달려갈 수 있다.


뿐인가?


일상 틈틈이 연락을 주고받아야 하고, 밤새 통화하다 잠들기까지 하는 루틴도 익숙해져야 한다.


이렇게 한 사람의 시간을 쏟을 여력이 없다면 사실, 연애를 못하는 게 맞다. 아니면 남녀 모두 똑같이 연락 문제에 있어서 자유로운 성향의 사람들이 만나던가.


개인적인 경험을 털어놓자면, 나의 연애 시절이 좀 그랬다.

나는 언제나 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당시 남자친구/현 남편도 그랬다. 우린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각자의 분야에서 야망이 큰 사람들이었다.


서로가 세운 목표가 있었다.

일에 매달려 있다보면 공감할 것이다. 틈틈이 카톡을 하는게 쉽지 않다. 일단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딴 생각 할 겨를이 없다. 하고 싶지도 않다.


소신발언을 하자면 왜 사귀는 사이에 연락문제 갖고 오해하고 토라지는지 잘 이해가 안간다.


본질적으로 믿음이 없어서 그런거 아닌가?

상대에 대해 믿음이 없는데 왜 만나는지도 모르겠다.

연락 좀 안된다고 의심부터 드는 새X라면 헤어져라. 시간낭비다.


하루에 한번 정도 자기 전에 짤막하게 통화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피곤할 때가 있다.


우린 서로 연락 문제에 전혀 연연하지 않았다. 하루이틀 정도 연락이 없어도 서운한 감정이 들지 않았다. 내가 먼저 연락 했으면 답장이 왔을거란 걸 안다. 그래도 먼저 연락하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연락 한다 -> 남친 답장 온다 -> 나도 답장 보내야 함 이 루트를 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연락이 없는 날은 그냥 서로 바빴겠거니 했다.

먼저 선톡이 와도 내가 씹기도 했다.


그러다 주말에 같이 만나면 주로 카페에 자리잡고 일을 했다.

우린 장기간 연애했던 커플이라 헤어졌던 기간이 있었다.

(남친이 너무 짠돌이고 데이트할 때 돈을 벌벌 떨며 써서,

그의 찌질함에 짜증이 나 헤어지자고 했던 적이 많았다.

나에게 돈 펑펑 잘 쓰는 사업가 오빠들에게 가고자 했다.


나를 나쁜X이라 비난해도 이해한다. 나는 자기 보존과 생존에 있어 윤리나 도덕을 운운하는 건 한심한 일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다. 결혼한 것도 아닌데. 헤어지고 다른 사람 만나는게 불법인가?)

자유롭게 다양한, 여러(?) 사람들을 만나보고자 환승을 시도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는 이전같은 연락과 데이트 패턴을 고수하는게 불가능하단 걸 깨달았다.


우선 그들에게 수시로 연락하고 보고해야 했다.

데이트 할 땐 일 얘기가 아닌 다른 얘기를 해야 했다.


난 그냥 일 얘기, 재테크 얘기 하는게 좋았다. 돈 얘기를 하면 눈이 번쩍거리고 심장이 빨리 뛰었다. 아드레날린이 돌았다.


그런데 상대는 나를 그저 돈에 미친 사람으로 볼 뿐이었다.

무슨 스포츠나 맛집, 요즘 떠오르는 핫플 같은 곳을 대화 소재로 삼아야 했다.


그래서 남친에게로 계속 회귀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우린 결혼을 했다.

결혼해서도 둘다 일에 매달려 산다.

이젠 아기가 생겼다.

육아를 할 땐 육아에만 집중하는데, 이 또한 힐링이다.

잠시 두뇌를 쉬고 내려놓는 느낌이 나서 즐겁다.

육아가 끝난 후 일할 땐 일에 초집중 하는 식이다.


우린 서로에게 그렇게 노력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형태를 비난할 수 있다.


둘 사이가 너무 건조하다고.

로맨틱(?) 하지 않다고.

기계 같다고.


"에고 그래도 젊을 땐 사랑도 진하게 해봐야지 말이야. 쯧쯧 라떼는...!" 하고 외치는 기성세대의 목소리도 들린다.


웃기다.

이 사회가 젊은이들에게 얼마나 가혹한지.

겪어보지 않아서 그런 말을 쉽게도 한다.


먹고 사는게 캄캄해서, 도저히 집 살 엄두가 안나서

연애 안하고, 결혼 못하고, 애 못낳는다.


통계로 이미 증명이 난 사실이다.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야만 경쟁을 뚫을 수 있는지 기성세대는 알지 못한다.

뭐 상관없다. 누가 뭐라던.


나는 덕분에 삼십살의 나이에 내가 세웠던 목표에 점점 근접해간다. 젊고 건강할 때 아기도 낳았고, 커리어도 문제 없다.

또래 평균보다 많은 수입을 벌고있고, 재태크로 불려 재산도 모아가고 있다.


아마 20대를 비이성적으로 사랑에 미쳐서 흘러보냈다면

결코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거라 확신한다.


물론 인생 살면서 한번은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이 든다.

영화 속 사랑처럼...?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는 단 한번도 사랑 때문에 죽네 사네 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건 지금의 내 남편도 마찬가지다.


우린 대단히 이성적으로 자기 자신을 지켜가며 연애를 했고 여기까지 왔다.


모를일이다. 이러다 나중에 늦바람이 들어 사고를 칠지도.

그런데 아직도 나는 갈길이 한참 남아있다.

애도 잘 키워내야 해서 딴 생각이 들 여유가 없다.

베개에 머리만 대면 잔다.


이런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이렇게 살거라 미래가 전혀 두렵지 않다.


황금열쇠가 내 손에 있다.

이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자랑처럼 읽힐까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


다만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어떤 형태의 사랑만이 정답이라고 정의 내려질 수 없단 말이었다.


그냥 이런 타입의 연애를 하고 결혼한 케이스도 있다.

그래도 나쁘지 않게 산다.


요약을 해보자면 세가지다.


-믿을만한 상대를 만나고 있다면 연락 문제로 괴롭히지 말라.

-젊은 날 너무 시간낭비 하지 말고 자기 목표를 생각하면서 연애 해라.

-함께 목표를 이뤄나갈 상대를 만났다 판단이 든다면 빨리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게 낫다.

(데이트한다고 길바닥에서 허비하는 시간을 아끼자.)


https://www.youtube.com/watch?v=y6tMA7mjFiA&pp=ygUJ7IOk7J2064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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