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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밑에 독사들

by 스몰빅토크

솔직히 말하자면 나의 삶은 괜찮은 편이다. 나르시즘 자아도취 그런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그렇다. (이전 글에서 주제파악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 적이 있다. 나는 매순간 주제파악 잘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중 하나다.)


삶이 괜찮아진 건 결혼을 잘하고 나서부터다. 나는 20대에 결혼을 잘 하기 위해 모든 정성과 노력을 기울였다. 재산만 본 게 아니다. 사람 됨됨이, 성실성, 갈등 해결법, 집안 내력 등 상대방의 모든 것을 저울질했다.


20대 중후반부터 머리가 굳기 시작한다. 그때 난 내 주변 사람들을 세팅하는 데 힘을 썼다. 믿을만한 사람들을 곁에 뒀고, 거짓말하는 사람들이나 속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은 떠나보냈다. 30대엔 사리분별 못하는 사람들과 슬슬 이별을 준비하려 한다. 지금 내 주변에는 돈이 많고 성공했을지라도 방탕하게 놀고 여자 문제를 일으키는 재력가들이 몇몇 있다. 언젠가는 그들이 망신을 당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거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영향력이 큰 사람이라도 그 업보는 결국 드러나게 돼 있다. 이건희 회장도 그랬다. 자택에 여자들을 불러다가 놀던 영상은 누구나 볼 수 있다. 이분이 살아생전 어떤 업적을 쌓았든 간에, 그런 기록은 가족들에게는 치명적인 상처이자 흑역사가 될 수밖에 없다.


나는 팔자를 스스로 꼬는 사람들을 본다. 그들은 말 그대로 길가에 쪼그려 앉아 자기 인생을 뒤틀고, 주어진 시간을 허비한다. 그중 많은 이들은 해로운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모든 문제의 핵심은 사람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돈이 없다고 죽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사람을 잘못 만나면 죽을 수도 있다. 남자친구나 남편에게 칼에 찔려 죽은 여자들에 관한 기사만 올해에도 몇 건을 봤는지 모른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많다. 남자를 철저히 이용하고 인생을 망치는 여자들도 많다.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도 이상한 여자와 얽혀 인생이 허망하게 끝나버렸다. 인생이란 결국 그런 것이다. 그래서 내가 매일 이 채널에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들에게 다치지 말라고, 조심하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사회에는 스치기만 해도 위험한 독사 같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독사를 보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조건 도망쳐야 한다. 그런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말도 섞지 말고, 눈도 마주치지 않아야 한다. 독사들은 독사들끼리 서로 물고뜯으며 살아가게 두면 된다. 놀랍게도 그들은 그 속에서도 살아남는다. 그들 나름대로의 내성이 있어서.




나는 이 깨달음을 일찍 얻은 덕에, 내 삶을 정글 속에서 헤쳐 나왔다. 특히 가정환경이 내게 큰 교훈을 줬다. 아버지의 존재는 내 인생을 각성하게 만들었다. 아버지는 복잡하고 이상한 사람이다. (하나의 예시로, 20년 넘게 내연관계를 맺어온 여성이 있었다. 물론 그녀만이 아니었다. 정말 많았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나사 하나 풀린 채 평생을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우리 가정은 어머니의 힘으로 우리 가정은 간신히 유지될 수 있었다. 그 과정을 보며 결혼을 잘못하면 여자의 인생이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지 절실히 깨달았다. 그래서 20대에는 목숨을 걸고 결혼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달려들었다.

스물네살에 결혼한 언니 역시 그랬다. 언니가 택한 남성은 아버지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아버지는 사교적인 성격으로 많은 사람들과 쉽게 친해졌지만, 언니의 남편은 내향적이고 사람 만나는 걸 싫어하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게임뿐인 전형적인 모범생 개발자였다.


나의 남편 역시 여러 면에서 아버지와는 반대되는 인물이다. 허황된 야망이 전혀 없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시간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성실하고 꾸준한 삶을 살아간다. 나는 이렇게 해서 정글을 헤쳐 나왔다.


나는 잘 맞지도 않는 미인대회에 두 번이나 나갔다. 주변에 믿을 만한 사람이 없다면 혼자라도 살아남기 위해 직장 생활을 하며 재테크에도 힘썼다. 핵심은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두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일상의 루틴이다. 그게 매일 매일 반복되어야 한다.




결국 인생은 사람에 달려 있다. 우리는 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 중 일부는 우리 인생에 치명적일 수 있다. 독사를 조심하라.


또는 사람 일일이 피해다니기 귀찮고 손해라 여겨진다면 얼마정도의 독을 주입해 스스로 독사가 되어보는 방법도 있다. 이건 모 아니면 도라서 정말 죽을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 방식으로 정글의 최상위 포식자로 올라서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그들은 어떤 독이든 끄떡 없다. 남을 물지만 않으면 된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부류의 인물군이다.) 그렇게라도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 이미 느끼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삶은 전쟁터다.


https://www.youtube.com/watch?v=PsO6ZnUZI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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