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 일과는 이렇다.
오전 6~7시 사이 아기가 기상한다. 함께 일어난다. 9시 전까지 아이 밥을 먹이고, 어린이집 등원 준비를 한다. 오전 9시30분까지 간단한 집안 청소를 마치고 작업실로 출근한다. 오전 9시30분 본격적인 업무 시작이다. 이때 집중력을 발휘해 글을 써내야 한다. 많은 돈을 받고 작업하는 일이기 때문에 정말 잘해내야 한다. 이곳은 프로의 세계다. 목숨걸고 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12시 간단히 점심을 챙겨먹고 12시30분부터 1시30분까지 운동을 한다. 그리고 다시 업무를 한다. 혼자 작업실에 틀어박혀 하는 일이라 사람과 만나 잡담을 한다거나 커피숍을 들락거릴 일도 없다. 직장인에서 프리랜서가 되어 가장 좋았던 건, 사람들이 몰리는 점심식사 시간대의 식당을 피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점심 한끼 먹겠다고 줄을 길게 늘어서는 건 너무 끔찍하다. 길거리를 왔다갔다 하는 시간도 싫었다. 다 먹고 커피를 또 마시겠다고 카페에 들어가 또다시 줄을 서는 것도 무슨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려진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때의 일상은 한마디로 재미가 하나도 없었다.
아무튼 다시 일과 얘기를 하자면, 그렇게 엉덩이 붙이고 앉아 (스탠딩 책상도 있어서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한다) 오후 6시까지 일한다. 아이 하원은 도와주는 분들이 계셔 4시부터 6시까지 아이를 맡긴다. 그리고 퇴근해 아이 밥을 챙겨주고, 씻기고, 집안 정리를 한다.
나의 일의 장점은 출퇴근 시간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남편도 마찬가지다. 남편의 직장은 집에서 자전거 타면 20분,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가면 한 30분 정도다. 아기가 어릴수록 직장 근처에 살라는 말이 맞다. 길거리에서 허비하는 시간만 줄여도 시간 부자로 살 수 있다.
아이는 저녁 8시에 재운다. 다행히 200일 때부터 들인 수면교육으로 아이는 잘 잔다. 그리고 그때부터 좀 쉬면서 뭘 좀 읽는다. 10시부터 주식을 보고, 10시30분에 씻는다. 11시엔 브런치 글쓰기를 할 준비를 한다. 밤 시간대의 변수는 아이가 중간에 깨는거다. 혹은 열이 나는거다. 갑작스럽게 토하거나 보채며 아픈거다. 그러면 씻거나 글쓰기나 뭐 그런걸 전혀 할 수 없다. 그래도 글을 쓸 때도 있었다. 그게 내가 짊어진 숙명이다.
이렇게 어린 아이와 보내는 시간도 희생하면서 커리어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럼에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골몰한다. 핵심은 집중력이다. 언제나 집중력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운동 중에는 팟캐스트를 듣는다. <집중력의 배신>이라는 책을 쓴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교 한덕현 교수가 출연했다. 올림픽 선수,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집중력 코칭을 해주시는 분이다. 인터뷰 내용 중 인상 깊은 내용이 있어 소개하려 한다.
"집중력은 별로 특별한게 아니다. 나를 믿고 하던 대로 하는 힘이다. 선수들에게도 하던대로 하라고 조언한다. 경기 당일날 특별히 더 잘해야지 생각하는 건 사기다."
집중을 하겠다고 특별히 온몸에 힘을 잔뜩 줘 가면서 일하는 건 사기다. 커피나 각성제를 들이키고 일한다는 것도 사기다. 하던대로 하는게 맞다. 그게 그 사람의 능력이다. 그리고 그런 매일이 쌓이면 곧 어느 경지에 올라선다. 자신도 의식하지 못할 때 그렇게 된다. 처음부터 1단계에 있는 사람이 50단계에 이를 수 없다. 2단계부터 49단계를 모두 밟아야만 가능하다. 그러니 세상은 얼마나 공평한가. 그럼에도 불공평하다 해도 상관없다. 나는 그냥 내 갈길만 갈거니까.
사랑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한 존경할만한 사수에게 결혼한 이유를 물었던 적이 있다. 그때 들었던 대답이 너무 인상 깊었다. "그동안 사귀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 사귈거니까." 나는 결혼의 이유를 물었을 때 이보다 더 명쾌한 답을 듣지 못했다. 앞으로도 계속 사귈 사람과 결혼하길 바란다. 천재지변이 있건, 내가 병이 나건, 상대가 병이 나건,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져도 연애할 사람. 그 사람이 당신의 운명의 짝이다.
또한 한덕현 교수는 "싫어하는 걸 견디는게 집중력"이라고 덧붙였다. 흔히들 전교 1등을 보면 집중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전교1등이라고 싫어하는 과목 하나쯤 없었을까? 당연히 있었겠지. 하지만 그냥 공부한거다. 그렇게 시험 쳤을 때 전과목에서 평균적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에 전교 1등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연애에도 이 공식을 적용할 수 있다. 상대의 싫은 점을 견딜 수 있는 게 진짜 사랑이다. 누구나 단점은 있다. 엄마도 자기 새끼 단점은 보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어떤가. 엄마들이 자식 싫은 점 있다고 미워하고 내쫓나. 그냥 품고 나아지길 바랄 뿐이다. 연인 관계에서도 똑같은 법칙이다. 상대의 진짜 싫은 점. 그게 눈에 훤히 보이라도 그냥 묵묵히 참고 견딜 수 있어야 원만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 그걸 고치려고 물고 뜯어지면 그때부터 파국이 시작된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안바뀌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혼할 사람이라고 여겨진다면, 나의 단점을 최대한 노출시켜라. 그리고 상대의 모든 단점을 파악하라. 이걸 결혼 전에 서로 읽어내지 못하면 결혼생활이 험난해진다.
https://www.youtube.com/watch?v=dIwwjy4slI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