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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성향이 달라서 이혼한 지인 썰

by 스몰빅토크

연인과 가장 많이 부딪히는 문제가 무엇인가?


이번에도 건너 건너 아는 지인의 이혼썰을 풀어보려 한다.


대기업 경영팀에서 일하는 30대 중후반 남성의 이혼 이야기다. 대학 때 CC로 만나 결혼한 이 커플은 결혼 후 6년만에 갈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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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사이 아이는 없었다.


바로 이혼 소식을 전한 건 아니었다고 한다. 어느날 그는 친구들에게 아내가 싱가폴로 유학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롱디 부부인지, 갑자기 왜 유학을 가게 됐는지, 얼마나 자주 만나는지 등을 물어봤으나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몇달 후, 이혼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두 커플은 사실 정치 성향 차이로 많이 다퉜다고 한다. 한쪽은 진보였고, 한쪽은 보수였다. 그리고 두 사람의 좁혀지지 않는 간극 탓에 결국 갈라서는 것을 택했다고.


정치 성향 차이가 종교 갈등 다음으로 많이들 겪는다.


국민 중 절반 이상이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는 연애 또는 결혼 할 의향이 없다고 답할 정도다. (출처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3 사회갈등과 사회통합 실태조사')


이 연구에서, 설문자들은 '정치 성향이 다른 이와 연애 및 결혼을 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58%가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 문제가 별로 와닿지 않다가, 15년지기 친구들과 술자리 대화를 나누다 깨닫게 된 적이 있었다. 한 친구가 나와 완전히 다른 정치 성향의 발언을 서슴지 않고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 친구와 서서히 감정적으로 멀어지고 거리를 두게 됐다.


(적어도 내 기준에선) 그녀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완전히 날조된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런 정치인의 날조된 거짓말을 믿고 그런 주장을 펼칠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이해도 간다. 그녀가 자라온 환경, 부모님, 그리고 현재 하고 있는 직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본다면 그런 성향을 갖게 된 것도 충분히 납득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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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더 이상 논쟁을 삼고 싶지 않아서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도로 의견을 표했다. 그리고 서둘러 다른 주제로 대화를 옮겼다.


15년지기 친구 사이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결혼 상대를 고르는 연애와 결혼이 얼마나 어려운 문제겠나. 고려할 게 너무 많다. 결혼상대의 인성, 건강, 직업, 재산, 부모님의 재무 상태, 거기다 정치와 종교 성향이라니.


그래도 결혼 후 "너와 내가 이렇게 달랐어?!"를 깨닫고 뒤통수 얼얼해 하는 것보다 미리 고려해보는 건 나쁘지 않다. 최악은 상대의 성향이 바뀔 것이라 언감생신 기대 한다거나, 내가 바꿔줘야 겠다고 하는 어줍잖은 마음을 먹는 것이다.


30살 넘은 이들의 정치적 성향을 바꾸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 갈등이 빚어지는 상황을 최대한 피한다면? 정치와 관련한 대화를 아예 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같이 사는 이와 정치 얘기를 빼고 대화하는 게 될까 싶다. 예를 들면 정부에서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어떤 이들은 분노할 것이고 어떤 이들은 환호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 개개인은 그 대책에 대한 의견과 해석이 다 있다. 정치는 일상이다. 일상을 빼놓고 어떻게 부부가 대화를 할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성장 배경과 종교가 엇비슷한 사람과 만나는 거다. 이 두가지가 비슷하면 정치 성향 역시 비슷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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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가 끌리는 이유 이런건 인생에 대입하지 않는게 이롭다. 반대가 만나면 결혼생활 내내 싸우기만 한다. 이 경우 한 사람이 무조건 참고 져 줘야 관계가 유지된다. 하지만 한평생 한 사람만 일방적으로 져주는 관계가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갈지 잘 모르겠다. 결혼생활 중에는 필연적으로 연애 때와는 달리 상대에 대한 감정이 식고 권태가 찾아온다. 그런 권태의 시기에도 상대에게 져 줄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마지막으로 방법이 딱 하나 있긴 한데, 별로 추천하진 않는다. 성향이 정반대일지라도 상대와의 관계를 이어가겠다 마음을 먹었다면, 부딪히는 주제에 대해 그냥 너무 진지하게 몰입해서 대화하지 않을 것을 추천한다.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듣는 방식이다. 상대가 아무리 열변을 토하고 목에 핏대를 세운다 해도, 대충 맞장구나 쳐주고 말아라. 매 순간 너무 진지하게 대응하려는 것도 오히려 함정이 될 수 있다.


연인 갈등이나 부부 갈등은 대체로 순간의, 찰나의 감정 때문에 관계가 크게 틀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 순간만 넘기면, 그 순간만 지나면 대체로 잔잔하게 흐르는 강과 같은 시간들일 거다. 그래서 상대가 아무리 감정적이라 해도 한 사람만 우직하게 버티고 있으면 그 관계는 별 탈 없이 간다. 현명한 사람들은 큰 이변이 없다면 언제나 관계를 지키고 싶어한다. 왜냐하면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동안 들인 시간과 돈이 아깝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언제나 우직하게 버티는 쪽을 선택한다. 관계 뿐만 아니라, 모든 문제에 있어서 그렇듯 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5YXVMCHG-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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