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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1000억씩 벌면서 주말에도 출근하는 삶

지옥은 탈출구가 없어

by 스몰빅토크

모든 업계엔 '신'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인간의 반열에선 도저히 할 수 없는 기록을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도 분명 똑같은 인간이다.


그 사람들 여자 배에서 나왔지, 알에서 태어나진 않았을 것 아닌가.


분명 같은 인간인데, 어떻게 수많은 사람들을 제치고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공통된 패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가 모델을 했던 시절, 업계엔 탑 스타일리스트가 있었다.


탑 스타일리스트 분은 우리나라 탑스타들의 모든 스타일들을 총괄하는, 그야말로 패션계 레전드인 분이셨다.


본인 이름을 딴 방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명품 브랜드들을 꽉 잡고 있다.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우리나라에서 프로모션을 진행하거나, 홍보 마켓팅을 하려 할때, 이 분의 손을 거치지 않는 경우는 없었다.


워낙 신비주의이고, SNS도 절대 하지 않아 대중에겐 이름 정도만 알려져 있는 분이다.


그 분 곁에서 일을 해보며 관찰해본 결과, 재력이 상당하다는 걸 깨달았다.


청담동에 본인 소유의 건물이 몇 채나 된다. (이 사실은 기사를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피팅을 하러 가는 청담동에 사무실이 매번 달랐다. 개인적으로 ‘여기 다 본인 소유 건물인가?’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등본 떼보면서 확인해본 사실이다.)


그 분이 이제 막 시작하는 신입 모델들 모아놓고 해주셨던 말이 생각 난다. 그 분 고향이 인천이데, 처음 스타일리스트 일을 시작하려고 스무살에 서울이라는 낯선 동네로 오게 됐을 때였다. 업계에서 그 누구도 반박 불가능한 업계 최고 1등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모든 것들을 1로 도배했다고 했다.


휴대폰 비밀번호도 1111, 집 주소도 101호, 휴대폰 전화번호도 1111로 만들었다.


그렇게 매 순간 1등이라는 숫자에 집착했다고 했다.


그 주술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그는 업계의 넘버 원이 됐다.


그가 얼마나 남다른 집요함과 욕심으로 일을 해 나갔겠는가.

그러니 패션업계에 아무리 많은 스타일리스트가 있다 해도, 궁극적으로 그가 탑이 될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하이엔드' 다.

패션 업계의 하이엔드인, 최고의 VIP를 모셔야 하는 명품 브랜드들이 가성비 따지면서 고만고만한 스타일리스트에게 맡겨 자기네 제품 마케팅을 펼치겠나.


돈을 아무리 많이 주더라도 업계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최고로 잘 연출하고, 잘 표현해내는 스타일리스트를 찾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돈을 쓸어담아 청담동 건물주이자 수백억 재력가가 됐다. 그리고 그는 수천억 재력가가 된대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런 말이 있다.

서울대 의예과 수석 합격생의 후기 글이었다.


"독서실에서 마지막까지 남아 공부를 한다.

웃기는 일이었다.

내가 제일 공부를 잘하는데, 내가 제일 열심히 한다."


비단 공부 뿐만이 아니다.

업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고 있는 유명 탑스타들을 떠올려 보면 어떤지.


예를 들면 이정재라는 배우가 있다.

그는 이미 돈을 벌 만큼 벌었다. 그가 번 돈은 어떻게 쓴다 해도 분명 평생 다 못 쓴다.


20대에 스타덤에 올라서, 단 한번도 대한민국 최고의 남자 배우 자리를 놓쳐본 적이 없다.

운도 물론 평균보단 좋았겠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그는 일을 절대 쉬지 않는다.

배우 중에서 제일 열심히 한다.


그러다 <오징어 게임>이라는 글로벌 빅히트 콘텐츠가 터져서, 세계인들의 기억에 남는 배우가 됐다.


이후 할리우드에 진출해 <스타워즈>를 찍을 땐 혀 양쪽이 닳아버릴 정도로 영어 연습을 했다고 한다.


대중들이 아는 인물로 쉽게 예시를 들어 그렇지,

사실상 모든 업계에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의 최고 정점에 앉아있는 사람은, 그 누구보다 가장 열심히 일한다. 평생 쓰지도 못할 돈 갖고 건강관리 하고, 여행 다니면서 살아도 좋을 텐데 그렇게 안 한다.


누구 좋으라고?


자기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경쟁자가 치고 올라올까봐 늘 주시하면서 자기 일 해낸다.


우리나라에 김앤장이라는 업계 1위의 법률사무소가 있다. 어쩌다보니 주변에 변호사 일을 하는 분들이 많아, 김앤장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곳이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설립변호사 김영무 박사님은 42년생이다. 그분은 주말에도 사무실에 나와 출근해 업무를 본다. 아마 이번주에도 그랬고 다음주에도 그럴 것이다. 그는 김앤장의 '역사'이자 '저물지 않는 태양'이라고 언론에 알려진 바 있다. (더벨 2019년 6월 기사)


(김영무 박사는 2005년 한 해 570억을 벌었고, 이 금액은 삼성 이건희 회장을 제치고 개인 소득 국내 1위를 기록했다. 2019년 김앤장의 매출은 846,114,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9844억5300만원의 매출을 올려 세계 60위를 차지했다.)


한 인간이 들인 노력을 묘사할 때 ‘피 땀 눈물' 그런 단어를 많이 쓰는데, 이런 분들 보면 피 땀 눈물 같은 인간적인 개념이 아니다. 피 땀 눈물 그런건 아주 어렸을 때 몇 번 재미삼아 흘려봤을 거고. 그런 감정이나 물질(?)들이 마르고 닳아서 고갈될 때까지, 고갈되고 나서도 멈추지 않는 어떤 불사의 존재가 되어버린거다. 개인적으로 감옥에 가도 멈추지 않을 어떤 혼이다. 죽어야만 멈춰진다고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제 그만 여기서 대충 만족하라는 말.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말.

지나치게 애 쓰며 살지 말라는 말.


이런 부류 사람들 흉내라도 내고 싶다면 좀 거북스럽게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당신의 마음을 슬프게 해서 나도 유감이다.

미안하지만 현실이 그렇다.


"내가 제일 공부를 잘 하는데, 내가 제일 열심히 한다"는 말은 뒤집어보면

"내가 가장 열심히 안하는데, 내가 가장 공부를 못한다"는 말과 같다.


이 법칙을 정말 말 그대로 이해하는 이라면,

그리고 행동으로 옮기는 이라면,


환영한다. 지옥에 온 것을.

여기에 들어온 이상, 탈출구는 없다.

끝을 보기로 하자.


https://www.youtube.com/watch?v=eVTXPUF4Oz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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