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죽어가는 사람을 가까이서 본 적이 있는가.
또는 죽은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나이 많은 사람 말고, 나의 또래와 비슷하거나,
나보다 어린 사람이 눈 앞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걸 본 적이 있는지 묻는 것이다.
오늘은 사랑과 죽음, 그리고 질병에 관한 이야기다.
로맨스 드라마의 클리셰 중 하나는 시한부 소재다.
그리고 현실에는 드라마 뺨치는 기가 막힌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지인 분이 서른넷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뇌종양이었다. 드라마 <눈물의 여왕> 속 홍해인이 앓던 병과 같다. 그의 아버지도 같은 병으로 돌아가셨으니 가족력인 셈이었다. 그에겐 대학시절 캠퍼스 커플로 만나 10년 넘게 사귀다 결혼한 부인이 있었다.
여러분은 이 커플이 어떤 엔딩을 맞았을거라 상상하는지. 홍해인의 곁을 끝까지 지켰던 백현우 처럼, 남편의 마지막을 지켜보다 사별한 아내의 모습이 그려지는가. 그렇다면 아직 당신은 순수한 편이다.
지인 분은 2~3년 정도 투병을 했다. 뇌종양은 뇌에 악성종야이 자라는, 즉 뇌암이다. 하지만 뇌종양을 뇌암이라 부르지 않는 이유는 일반 암세포와 달리 다른 신체 기관으로 전이가 거의 안된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뇌종양이 발병하면 말이 어눌해지고, 잘 걷지도 못하는 장애가 나타난다. 발작도 이따금 한다. 마지막엔 기억을 상실한다.
그의 아내는 투병생활을 견디지 못했다. 지인분이 사망하기 전 이혼을 요구했다가, 나중엔 유산을 노리고 이혼 요구를 번복했다. "죽은 사람은 죽더라도, 산 사람인 나는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당연히 그렇게 느끼겠지만, 유족들은 그녀의 태도가 잔인했다고 느꼈다. 남편의 투병과 사망에 대해 아내는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다. 물론 남편의 죽음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아내가 가장 힘들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또 그녀의 입장을 들어본 게 아니라서 무엇이 진실에 가까운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그의 유족들과 친구들은 서둘러 두 사람을 이혼시켰다. 조금일지라도 지인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지인 분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세상을 마무리 했다. 젊은 나이였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너무 착했던 사람'으로 기억한다. 그의 꿈은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이었다. 아이를 낳아서, 한 가정의 멋진 아버지로 사는 걸 꿈꿨다. 생의 마지막 순간 자신을 버렸던 아내와 함께 꾸렸던 그 가정 말이다. 그가 투병하며 마지막까지 기록했던 블로그가 쓸쓸하게 남아있다.
이런 뉴스도 있다.
“출산하다 5세 지능이 된 딸…사위는 이혼 요구” (출처 : 2023년 2월8일 JTBC 사건반장)
출산을 하다 지적 장애를 얻어 5살 지능이 된 아내에게 남편이 이혼을 요구한다는 사연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1UanxjWkN6s
대기업에 다니며 착하고 똑부러졌던 A씨는 대학시절 만난 남성과 오랜 기간 연애를 해 10년 전 결혼을 했다. 결혼 후 두 사람은 아이를 계획했고 임신에 성공했다.
문제는 출산 날이었다. 질식분만을 하던 중 태아의 심장박동이 감소하자 응급제왕절개수술을 시행해 아이를 출산했다. 이 과정에서 출혈이 너무 많아 뇌에 손상이 왔다.
산모 A씨 측에서 의료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1심 재판부에서 기각됐지만, 항소심에서 병원 측의 과실을 일부 인정했다. 배상액과 이자액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A씨는 5살 아이의 지능이 되었다. A씨의 가족들은 1심에 패소한 날 시가 측에서 찾아와 딸과의 이혼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사돈 부부가 "우리 애라도 살아야지 이혼시키자"고 했다. A씨는 사고 후에도 모성애가 남아있어 먼 발치에서 아이를 지켜보고, 남편에게 매일밤 문자메시지를 보낸다고 했다. A씨 가족들은 딸과 사위를 이대로 이혼시키는게 맞는지 고민이 된다고 사건반장 측에 사연을 알렸다.
사건반장에 사연이 전해진게 2023년 2월 8일이다. 그리고 그 해 4월, 손해배상액과 이자액 (통합 15억원 가량)을 지급하라는 2심 판결이 내려졌다. 가망이 없다 판단했던 1심 판결 후 이혼을 요구했던 사위가, 2심 판결 후 입장 변화가 있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누군가는 치를 떨면서 분개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어떻게 그렇게 매정할 수 있는지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들이라 비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를 일이다.
나는 어쩐지 그 누구도 함부로 비난하기가 어렵다.
본인이 정말 그 입장이 된다면, 어떤 선택 또한 쉽지 않았을 거라 생각이 든다.
인생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jppOzsPUi3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