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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아 Oct 13. 2024

강남이라는 도시의 흥청대는 분위기

연애할 때 가장 매력있는 능력 중 하나는 역시 지적 능력 아닐까요. 데이트를 할 때 자신의 관심사에 대한 지식을 대방출 하는 남성/여성은 멋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과 깊이가 느껴지니까요.


오늘은 가을철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를 소개해드리고, 그 장소를 설계한 건축가들을 설명해드리고자 합니다. 연인과 함께 거리를 걸으며 이 공간을 만든 사람에 대해, 어떤 의도를 갖고 만들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면 보다 풍부한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해 준비해 봤습니다.


1. 선유도 공원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양화동 95


선유도 공원은 원래 폐수처리장이었던 곳을 재생해 만든 생태공원인데요, 조성룡, 정영선 건축가가 만들었습니다. 조성룡 건축가는 한국의 대표적인 도시재생 전문가로, 버려진 공간이나 노후화된 시설을 새로운 가치를 지닌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을 주도해왔습니다. 정영선 역시 환경을 고려한 건축 설계를 강조한 건축가입니다. 두 건축가는 폐기된 산업시설을 자연과 조화롭게 재생해 도시 속 생태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공원 곳곳에 기존 시설의 흔적을 남겨두면서,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자연의 순환과 정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1) 녹색기둥의 정원

이곳은 선유도 공원의 가장 상징적인 장소 중 하나로, 옛 수처리장 구조물을 그대로 두고 기둥과 벽에 식물을 심어 초록의 정원으로 만들었습니다. 빛이 투과되는 기둥과 자연스레 자라나는 식물들이 함께 어우러져 독특한 미적 분위기를 자아내며, 방문객들에게 신비로운 느낌을 줍니다.

이미지 출처 : 서울시

2)시간의 정원

시간의 정원은 공원의 역사적 흔적을 그대로 보존한 장소로, 선유도의 옛 정수 시설 구조물들을 그대로 남겨 두고, 그 위에 다양한 식물을 심어 자연과 조화를 이룬 독특한 공간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공원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OPEN HOUSE

3) 자연학습장

생태 교육과 체험을 위한 공간으로, 다양한 식물과 나무, 물고기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자연을 관찰하며 생태계의 중요성을 배우기 좋은 곳으로,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특히 추천되는 장소입니다.


2. 인사동 쌈짓길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44


안국역에서 내려 걷다보면 건축가 이로재의 승효상이 설계한 독특한 쇼핑 공간이 펼쳐집니다. 2004년에 완공된 이 건물은 한국의 전통적 미와 현대적 감각이 결합된 디자인으로, 인사동의 상징적인 공간 중 하나입니다.

ⒸAdobe Stock

쌈짓길의 건축 의도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와 ‘열린 공간’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승효상 건축가는 한국 전통 시장의 골목길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했고, 하나의 공간이지만 길을 걷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려 했습니다.그래서 내부는 한 방향으로 오르내리며 순환할 수 있는 나선형 통로로 되어 있어, 쇼핑을 하며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쌈짓길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열린 구조입니다. 내부가 뚫려 있어 어느 층에서든 다른 층을 볼 수 있으며, 모든 공간이 외부로 연결된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를 통해 방문자들이 다양한 상점과 예술 작품을 자유롭게 관람하며 교류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건물 외관은 콘크리트와 나무 소재를 사용해 한국의 전통 미를 현대적 건축 언어로 표현하고, 옥상에는 작은 정원을 조성해 도심 속에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게 했습니다.


3. 환기 미술관

서울특별시 종로구 부암동 210-8


한국의 대표적인 추상화가 김환기의 작품과 예술 세계를 기리기 위해 지어진 미술관입니다. 건축가는 김환기 화가와 함께 뉴욕시절을 보낸 재미건축가 우규승이 설계했습니다. 1990년부터 착공해 본관은 1992년 완공되었습니다.  

ⒸWhanki Museum


자연과의 조화, 예술과 공간의 일체감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미술관은 북한산 자락의 경사를 따라 지어졌으며, 부드러운 곡선으로 자연스러운 형태를 강조했습니다. 건물외관 재료는 주변 환경을 반영해 하부부터 석재와 판재로 표현된 석재를 사용, 상부는 납을 입힌 동판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Whanki Museum
ⒸWhanki Museum
ⒸWhanki Museum

미술관 내부 공간은 단순하면서도 조화로운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관람객이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장식과 차분한 색조로 마감되었습니다. 예술 작품이 공간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게 하기 위해, 방문자들이 작품에 몰입하고, 주변 자연과 교감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환기미술관의 설계는 한국 전통 건축의 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한국적인 미감을 세계에 알리고자 했던 건축 철학이 깃들어 있습니다.

설립자 김향안과 건축가 우규승, 환기미술관 공사 현장, 1992 ⒸWhanki Museum


4. 어반파이브 (Urban Hive)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동 99-7

Ⓒnewsroom.posco

건축가 김인철이 설계한 어반파이브(Urban Hive)는 서울 강남에 위치한 상업용 오피스 빌딩입니다. 그는 '강남이라는 도시의 흥청대는 분위기'에서 이 건물 설계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도회의 욕망에 점령된 번잡과 혼란을 진정시키고, 차분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어반파이브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벌집 모양의 외관입니다. 지름 1m 크기의 원형 구멍이 3300개 가량 뚫려 있습니다. 이 외관은 건물의 자연 채광을 돕고, 창문 크기를 자유롭게 조절하여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이 벌집 형태는 콘크리트 구조로 이루어져 외벽을 보강하면서도 건물의 조형미를 돋보이게 합니다. 17층 높이의 건물을 전체 콘크리트로 만든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드뭅니다. 높이 올라가면 하중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넓고 큰 면을 노출콘크리트로 매끈하게 처리하는 것 또한 기술상 난이도가 높습니다.

Ⓒnewsroom.posco
Ⓒnewsroom.posco


내부의 사용성과 개방감을 확보하기 위해 기둥 없이 TSC합성보를 택했다고 합니다. 김인철 건축가는 이 건물을 통해 도시 속에서도 자연스럽고 열린 공간을 창출하고자 했습니다. 어반파이브의 독특한 외관은 강한 인상을 주면서도 환경친화적인 건축 설계를 보여주어, 단순히 기능적인 빌딩이 아닌 예술적이면서 지속 가능한 건축물로 자리 잡게 했습니다.


5. 미메시스 미술관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534-6

‌Photos by Fernando Guerra © The Open Books Co.

경기도 파주시 출판단지에 위치한 독특한 미술관인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Mimesis Art Museum). 포르투갈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로 시자(Álvaro Siza)'가 설계했습니다. 이 건물은 2009년에 완공되었으며, 예술과 건축의 조화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출판과 예술의 집이라는 콘셉트를 살려, 전시 공간 자체가 작품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알바로 시자는 부드러운 곡선과 유려한 외관을 사용하여 건물을 유기적인 형태로 디자인했습니다. 흰색으로 마감된 외관은 빛을 부드럽게 반사하여 주변 자연과 잘 어우러지며, 내부는 자연광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작품 감상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Photos by Fernando Guerra © The Open Books Co.

미메시스는 그리스어로 ‘모방’을 의미하며, 예술의 본질을 탐구하고 표현하는 장소로써, 건축 자체도 주변 환경을 모방하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이 건물을 설계한 알바로 시자는 포르투갈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로, 1933년에 태어나 현대 건축에서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접근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주로 자연환경과의 조화, 간결한 선과 부드러운 곡선, 그리고 빛과 공간의 미학적 활용에 중점을 두며, 기능과 미적 요소를 균형 있게 반영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시자는 1950년대부터 건축 활동을 시작했으며, 특히 포르투갈의 도시와 자연 환경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설계를 해왔습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포르투갈의 포르토대학 건축학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아베로에스 도서관, 그리고 한국 파주의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등이 있습니다. 그는 포르투갈 특유의 전통적인 건축 양식과 현대적인 건축 기법을 결합하여 독창적인 작품을 탄생시켰고, 이런 노력으로 1992년에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6Stu7h7Qu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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