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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아 Oct 16. 2024

자기 공장 기기 직접 설계하고 특허 등록한 대표 이야기

조용한 주택가 안쪽에 자리한 한 동네 빵집이 있다.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인데 일반 빵도 팔고, 케이크도 있다. 보통 동네 빵집에서 두개를 다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새벽 4시에 출근해 케이크를 굽고 빵을 반죽하는 사장님이다.


벽에는 신문기사가 액자 속에 걸려있다. '마술 같은 빵굽기...오락보다 재밌죠'라는 제목으로 13살에 제과제빵 기능장을 꿈꾸는 소년의 꿈이 담긴 내용이다. 초등학교 6학년에 제과 제빵 기능사 자격증을 딴 이 소년은 기능장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신문기사 속 주인공은 유학도 갔다가, 큰 호텔 베이커리에서 일도 해봤다가, 마침내 24년 후 조용한 주택가 근처에 빵가게를 열었다.




빵가게를 직접 가 본 것은 아니다. 그 빵가게에서 빵을 사다준 사람이 해준 이야기다. 그 사람은 자기가 본 장소와 만난 사람을 그리듯이 이야기 해준다.


그 사람은 레스토랑을 가도, 빵가게를 가도, 심지어 편의점을 가도 그 공간을 유심히 관찰한다. 테이블은 어떤 원목을 썼으며 공간의 조명은 어떻게 사용했는지. 노래는 어떤 종류를 틀어놓는지. 사장님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면서 어떤 루틴으로 가게를 운영하는지, 이 가게를 운영하는데 들인 노력과 시간은 어느정도인지를 캐치한다.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진 않는다. 그저 무의식적으로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그렇게 한다. 또한 모든 것의 원리를 꿰뚫기 위한 습관적인 노력이다.


건축에 대한 이야기도 그 사람이 해줬다. 아무 생각 없이 거리를 함께 걷는데, 이 건물은 건축가 OO이 설계한것이고 앞에 보이는 저 건물은 건축가 OO이 만든 거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그 건물에 담긴 의도와 의미, 어떤 재질로 설계를 했고 시공 가격과 기간은 얼마나 들었는지 잘 안다. 왜 저 건물이 저렇게 흉측하고 멋 없는지도 마구 비평해댄다.




자동차 마니아라 슈퍼카가 10대 이상 있다. 만날 때마다 차가 바뀐다. 가끔 이동을 위해 같이 탈 때가 있는데, 그 차의 엔진 원리를 열정적으로 설명한다. 실린더가 4개인 엔진이고 V형이며 차량 스피커는 천장에도 달려서 아주 미세한 음향을 내고 등등...물론 나는 그쪽으론 아예 관심도 없고 설명을 아무리 해줘도 이해를 못한다. 그 원리를 파악하고 있어서 본인 공장의 기기 설계도 다 본인이 직접 하고 특허도 등록했을 정도다.


함께 명동 길거리를 걷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지나쳐 왔을 때다. 그 사람이 조용히 빙긋 웃길래, 왜 웃냐고 물었다. "방금 봤어? 사람들은 정말 무수하고 다양하지?" 그 짧은 몇초의 시간동안 지나간 사람들을 관찰하고, 탐색한 것이다. 나는 그냥 다음에 가야할 길만 찾고 있었는데.


자신의 분야가 아닌데도 세상의 모든 분야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것을 탐구하고 파악하려는 자세, 탐구심과 애정이 쌓여 결국 재산과 지식으로 연결된다.


한마디로 그 사람 앞에 가면 아 나는 정말 바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는게 거의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자꾸 나를 돌아보게 된다. 왜 수많은 건측물들에 아무런 호기심을 갖지 않았을까, 왜 음식을 먹을 때 어떤 느낌인지 더 음미하지 않았을까. 처음에는 돈이 많아서 그렇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살아서 돈이 많아진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세상의 모든 것을 느끼고, 배우고, 깊이 들어가 공부할 수만 있다면 돈이 없건 많건 무척 풍족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러니까 뭐든 원리를 알아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문학과 콘텐츠 쪽에는 지식이 얇은 편이라 내가 여러가지 정보를 준다. 그나마 나눌 수 있는 정보가 있어 감사하다 생각한다.


무수한 지식과 교양과 재산이 있는 그 사람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본인 자신이다. MBTI를 거부하는 MBTI라고 말하며, 본인에겐 여자도 남자도 모두 있다고 한다. 상당히 동물적이고 야생적이면서도 숨막히는 섬세함과 디테일을 지키려고 한다. 잔인한데 따뜻하고, 정은 없는데 의리는 있고 경쟁적인 것 같으면서 경쟁사엔 오히려 무심하다. 그들을 한방에 뭉개버릴 전략을 언제나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정말 복잡하고 흥미로운 사람이다. 내가 그 사람에 대해 발견한 이야기를 한가지씩 하면, "응 나 그래" 라고 모두 시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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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자기 자신을 아는 것부터 한걸음을 떼야 한다.

이 과정에는 당연히 남들이 맞춰놓은 틀과 관점에 갇혀선 안된다.


걸음을 떼기 시작하면 세상은 놀이터가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Iv4CuIIsp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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