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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학교, 내용이 알찬가요?

-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배우는 것 같아요.

by 재하

초등학교 입학식 전에 방과후 학교를 신청하라는 알리미가 왔다. 모든 수업이 재밌어 보였지만 일단 두 과목만 신청했다. 우리가 방과후 수업을 선택한 기준은 단순했다. 집에서 하기 힘든 것을 가르쳐주는 선택하자! 그래서 선택한 것이 생명과학과 토탈공예 수업이었다. 두 수업 모두 정말 꿀과 같은 수업이었다.

일단 생명과학 수업은 물화생지를 다 배운다. 심지어 생활 속에 필요한 용품도 만들어온다. 그 속에서 과학 지식을 녹여내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그래서일까, 아이가 생명과학 수업때 배운 얘기를 자주 했다.

집에서 해시계에 관한 글을 같이 읽은 적이 있는데 생명과학 시간에 해시계 만드는 방법을 설명해서 맞췄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가정과 방과후 수업이 연계되니 그야말로 꿀잼이다.

달팽이나 기니피그 등을 관찰하는 날도 있었다. 이건 정말 정말 정말! 내가 해줄 수 없는 것들이니 좋다! 생명과학은 아이가 무척이나 좋아해서 1학년 때부터 빠지지 않고 신청하는 과목이다.


그래서일까? 2학년이 되자 아이가 동물학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났을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나와 과학 공부를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며칠 전부터 시작했는데 정말 재밌어한다. 과학은 통합과학을 배우는 세대이니, 생명과학만 편식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아무튼, 어떠한 지식을 습득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생명과학은 우리에게 엄청난 것을 선물한 과목이다.

토탈공예 수업도 좋다. 아이는 만들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종이에 뭔가를 그려서 오리고 붙이고 난리도 아니다. 월요일 아침에 딸 방에 청소하러 들어가 보면 바닥에 잘려나간 작은 종잇조각들이 치워주시라는 얼굴로 퍼져있다. 열심히 치우고 갔는데도 아이 눈엔 작은 조각들이 안 보이나 보다.


아이는 가끔가끔 같이 무언가를 만들자고 나를 졸라대는 데 문제는 내가 만들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토탈공예 수업이 좋다. 아이가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서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니 손가락 움직이고 싶은 욕구가 충족된다. 재료 또한 집에서 준비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학교에서 만들기 욕구를 채우니 집에서 나에게 무얼 만들자고 조르는 일도 줄었다. 그래서 무조건 좋다! 그 외에도 방송댄스, 컴퓨터, 미술 등의 방과후 과목들을 추가하면서 열심히 했는데 한 번 하고 그만둔 적은 없고 꾸준히 유지했다.


아이를 키울 때 나의 교육관 중 하나가 한 번 하면 일 년 이상은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과목을 늘리면 어떻게든 1년을 유지시켰다. 왜냐하면, 수업이라는 것이 어떤 날은 재미있고 어떤 날은 지루할 수 있는데 어린이의 오락가락하는 마음을 그대로 받아주면 쉽게 포기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돈이었다. 방과후 활동이 저렴한 편이라고 하지만, 월화수목금 모든 수업을 들었더니 한 분기에 45만 원가량의 돈이 훅~ 나가버렸다. 작년엔 주 2~3회를 신청했고 학교에서 지원금도 나와서 한 분기에 재료비 정도만 내면 방과후 수업 비용은 부담스럽지 않게 해결됐다. 그런데 늘봄이 생기고 나서는 방과후도 늘봄 선택형으로 바뀌어서 지원금이 나오지 않는다. 두 달에 40만 원가량이면 한 달에 20만 원 정도이니, 매일 가는 태권도나 피아노학원 대비 비싼 것이다. 그래서 다음 분기부터는 과목수를 줄였다. 왜냐하면 방과후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돌봄 교실에서 진행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과 후는 가성비 수업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설 학원도 선생님에 따라서 아이를 가르치는 능력 차가 크듯 방과 후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방과 후 수업들이 당장 학습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그래서 시간 때우기 용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아니다. 방과 후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은 다른 학년과 함께 수업 듣는 기회를 가진다. 그 속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규칙을 지키며 무언가를 수행해 내는 작업은 또 다른 배움이 될 수 있다.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 있고 아닌 선생님도 있는데 그것은 학부모 참관일에 가서 보고 판단하면 된다.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면 계속 수강신청을 하면 되고 아니라면 다른 수업을 찾아 떠나면 된다.

고학년 때는 학습량이 늘어서 방과후 수업에 참여할 시간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저학년 때는 과목 수도 적고 학습이 놀이처럼 진행되므로 마음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럴 때 방과후 수업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접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나저나, 늘봄은 언제 즈음 자리를 잡을는지. 늘봄과 관련한 안내문이 올 때마다 도대체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어수선한 늘봄이 하루빨리 자리를 잡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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