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저학년 때만큼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기도 없지 않을까요.
우리나라 교육은 학습적인 부분에 심하게 매몰돼 있다. 지덕체의 조화를 중요시하는 전인교육을 생각할 때 너무나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만큼은 학교에서 익히지 못하는 것을 밖에서라도 채워주고 싶었다. 그중 하나가 운동이다.
내가 정말로 아쉽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고등학교 때 체력이 너무 안 좋았다는 것이다. 종일 앉아서 공부만 해대니 근근이 버티던 배터리는 빠르게 방전됐다. 우리 아이만큼은 이러한 전철을 절대 답습하지 않도록 어릴 때 기초체력을 키워주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태권도였다.
요즘 태권도 학원에서는 태권도만 배우지 않는다. 품새와 겨루기를 기본으로 배우고 줄넘기, 인성교육까지 진행된다. 봄이면 딸기밭에 가고 여름이면 물놀이를 가며 겨울이면 눈썰매장도 가니 얼마나 좋은가. 가끔 키즈카페를 대관해서 가거나 도장에서 합숙 훈련도 하니 참 좋다. 가장 좋은 것은 매일 운동을 한다는 것이다. 아침에 예쁘게 묶고 갔던 머리가 오후에 태권도장에서 엉클어질 정도로 땀을 쭉 내고 오니 밤에 잠도 잘 자고 기초체력도 올라간다.
더 좋은 것은 사범님이 차량을 운행하다가 태권도장 아이를 보면 위험하게 놀지는 않는지, 이 시간엔 집에 가야 하는데 왜 돌아다니는지 점검해 주신다는 것이다. 또,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문제가 생기면 같은 도장의 언니 오빠들이 도와주는 것도 긍정적인 점이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태권도를 다녀야 할까?
고학년이 되면 아무래도 학습적인 면에 투자를 더 많이 해야 하다 보니 예체능 학원을 가장 먼저 그만두게 돼 있다. 수학, 영어 학원만 다니기도 바쁜데 운동할 시간이 어디 있나. 그래도 나는 아이에게 초등학교 6학년까지는 태권도 학원에 다니라고 했다. 태권도를 그만하고 싶다면 수영이나 요가 등의 다른 것으로 대체해도 좋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 집에서 수영장이나 요가학원까지의 거리를 생각하면 5분 거리의 태권도가 최고다.
중학생이 되면 정말로 운동할 시간이 없으니 초등학교 때는 의외로 운동하는데 최적의 시기다. 그러나 내 생각엔 중학교 때도 운동을 놓지 않는 것이 맞다. 얼마 전에 교육 예능 프로그램에서 중학생 아이가 솔루션 대상자로 나온 편을 본 적이 있다. 그 아이는 중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태권도장에 나가서 운동하고 있었다. 어릴 때 해외에서 공부하다 한국으로 돌아온 아이여서 그런지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혀 있는 듯했다. 우리 아이도 되도록 중학생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매일 운동했으면 좋겠다.
태권도가 기초체력만 키워주는 활동이냐? 그건 아니다. 아이는 품새를 따러 갔다가 1품과 함께 품새상을 받아온 적이 있었다. 어찌나 좋아하던지, 이 기쁨을 함께 나누기 위해, 태권도 수업을 같이 듣는 학생들에게 간식을 돌린 적이 있다. 그때의 성취감이 계기가 되어 최근에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품새 대회에 나갔었다. 물론 첫판에 패해서 대성통곡을 하고 집으로 왔지만, 더 열심히 노력해서 다시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이는 품새를 통해서 성취감과 좌절감을 모두 배웠다. 그리고 그것에 대처하는 법도 터득했다. 기쁨은 함께 잘 나누고 슬픔은 딛고 다시 도전해야겠다는 마음을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교훈인지 모른다.
태권도 외에도 하고 싶어하는 건 많다. 아이는 오빠가 수영 수업을 하는 것을 보더니 주말마다 수영을 배우고 싶다고 2월부터 노래를 불렀다. 겨울은 추우니까, 따뜻한 봄이 되면 가라고 했는데 막상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이후에 수영 얘기를 몇 번 하기에 이번 여름방학 특강에 참여하도록 했다. 만약, 특강이 재밌어서 더 하고 싶다고 하면 주말 수영 수업도 추가해 볼 생각이다.
또, 나의 지인과 달리기 대회도 나가보고 싶다고 해서 체력을 열심히 키우고 있다. 어린이가 달리기 대회는 무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지인의 말로는 몸이 가벼워서 훨씬 잘 달린다고 한다. 가을에 걷기 대회를 시작으로 몸을 예열한 뒤에 도전해 볼 예정이라서 매우 장기 프로젝트다. 그래도 요즘 대회는 예쁜 메달도 주곤 해서 참가할 맛이 나는 것 같다. 아이가 꼭 해보고 싶다고 할 정도니 말이다.
열심히 운동을 하겠다는 우리의 계획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아무도 모른다. 아이가 학습에서 부진한 면을 보이면 언제든 엄마표 공부를 떠나 학원으로 가야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학습량이 적은 저학년 때는 매일 운동하기라는 목표가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