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구주택을 지을 당시 주변에선 평당 가격을 높게 하지 말고 가성비 있는 주택을 지으라고 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하려면 제대로 하고, 아니면 말지 하는 생각으로 일을 벌이지만 원가와 수익계산을 못해 주머니 사정은 항상 달랑거리다 못해 쫄깃 거리기까지 한다.
도금한 남편을 만나면서부터 집을 사든 아파트를 사든 대출이란 걸 받아본 적이 없어 대출은받으면 안 되는 줄 알았다.
다만 사춘기가 시작될 중학교 때부터 시작되었던 남의 집 살이는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할 때까지도 셋집을 전전하던 아픈 기억이 있어, 여유가 생기면 밭이든 상가든 사들이기 시작했고, 집을 짓되 주차장도 넓고 가장 큰 집을 지어 살고 싶었던 내 욕심과 치유를 위한 발판이 되었던 것이 4층짜리 19세대 다가구였다.
땅을 소개했던 대학 교수이자 건축소장이 직접 감독을 했고, 설계는 헤이리 마을을 벤치마킹 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지었다.
완공이 떨어지자 건축 소장은 건축비에 3억을 얹어 줄 테니 팔라고 했다.
아마도 한 채를 짓고 팔고, 다시 짓고 팔고를 했더라면 멋진 파트너가 되었을 텐데 일언지하에 거절 한 덕분에 연결고리는 그만 멈추고 말았다.
당시만 해도 다가구가 내 인생의 종착역이라고 생각했고, 평생 연금이 나오는 안정된 곳이라 판단해서 공도 많이 들였다.
그래서 난 자식과 같은 집이라고 말한다.
땅을 사서 1년 이상을 기다려 마무리할 수 있었으니 어쩌면 10달의 산고보다 더 긴 기다림이었다.
지금은 다가구라 하면 깡통주택 취급을 하는 상황이 되어 우울하고 자존감마저 낮아졌다.
.
내진설계에 세대마다 방화문과 홈오토를 설치해서 누가 찾아왔는지 확인할 수 있게 했고(10여 년 전에는 아파트도 홈오토가 없는 곳이 많았다).
에어컨. TV 등 전자제품은 as가 잘 되는 삼성으로 했고, 싱크대 상판과 식탁은 인조대리석으로, 빌트인 대형 옷장과 신발장을 넣어 지저분 함을 없앴고, 세대마다 에이스 싱글침대를 넣었다.
이불과 밥통, 옷만 가져오면 살 수 있도록 준비했다.
창문에 에어컨 실외기가 매달리는 게 보기 싫어 벽을 뚫어 옥상으로 실외기를 보냈고, 인터넷 선은 KT 일체형으로 깔아 입주민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는 대신 150 채널의 유선 상품은 무료로 제공한다.
컴퓨터를 위한 공유기도 호실마다 설치해서 원하는 이는 어디서든 컴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짓고 나니 입주하겠다는 사람이 많아 당시엔 주변보다 10만 원 이상을 더 받아도 빈 공실이 없었다.
그때 오신 분들은 주로 기업체 임원 분들이 많았는데, 눈이 와서 빙판이 지면 출입구에 놓은 염화칼슘을 알아서 뿌릴 만큼 요구사항도 많지 않았다.
주변에 신축주택이 생기고 다가구가 자꾸 생기면서 자율적으로 10만 원의 금액을 내렸고, 지금은 그 상태로 7년째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몇 년 사이 물가가 너무 올라 올해 들어서면서관리비를 1만 원 더 올려 7만 원을 받는 게 전부다.
그 관리비 속에는 화재보험, 계단청소 용역, CC-TV 6대, 세대 수도세 무료, 150 채널 스카이라이프 무료, 공용전기까지 지출하고 나면 현재의 관리비로는 택도 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당분간은 그대로 갈 참이다.
하자신청이 들어오면 곧바로 AS를 부르고, AS는 당일이 안되면 최대 삼일을 넘기지 말라는 것이 내 철칙이다.
즉, 임대인으로 할 책무에 대해선 최대한 협조를 해주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재계약으로 눌러 계시는 분이 입주민의 50%는 된다.
이사를 나가면 내부 전부를 점검하고 체크해서 수리를 하고, 청소용역을 불러 창틀, 방충망, 가스레인지 후드까지 전부 잡아내 청소를 한다.
대신 나가는 사람도 그렇게 해 놓고 갈 것을 요구한다.
난 보수적이라서 변화보다는 변치 않음을 선호한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보다 현재 살고 있는 이들은 우선 챙기는 것도 내 원칙 중 하나다.
어떤 사람이 들어올지도 모르는 데다, 부동산 소개비도 굳힐 수 있으니 재계약하면 월세나 보증금은 그만큼 올리지 않는다.
재계약으로 산다는 것은 내부 점검을 하지 않아도 되고, 부동산 소개비를 줄 이유도 없으니 월세를 올리지 이유다.
또 그동안 살면서 서로의 성향을 아니 새롭게 맞추는 것보다 훨씬 수훨하다.
어느 분은 7년째 소리 없이 잘 지내고 있고, 재계약으로 4년째 계시는 분들도 수두룩 하다.
어찌 보면 나도 이득을 남겨야 하는 자영업자니 한 푼이라도 더 받으면 좋겠지만 몇만 원, 몇백만 원 더 받자고 새로운 이에 대한 부담감을갖는다는 건 그 자체가 스트레스다.
그래서 관리나 서비스는 득달같이 해 주고, 대신 임대인이 요구할 사항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요구를 하지만, 자영업 체질이 아니라서인지 항상 마이너스라서 걱정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