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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랙홀 Feb 28. 2024

입주민 두 명이 세상을 떠 났습니다.

살아가면서 죽음을 보지 않은 사람과 사망한 이가 없는 집은 몇이나 될까?


내게도 잊지 못할 두 명의 입주민이 있었다.


한창 일할나이인 40대의 남자분은 극단적 선택을 했고, 다른 한분은 30대 후반의 여자분으로 암 수술 후 휴양차 물 좋은 곳을 찾아 요양을 왔지만 끝내 그 선을 넘지 못하고 떠났다.


이 사건 후 난 심각한 우울감을 느껴 힘들어했다.


감리회사에 근무하던 중년 남자분은 직업 특성상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전국을 다닌다고 했다.

그래서 가정을 지키지 못했고, 아이들과 아내에게 항상 미안함을 갖고 있다고 했다.

밝은 모습보다는 진지한 모습이 더 많아 보여 도 조심스러웠던 분이었다.


시간이 나면 밥 한 사겠다던 분이었는데 끝내 이루지 못하고 가셨다.


어느 날 밤 입주자의 형이란 분이 찾아와 비상 키로 문을 열어달라고 했다. 사정을 들어보니 가정과 직장에서 힘들어하던 동생이... 주말에 집에 와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장례를 치르고 유품을 정리하러 왔다고 했다.


감리는 일이 있는 곳마다 전국을 돌아다니는 부초 같은 인생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갈 줄은 정말 몰랐다.

한동안은 너무 놀랍고 당황스러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형님이란 분은 밤 새 짐을 정리해서 새벽에 떠났나 보다.

계좌번호를 알려줘서 남은 보증금을 보내드렸고, 한편으론 짠하기만 했다.


집안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은 임대인에게 보내는 마지막 배려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고맙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카페가 있지만 지금은 비공개로 자료만 보관하고 있는데, 당시엔 입주하는 사람마다 카페가입을 독려했다.


내 생활을 공유했고 전달 사항이나 문의사항은 카페를 통해 소통을 하곤 했다.

이사를 갔어도 소식을 전해주는 분들도 있었고 그땐 정이 있어 좋았다.

이런저런 살아가는 얘기와 집 주변 사진을 찍어 올려주셨던 분 중의 한 명이었다. 





  

한 분은 30대 후반의 주부로 암 환자였다.


암 투병 중이라서 대체의학 치료를 받으러 세컨드 룸을 만들어 왔다고 했다. 붙임성이 좋아  '언니'라고 부르며 따랐다.

암 수술을 하고 경과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했다.


툭하면 인근 지인의 농장에서 따 왔다며 호박이며 블루베리, 포도 등을 한 보따리씩 가져와 입을 호강시켜 줬다.


한동안 안보일 때는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으러 갔다 왔다고 했다. 

힘들다면서도 모습은 밝아 좋았다.

가끔은 암 환자라는 걸 잊고 지낼 만큼 나보다 더 에너지가 넘치곤 했다.


하루는 온몸이 뚱뚱 붓고 다리는 붕대로 칭칭 동여 매, 딴 사람처럼 하고는 밭에서 따 왔다는 딸기를 한 바구니 갖고 왔다.

제대로 걷지 못해 절룩거리는 모습을 보고 난 깜짝 놀랐다. 그리곤 비로소 상대방이 암 환자라는 걸 기억했다.


암이 전이되어 온몸이 망가졌다며 병원으로 원하러 가기 전 찾아왔다고 했다.

이번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월세는 자동이체로 걸어뒀다며 다음에 오면 연락하겠다고 했다.


그 후부터 그 집 문은 오랫동안 굳게 닫혀 있었고, 그때가 마지막이 될 줄은 당시엔 알지 못했다.

막연히 다시 올 거라고, 치료기간이 긴 모양이라고 생각했으니.

한 참이 지나 남편이 찾아와 아내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줬다.


나보다 열 살은 더 아래였는데... 남편은  아내가 쓰던 물건을 치우지 않고 자신이 대신 세컨드룸처럼 아내 생각이 나면 와서 지내겠다고 했다.


몇 달은 그렇게 지났지만,  빈 방에서 지내는 그건 아닌 거 같아 남편에게 얘기했다. 그만 정리하라고. 그래야 간 사람의 마음도 편할 거라고.

처음엔 거절하던 남편도 결국 받아들이고 정리를 했다.


10여 년 동안 백여 명 이상의 사람들이 왔다 갔지만 내 기억 속에 두 사람은 지금도 남아있다.






요즘은 뉴스에서 독거노인 사망이네, 극단적인 선택 후 뒤늦게 발견했네 하는 소식을 접 할 때마다 내 마음도 심란해진다.


그래서 월세나 관리비가 들어오지 않으면 문자로 별일 없는지 물어보고 그래도 연락이 없으면 전화를 해서 안부를 확인한다.


1인 세대가 많아지면서 발생할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서 서로 체크해 보는 것도 삶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면서.


" 별일 없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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