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죽 집 여덟 명의 딸 중 가장 예뻤던 막내딸이 언니들과 숨바꼭질을 하다가 앞마당과 접해있는 저수지에 미끄러져 빠져 죽었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그 저수지에서 한평생을 어부로 살면서 어죽 집을 하던 그 집 쥔장은 딸 여덟을 키우는 동안 귀에 딱지가 가라앉도록 딸들에게 주의를 줬고,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사고가 젊은 예비부부가 죽은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일어난 것이다.
물에 빠진 즉시, 아버지는 인근을 샅샅이 뒤졌지만 시신은 건지지 못했다고 했다. 여름 철엔 물에 빠진 지 3일 정도 되면 신체조직을 이루는 기초물질들이 부패하면서, 체내가스가 부풀어올라 물 위에 떠 오른다고 했지만 어죽 집 막내딸은 떠 오르지 않았단다.
우리 딸과 같은 반이었고, 어죽을 먹으러 여러 번 다닌 집이라서 기억이 생생하다.
가무잡잡하고 주먹만 한 얼굴에 깡마른 아이가 양갈래머리를 폴짝거리며 마당을 뛰어다니던 그 모습이.
막내딸을 잃은 어죽 집은 초상집으로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학교 교장선생님이며 선생님들, 그리고 학급의 자모회에서도 그 집을 찾았다고 했다.
당시 난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이라서 가지는 못하고, 약간의 조의를 표하기만 했다.
시신을 못 건진 어죽 집은 이웃 마을에 유명한다는 무당을 찾아갔고, 마을 이장은 가가호호에서 십시일반으로 돈을 걷어 넋거리 굿을 했단다.
신기한 건 유기그릇에 밥을 담아 흰 천에 매듭을 지어 저수지 안에 넣었다 꺼내보니 꽁꽁 싸였던 밥그릇에 긴 머리카락과 짧은 머리카락이 들어있었다고 했다.
한 두 명이 봤다면 거짓이라고 했을 텐데 지켜본 마을사람들 여러 명이 봤다니 믿을 수도 만 믿을 수도 없었다.
넋거리를 한 후 어죽 집 막내딸의 시신은 빠진 곳이 아닌 둑방 근처에서 떠 올라 수습을 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웬만큼 비가 오거나 웬만한 가뭄이 들어도 저수지는 티를 내지 않고 묵묵히 그 자리에 있으며 많은 것을 내줬지만, 가까이하기엔 너무 멀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