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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운명(2)
by
블랙홀
Mar 20. 2025
아래로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시집을 간 고모에게선 아무런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그곳이 친정이라는 중매쟁이 할머니만 가끔씩 들러 수다를 떨고 갔다.
남편이 착하다느니 시모가 끔찍이 여긴다느니 하며 고모는 잘 지낸다고 했다.
그리고 고모가 임신했고, 첫아들을 낳았다고 전 해 왔다.
할머니만 가서 산후조리를 도와줬는데, 다녀오신 후 혀를 내 둘렀다. 비포장 산 길이라
차멀미를 심하게
했고, 차에서 내려 십여 리 길을 걸어가려니 발가락에 물집이 잡혔다고 했다.
도착한
산촌 마을은 집성촌이라지만 대여섯 집 밖에 없고 하늘만 빼꼼히 보이는 오지 중의 오지라고 했다.
해가 일찍 지는 바람에 밤이 너무 길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산 짐승이라도 나올까 봐 해가 지면 사립 문 밖으로 나오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런 곳인 줄 모르고 시집을 보냈다며 속 상해 했다.
그렇게 고모를 잊고 사나 했는데
첫아들의 돌을 앞두고 고모부가 농약을 마시고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형들의 꼬드김에 고향으로 왔지만
산속에 갇힌 생활을 힘들어했고 술로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하긴 20대 젊은이에게 아내나 자식이 있어도 창살 없는 감옥생활은 견디기는 어려웠나 보다.
고모부가 어릴 때 사돈어른도 농약을 마시고 가셨다는데
...
고모부도 같은
길을 택한
것이다.
다음 해 고모는
혼자
친정에 왔다. 시집을 간 후 처음 온 것이다.
고모는 울면서 다시는 그곳으로 가지 않겠다고 했다. 남편을 보낸 후 긴긴밤을 아이를 붙잡고 울며 지냈단다.
보다 못한 시모가 아들은 키워줄 테니 고모 혼자만 그곳을 떠나라
성화를 해서 등 떠밀려 왔다며 예전처럼 꺼이꺼이 울었다.
20대 중반도 안된 젊은 며느리가 청상과부가 되어 혼자 살아간다는 건
아니라
는
동병상련
때문일까?
종일 밭에
매달리면
밤 잠이라도 잘까 미친 듯 움직였지만 어둠이 지면 두려웠다고 했다. 시모와 아들이 있어도
바람소리와 부엉이 우는 긴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울 때는 외롭고 허전해서 죽을 것 같았다고 했다.
시모에게 등 떠밀려 친정으로 오면 나아질까 했는데
,
두고 온 아들이 눈에
밟힌다며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친정에 온 지 한 달도 안
돼
고모는 돈을 벌겠다며 도시로 떠났다.
그리고
떠돌이 목수를 만나 바람처럼 살았고, 갓 돌이 지났던 아들은 20대가 되어서야 엄마를 만날 수 있었단다.
엄마를 원망하기보다는 그 삶을 받아들일 줄 아는 청년으로 자란 것이다.
이복 여동생과도 가깝게 지낸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는 오히려 내가 고맙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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