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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훈 Jul 14. 2024

태열


 태어난 지 32일 된 우리 설영이는 태열이 심한 편인 것 같다. 태열이 생기면 얼굴 전체에 발진이 올라오고 좁쌀 같은 두드러기가 생긴다. 신생아 10명 중 7명은 생기는 게 태열이라지만 그렇다고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길 수는 없는 게 부모 마음이라는 걸 이제 알았다. 태열이 심한 아이들은 목욕을 이틀에 한 번꼴로 시키라고 하는데, 설영이가 먹은 걸 또 잘 게워내서 토 냄새가 나니 매일 목욕을 시켜주어야 한다. 게워내는 것도, 태열도 다들 원래 다 그런 거라고 말한다.

 보습이 중요하대서 얼굴에 로션을 바르니 모공이 막혀서 안 하는 게 좋다고 하고 비판텐을 바르니 괜찮다는 사람도 있고 아니라는 사람도 있다. 또 설영이가 손으로 볼을 자꾸 닦아대서 볼에 올라온 게 까지고 벗겨진다. 태열 때문에 옷을 얇게 입히니 춥지 않나 염려되고 또 설영이가 응애 응애하고 울면 간지러워서 우나? 아니면 추워서 우나? 염려한다. 그리고 스와들업(불가사리 같은 옷)을 입히면 또 덥지는 않은지, 팔 다리가 갑갑하지는 않을지 염려한다.

 오늘은 아이를 오랫동안 돌보았다. 오늘의 설영이는 저녁 8시에 먹은 분유를 한 번도 게우지 않았고 저녁 5시에 먹은 분유도 한 번만 살짝 게웠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나 기쁜지, 아내와 함께 새로 구입한 역류방지쿠션이 잘 맞느니 쪽쪽이가 효과가 있느니 자세를 잘 잡았느니 하며 신나서 떠들었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종일 설영이와 함께한 건강한 서른두 번째 날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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