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설영이는 아토피 판정을 받았다. 그동안 태열이 심해 하라는 것도 다 하고, 소아과에서 처방받은 크림과 약도 계속 발랐는데 나아지는 게 없었다. 잠시 좋아졌다 다시 나빠지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빠진 상태가 다시 회복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낫겠지, 다들 그러는 거라니까 그렇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이상해서 진료를 잘 본다는 피부과에서 진료를 받았다. 설영이는 태열이 아니라 아토피를 앓고 있었다. 의사는 그동안 바르던 크림도 끊고, 씻을 때도 물로만 씻으라고 했다. 보습로션도 어쨌든 화장품의 일종이니 약 외에는 바르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그리고 더 나아지지 않으면 다음에는 대학병원을 가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설영이 얼굴을 보는데 각질이 하얗게 일어나고 불긋불긋하게 발적이 있는 얼굴이 더 눈에 띄었다. 아토피든 태열이든 시간이 지나면 아마 지금보다는 나아질 거라 생각한다. 다만 설영이의 피부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좋지 않은 상태였던 것 같다. 아토피는 천식과 알레르기성 비염과 결을 같이 하는 질병이다. 아토피의 유병률은 전 세계의 약 20%로 상당히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소아 아토피는 연속해 소아 천식과 알레르기성 비염, 호흡기 알레르기 등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나는 천식과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다. 아토피도 흔적은 있다고 의사가 하는 말을 들었다. 집 먼지 진드기 알레르기가 있고, 어릴 적에는 천식으로 꽤 오랫동안 고생을 했다. 알레르기도 천식도 나이를 꽤 먹고 나서 어느 정도 괜찮아졌다. 설영이가 지금 아토피에 걸려 의사에게 "최근에 이 정도로 심한 아기는 처음 봤다."라는 이야기를 듣는 건 나 때문이다. 나의 가족력이 설영이에게 이어져서다. 나는 안다. 소아 천식과 알레르기가 얼마나 사는 걸 힘들게 하는지, 그리고 자기 삶의 만족도가 얼마나 떨어지는지 안다. 복잡한 마음으로 설영이를 보는데 아이가 너무 말갛고 예뻤다. 그게 너무 슬펐다. 우리 딸은 여기저기 발적이 있고 귀에는 진물까지 나지만 깨끗하고 맑았다. 내 아가는 말갛고 아프다. 모든 게 다 내 탓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도 내 탓이었다.
무던해지려 애쓰는 아내에게 너무 미안했다. 아가에게도 미안하고 아내에게도 미안했다. 나도 안다. 이게 사실 별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별일이 아니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안다. 아이를 키우며 더 많은 일들이 생기고 그때마다 이래서는 아빠가 될 자격도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설영이가 태어나고 우리가 새로운 가족이 되었다는 기쁨과 행복으로 내가 무시했던 것들을 제대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는 게 너무 슬펐다. 아프지 마 우리 아가 아빠가 다 미안해. 너무 말간 얼굴을 하고 있어서 더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