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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공립 초등학교의 주간 계획표

by 김노하 Norway

얼마 전, 한국의 유명 교육 유튜브 채널에서 한 초등학교 선생님 인터뷰를 봤다. 학부모들이 가정통신문을 잘 안 읽어서 전달사항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보낸 적이 있다고 했다. 그 말에, 나도 살짝 뜨끔.


딸이 다니는 노르웨이 공립 초등학교에서는 매주 학부모용 앱에 주간 계획표가 올라온다. 아이들이 저학년이었을 땐 파일을 내려받아 출력하고, 하루하루 체크하며 숙제와 준비물을 챙겼다. 그런데 아이들이 모두 고학년이 되면서 이젠 스스로 잘 하겠지 싶어 마음이 느슨해졌다. 알림이 뜨면 파일을 열어 후루룩 읽고 잊어버리거나, 아이들에게 “다음 주 주간 계획표 확인했지? 특별한 거 있으면 알려줘.”하고 넘길 때도 있었다.


믿는 도끼도, 점점 날은 무뎌지는 법이다.

아이들은 엄마의 빈틈을 정말 잘 안다. 내가 꼼꼼히 보지 않으면, 아이들도 대충대충 넘긴다. ‘엄마는 모르겠지’ 싶은 표정이 아이 얼굴에 스치면, 공포 영화를 보는 것처럼 등골이 싸해진다. 고학년이 되고 중고등학생이 되어도 부모로서 꾸준한 관심은 필요한 법이란 것을 잘 알거늘. 다시 마음을 잡고 엄마로서 노력하기로 했다. 요즘은 가끔 들으라는 듯이 주간 계획표를 소리 내서 읽기도 하고, 아예 같이 보면서 이것 저것 질문도 한다. (귀찮을까좌 눈치 보면서 함) 엄마, 너희에게 관심있어!


주간 계획표엔 시간표, 과목별 학습 목표, 요일별 숙제, 주간 단어 목록, 전달사항이 있다. 다른 항목들은 대충 훑어도, 전달사항에 적힌 선생님의 글만큼은 꼭 정독한다. 주요 활동이나 행사에 대한 피드백, 부모가 함께 알고 아이들을 지도하길 바라는 내용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 7학년 딸아이의 전달사항 글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안녕하세요! 우리 학년은 즐거운 한 주를 보냈습니다.

우리는 집 짓기 프로젝트를 위한 준비를 계속합니다. 톱질하고 못질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느끼는 학생들이 꽤 있겠지만, 현실에서도 원래 그런 법이지요. 이번 활동이 훌륭하고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며 이전에 7학년에서 보통 진행했던 Forskertorget (과학분야 실험/ 탐구) 행사를 잘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번 주에 학생들은 격자 종이(칸 공책)에 곱셈식을 세워 계산하는 과제를 받습니다. 여기서는 여러 자리 수의 곱셈식을 어떻게 세워 쓰는지 연습합니다. 목표는 하나의 알고리즘을 연습하는 것입니다. 과제는 학교에서 시작합니다.

10월 27일 월요일에는 ‘핑크 데이’를 시도해 보려 합니다. 모두가 분홍색인 무언가를 착용해 오도록 권장합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토론문과 논증문을 작성했으며, 아주 잘 쓴 글과 재미있는 내용이 많습니다.


거의 매주 "우리 학년은 즐거운 한 주를 보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글이 시작된다. 노르웨이 초등학교에서 7학년이면 한국 초등학교에서 6학년 나이이다. 이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좀 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지만 대부분은 활동이나 행사에 대한 피드백이 주를 이룬다.


집 짓기 프로젝트!?

<집 짓기 프로젝트>는 딸아이를 통해서 먼저 들었다. 같은 모둠이 된 아이들이 활동에 영 관심이 없다면서 투덜거렸기 때문이다. 직접 집 모양을 디자인하고 나무 판자를 톱으로 잘라서 집을 만드는 수업이라고 했다.


나는 딸에게 모둠 친구들과 마음이 맞으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니 결과물에만 집중하지 말고 친구들과 어떻게하면 의견을 잘 맞춰서 즐겁게 활동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라고 조언했다. 의견을 물을 때나 원하는 방향이 있을 때, 구체적으로 잘 설명하기 위해 애써 보라고도 말했다.


이 활동을 진행하는 동안 딸아이는 자기를 이해/조절하고, 타인을 공감하며, 건강하게 협력하고, 책임 있게 결정하는 법을 배울 것이다. 사회정서 역량은 수학 공식처럼 한 번 배워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프로젝트를 통해서 긴 시간 부딪혀서 익혀야 할 것이다.


딸아이에게 물어보니 이번 주에 집 디자인은 결정을 했다고 한다. 이제 도면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하니 집을 만들어지려면 아직 여러 관문이 남은 것 같다. 딸아이가 탄 모둠이 풍랑에 흔들릴지언정 뒤집어 지지는 않기를 바랄 뿐이다.


아이들은 어떤 집을 짓고 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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