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잘 지내고 있니?
선생님은 잘 지내고 있어. 요즘 열심히 노르웨이 코스에 다니고 있단다. 이런 말이 혹시 "재. 수. 없. 다." 고 느껴질 수도 있는데, 선생님은 다시 학생이 되어서 무엇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또 즐거워. 물론 언어 수업이라서 배우고 돌아서면 단어도 기억이 안 나고, 몇 번을 연습했는데도 발음이 익숙해지지 않아.
국어를 잘하면 다른 언어도 잘한다는데 정말 사실일까? 그냥 누워서 노르웨이 드라마만 봐도 실력이 늘 수 있다고 하는데, 노르웨이 드라마는 사실 별로 재미가 없어. (노르웨이어 공부할 시간에 '무빙'을 보고 있단다. ㅋ 문장을 보면 순식간에 외워지는 초능력을 가지고 싶어. )
이제 수능이 두 달도 안 남았네. 공부를 하느라 바빠서 수능을 준비하는 친구들은 이 편지를 보지 못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수능이라는 큰 시험을 앞두고 뭐라도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 들어서 편지를 쓰려고 해. 지금 너희들의 몸과 마음의 상태에 따라서 선생님의 조언이 아주 효과적일 수도 있고 별로 와닿지 않을 수도 있어. 그래도 끝까지 읽어 봐.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건 바로 '집중'이야. 이맘때가 되면 공부를 착실하게 해온 아이들은 벌써부터 수능을 빨리 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어. 개념이 정리된 자료도 있을 거고, 기출을 풀고 나서 정리한 오답노트도 있거나 준비하고 있을 테고, 이제는 실전 문제를 시간 내에 푸는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겠지. 하지만 그렇게 공부해 오지 않은 친구들이라면 꽤 불안할 거야.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들이 많을 거야.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너희가 얼마만큼 공부를 했는지가 아니라 지금부터 해야 할 것들에 집중하는 거야.
남은 기간이 아니라 오늘 당장 어떤 과목을 어느 만큼 해야 하는지 정해. 스터디 카페에 앉아서 시간을 채우는 건 집중이 아니야. 매 순간 너희가 오늘 해야 하는 공부 내용에 집중해!! 공부를 한다는 건, 앉아 있는 시간이 아니라 '공부에 집중하는 시간'을 말하는 거야.
두 번째는 '믿음'이야. 내가 공부하는 것이 시험에 나온다는 믿음을 가져. 수능은 교육 과정을 바탕으로 문제를 출제하는 것이 원칙이야. 그러니 기본적인 개념을 확실하게 정리해야 해. 상위권 친구들은 어떤 개념이 부족한지 스스로 알고 있겠지만, 다른 친구들은 실전 문제만 풀지 말고, 필수 점검해야 하는 지식들을 계속 복습하렴.
요즘 수능은 사실 누가 실수를 하지 않는지, 누가 빨리 정확하게 문제를 푸는지를 요구하는 시험 같아. (정말 이 부분에서는 화가 나려고 해. 하지만 지금의 평가 방식은 없어지거나 많이 바뀔 거야. 너희는 이대로의 수능을 쳐야겠지만... )
어쨌든 개념을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으면 짧은 시간 내에 문제 풀기가 어려워. 생각할수록 헷갈리고, 또 문제를 풀면서 스트레스가 막 쌓이지. 그러니 필수 개념을 계속 점검해 가면서 잘 모르는 것이 뭐였는지 확인해야 해. 그리고 그런 개념들이 문제에 나올 거라고 믿는 거야.
단언컨대 문제에 나올 거라는 '믿음'에서 너희의 기억 능력이 최고조로 상승할 거야. 이건 꼭 나온다는 마음으로 공부해. 올해 수능에 어떤 문제가 나올지 아무도 모른단다. 너희가 엉망진창인 책을 보지 않는 이상 엉뚱한 것을 공부하고 있진 않을 거야. 유명 강사나 인기 많은 참고서는 선생님들보다 너희가 더 빠삭하게 알고 있잖니.
마지막 세 번째는 '후회하지 않을 용기'야. 선생님은 가끔 과하다 싶을 만큼 열심히 할 때가 있어. 선생님이 소심한 트리플 A에 I(내향적)인 성향의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걸지도 몰라. 항상 내가 한 행동을 나중에 '후회'하게 될까 봐 두려워하는, 아주 별로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
선생님이 수험생일 때, 주어진 시간에 주어진 기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너무 자책할 것 같았어. 시험이 한 달 남았는데 놀면 시험을 친 후에 분명 후회할 것 같았어. 그래서, 후회하기 싫어서 공부를 한 거지. 열심히 하긴 했지만 선생님이 고 3 때 받은 수능 성적은 평소에 받던 점수보다 훨씬 낮은 점수였어. 특히 자신 있었던 수학. 그래도 괜찮았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 왜냐면 그동안 열심히 공부했고,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했거든.
지금까지 쳤던 모든 시험에서 선생님은 1등이 목표이거나, 합격이 목표가 아니라 '후회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하는 것이 목표였어.
지금 내 실력이 부족해 보여도 스스로 질책하지 마.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 해. 스스로를 속이지 말고 남은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보내야 해. 너희의 노력이 헛되지 않을 거라고 믿어. 그러면 후회하며 자책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거야. 오늘 못해도 괜찮아. 내일. 모레. 시험을 치는 그날까지 계속 매일 새롭게 도전하는 거야.
수고해라. 다음 편지가 아마도 마지막 편지가 될 것 같아.
- 노르웨이에서 선생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