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안녕?!
한 주가 금방 지나가네. 오늘은 너희들에게 두 번째 편지를 쓰려고 해.
선생님은 지금 노르웨이에 살고 있잖아. 그래서 한국이라는 나라의 장점과 단점을 알아차리기가 좋아. 한국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한국적인 것을 찾기 힘들수록 한국의 장단점을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아. 최근에 유퀴즈라는 프로에서 원양어선을 타는 선원이 나왔더라. 누나가 보내준 택배 박스에는 냉동 음식들이 가득하고 그리고 그중에서 삼겹살이 가장 좋았대. 노르웨이에 사는 선생님은 너무 부럽더라. 망망대해에서도 냉동 택배가 가능한데 선생님이 사는 곳에서는 항공택배비가 비싸서 두배 세배의 값을 치를 각오로 물건을 받아야 하고, 냉동 음식은 배송받을 수가 없거든.
모든 해외 살이가 노르웨이와 같은 건 아니야. 유럽 중에서도 노르웨이가 특히 한국 제품 구하기가 힘들어. 미국 서부에 사는 선생님 친구는 한국 식당에서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고, 한국 상품들도 편하게 구할 수 있대. 그래서 한국 음식이 그립다는 생각은 잘하지 않는다더라고. 노르웨이에서는 한국을 가고 싶은 이유가 맛있는 음식들을 마음껏 먹을 수 있기 때문인데 말이야. 삼겹살, 족발, 탕수육 심지어 코리아 로열티가 있을 것만 같은 바삭한 치킨까지!! (아, 먹고 싶다….) 선생님이 직접 하는 수 밖에!
개학날 우리 반 카톡에서 말이야. 우리 반 반장이 작년 교실에 두고 온 급훈 액자를 가지러 간다고 하더라. 교실에 하루 종일 있는 너희지만 급훈에는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그게 왜 갑자기 생각났을까?
사실 우리 반 급훈이 좀 의미 있긴 했지. 붓글씨 잘 쓰는 *현이가 우리 반을 위해 재능 기부로 만들어준 작품이었잖아. 그리고 반장, 부반장 캐릭터만큼이나 강렬해서 쉽게 발음을 할 수가 없기도 했고.
See Far.
멀리 보자!!
(최대한 원어민처럼
발음하시오)
너희는 ‘멀리 보자’는 말을 어떤 의미로 해석했어?
“너희의 미래를 위해서 오늘을 포기하지 말고 나아가라!”
회고해 보면 선생님도 항상 인생의 초점을 미래에 두고 살았던 거 같아.
‘내 미래를 위해서 지금 열심히 해야지.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매일매일을 열심히 살아야지. 그러면 오늘에 충실해야 하고, 오늘 당장 해야 하는 숙제나 시험공부를 열심히 해야겠군.’ 이렇게 생각하면서 하기 싫어도 꾹 참고 했지. 결국 나를 위한 거니까 견디며 지냈어.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크게 아쉬운 부분이 있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지 못했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고민하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지냈어.
그래서 말인데, 얘들아. '멀리 보자’에서 ‘멀리’가 미래가 아니라 과거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 당장의 상황(성적, 오늘 해야 할 일)에 급급해하지 말고, 원래 네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과거를 들여다보는 거야.
네가 어렸을 때는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잘 하는지' 너 스스로 알고 있었을 거야. 알지 못했다면 알고 싶은 아이였을 수도 있지. 그런데 학교를 다니면 다닐수록, 높은 학년으로 갈수록 텍스트에 갇힌 사고를 하고, 성적이라는 그물에 점점 갇혀버리는 것 같아.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교육 시스템이 그렇게 하면 좋은 직장, 그럴싸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처럼 만들어 뒀거든.
학교 밖 세상은 더 빨리 변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10대를 보낸 그때와 달라진 것이 없어. 정말 그대로야. 성적이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나’를 들여다볼 시간도 없이 학창 시절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너무 슬프고 또 답답해.
너희가 “선생님, 저는 잘하는 것이 없어요. 꿈이 없어요. 진로를 못 정하겠어요. 잘 모르겠어요.”라고 이야기할 때 선생님은 너의 과거에 대해서 질문했었어.
‘무엇을 할 때 행복했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던 일이 있니?’
‘관심을 가지고 더 알고 싶었던 것이 있어?’
불안한 미래에 대한 대답과 무기력한 오늘에 대한 해답을 '너의 과거'에서 찾을 수도 있다는 걸 말해 주고 싶어. 지금 당장 너의 모습, 네 성적만 바라보면 답을 찾을 수 없어. 너를 좀 더 멀리에서 좀 더 높은 곳에서 바라봐.
새 학년의 일주일을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당장 해야 할 일이나, 놀고 싶은 것들이 산적해 있겠지만 잠시 잠깐 ‘나’를 조금 멀리 두고 바라보자. 객관적으로다가!!!
See Far. 멀리 보라!! (최대한 원어민처럼 발음하도록 하라고!)
- 노르웨이에서 선생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