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마미바바와 오슬로의 노하
안녕하세요, 노하 님.
어느 책에 선가 그랬어요. 상대성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무슨 말인지 지금에서야 이해가 되는 것 같아요. 상대적인 걸 경험해 봐야 상대를 더 잘 알게 되고, 어떤 순간이 더 소중하게, 더 감사하게 느껴진다.
계속 비가 내리다가 오늘은 무슨 깜짝 선물처럼 해님이 인사를 하는 날이었어요. 비가 내린 뒤라서 해가 더 눈부셔 보이고, 색깔이 더 선명해 보였어요. 길을 걷다가 유난히 나에게 얘기를 걸듯 소곤거리며 다가오는 장면들이 있어요. 그럼 멈춰서 찍어봅니다. 오늘은 노을이 예뻐서 찍는데 돌아서는 순간 무지개가 정말 서프라이즈처럼 노을과 함께 제 눈에 들어왔어요. 너무나 눈이 황홀해졌습니다.
혼자 보기에는 너무 아쉬워 지나가는 이들에게 저기를 보라고 막 얘기했어요. 그런데 제가 좋다고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래도 괜찮아요. '저 무지개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고 상상하며 소원을 빌었답니다. 그리고 저의 두 딸에게 사진을 보내면서 사랑한다고 메시지를 보내고 하늘과 노을을 좋아하는 대학생 친구에게 사진을 보내 공유를 했답니다. 그래서 그 순간 행복했답니다. 내가 좋아하는걸 누군가와 공유한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그래서 노하 님과도 함께 나누고 싶네요.
같은 장소에 있었는데 우리는 각자 다른 것을 보면서 누군가는 무지개를 봤고, 누군가는 다른 것들을 보고 있었어요. 그러면서 추억 하나가 떠올랐죠. 가족 여행이었는데 다들 각자 카메라가 있었어요. 우리는 한 장소에서 서로 다른 곳을 찍고 있었지요. 그래서 그때 찍었던 앨범 제목도 ‘같은 장소, 다른 시각’이라고 해뒀어요. 저는 항상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더라고요. 노하 님은 어디를 향해 바라보고 계신가요?
파리에서 마미바바로부터
안녕하세요, 마미바바 님
저에게도 사진을 보내 주셔서 감사해요. 파리에서 보내주신 사진을 보면서 한동안 생각에 잠겼어요. 사진을 순서대로 천천히 몇 번씩 보았답니다. 파리에 가본 적은 없지만 이 사진을 들고 바바님이 지나가신 길을 따라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잔잔한 서사의 마지막, '무지개와 노을을 함께 담은 하늘'은 말 그대로 클라이맥스(climax)였어요.
“파리의 노을을 감싸고 있는 무지개라니!"
제가 춤을 잘 춘다면 춤을 추고 싶고, 노래를 잘 부른다면 노래를 한 곡 멋들어지게 부르고 싶어요. 멋진 장면을 보게 해 주신 바바 님께 무엇으로 답을 하면 좋을까요? 저는 제 맘을 맛깔나게 표현할 재주가 없어요.
보내주신 편지의 첫머리에 '상대성'이라고 하셔서 살짝 놀랐지만 편지를 읽으며 고개를 여러번 끄덕거렸어오. 말씀하신 것처럼 나에게는 너무 좋은 것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무덤덤한 것일 때가 많지요. 예전엔 그렇지 않았는데요. 요즘은 상대가 나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 괜히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비슷한 것을 좋아하고, 저의 취향을 아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만나고 싶어 져요. 하지만 문제는 제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아직 잘 모른답니다. 이런 걸 역설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에게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바라보면서 지내는지’를 계속 질문해 주시는 바바 님이 계셔서 좋아요. 저를 스스로 돌아보고 관찰할 수 있게 해 주시니까요.
제가 어디를 바라보는지 물으셨지요?
저도 별 수 없이 바바 님과 같아요. 아이들을 바라봐요. 저의 눈은, 귀는, 마음은 항상 아이들을 향해 있어요. 예전엔 정말 꼭 붙어 있고만 싶었는데요. 이제는 조금씩 거리를 두려고 해요. 뒤에 서서 무덤덤하게 바라보며 응원하는 엄마가 되려고 합니다. 그리고 저는 제 갈 길을 시크하게 걸어갈 거예요.
오늘부로 유럽의 섬머 타임이 끝났잖아요. 한국과는 이제 8시간이나 차이가 나지만 파리와는 시간이 같아서 다행이에요. 저는 오늘 옷장에서 계절이 지난 옷들을 모두 꺼냈어요. 추위를 맞을 채비를 해야겠습니다.
- 오슬로에서 노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