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편지#07] 파리의 부엌에서 생각나는 사람

파리의 마미바바와 오슬로의 노하

by 김노하 Norway

안녕하세요, 노하 님


이번 주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저는 똑같은 것 같으면서 작은 다름이 있었던 주였네요. 제가 톡을 보냈었지요. 부엌에 가면 노하 님이 생각이 나고 노하 님께 이야기를 하고 싶어 진다고요. 생각해 봤어요. "왜 부엌일까요?"


아마 테이블에 앉기 전에 저만의 퍼포먼스를 하려면 부엌에 들어가야 해서 그런가 봅니다. 지금도 편지를 쓰려고 녹차라테를 만들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나무 차판에 바게트를 썰어서 접시에 담고 좋아하는 치즈와 그리고 쏘씨쏭 saucisson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버터를 세팅을 했습니다. 귀에는 에어포드를 꽂고 (애들이 자고 있어요.) 음악을 틀고서야 노하 님께 편지를 쓸 수 있게 되었어요. 지금 이 순간, 이게 현존이죠? 꼭 명상만이 아니라 무언가에 빠져 즐기며 몰입된 상태. 지금 여기. 이렇게 표현하니까 제가 뭔가 깨어있는 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가슴이 벅차올라요. 이런 느낌을 함께 하고 싶어요. 노하 님이랑 함께.


제가 편지를 보낼 때마다 답장을 해주셔서 감사해요. 노하 님께 쓸 편지 때문에 계속 거리를 찾게 돼요. 그리고 그곳에서 더 많은 사진을 찍게 되네요. '이거 이야기해야지, 저거 이야기해야지….' 그러면서 파리 거리를 누비는 관찰자가 되는 것 같아요. 제 말은 여행자처럼 제 주위를 더 세심하게 살피게 되네요.


흠…. 제가 평소 먹는 것들에 대해서 디테일하게 글로 쓰다 보니까요. 제가 무슨 세상에서 제일 근사한 아침을 먹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어요. 그러면서 하나하나 다른 것들도 관찰하면 제 삶이 너무나 풍부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책에서도 많이 읽었지만 이렇게 체험이 필요해요. 스스로 깨닫기…. 직접 경험하기….


그렇죠? 그래서 요즘 계속 '아이들에게 다 경험해 봐라.'하고 나에게 스스로 중얼거려요. 입 밖으로 내는 건 엄마의 욕심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원래 저희 아이들 성격 자체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꼭 해보고 자기가 결정하는 성격들이라 제가 뭐라고 한들 결국 스스로 결정할 거예요. (아, 저희 아이들은 많이 컸으니까 아마 제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게 당연한지도 모르겠네요. 어쩌면 더 빨리, 아니면 예전부터 알았지만 옛날 습(習)으로 자꾸 간섭을 하고 충고를 핑계로 잔소리를 해왔던 거죠.) 이제는 내려놓는 새로운 습(習)을 하려고 합니다. 시간이 걸려도 꾸준히 해보려고요. 그리고 이제는 '나 자신한테 집중하기'를 해보고 싶어요. 이걸 실천하는 일 중의 하나가 노하 님께 편지를 보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편지는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감사함이 더 합니다.


주말 가족과 함께 잘 보내시길. 멀리서 사랑 보냅니다.


- 파리에서 마미바바로부터

Ps. 제 주위에 제 눈에 이쁜것들이에요.




안녕하세요! 마미바바 님


잘 지내셨나요? 마미바바 님께서 보내주신 사랑 덕분에 주말을 잘 보냈습니다. 이번주에는 다른 것을 다 내려놓고 가족을 위한 시간으로 가득 채웠어요.


한국에 있으면 엄두도 내지 않았을 만두 만들기, 김치 담기까지 모두 해냈고요. 아이들이 아이스 스케이트 수업을 받는 동안에는 남편과 마을 산책을 했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달리기를 하는데요. 오늘은 비가 살짝 내려서 산책을 하기로 했습니다. 우산 없이 비를 맞으며 골목을 걷는 느낌이 참 좋아요.

오늘은 새로운 마을 길을 걷다가 정말 예쁜 집을 발견했어요. 신기하게도 노르웨이 마을에는 하나도 같은 집이 없답니다. 똑같이 지은 집이더라도 집 입구부터 마당까지 집주인이 심은 식물들, 우편함 장식 하나하나가 다 다르거든요. 그래서 집주인 스타일을 짐작하며 걷는 마을 산책이 재미있어요.


바바님께서 보내주신 파리의 사진들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매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번에도 저는 내적 감탄사를 남발했어요. 특히 바바 님이 발견하신 파리 건물들의 낡은 흔적들을 담은 사진 말이에요. 바바 님이 이런 것들을 보면서 예쁘다고 말씀하신 것에 저는 조금 놀랐어요. 저라면 찍으려 시도하지 않았을 것들이거든요. 누군가에게는 무의미한 것들이 프레임 속에 담기니 작품이 되네요. 애처로움과 생동감이 동시에 느껴져요. 어떻게 이런 것들에 눈길을 주시고, 정성스레 사진을 찍게 되시는 걸까요. 저의 사진 갤러리는 정말 개성이 부족하네요.


있잖아요, 바바 님. 바바 님께서 보내주신 편지를 읽으면서 크게 깨달은 것이 하나 있어요.

"우리의 삶이 풍부해지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일상을 잘 관찰해야 한다. 일상을 관찰하고 그것을 글로 남기면 타인과는 구별되는 본질적인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바바 님 덕분에 모닝커피를 마시는 방법, 빵에 올려 먹는 치즈와 버터의 종류에서 각자의 취향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어요. 왜 저는 브리치즈가 좋고, 왜 저는 Pave Mørkt 빵을 유독 좋아하는 걸까요?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그 생각의 끝에서 다시 바바 님을 떠올렸어요. 그리고 바바 님처럼 나만의 취향을 가진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취향을 찾는 다는 건, 나를 발견하는 과정인 것 같아요. 각자가 좋아하는 것을 말할 수 있고, 진심으로 들어 주는 상대가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오늘입니다. 저도 '나의 시간에 좀 더 집중하면서 나로서 풍부한 삶'을 살아가고 싶어요. 그 여정에 벗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깊은 어둠이 깔린 일요일 밤에 오슬로에서 노하 드림

https://brunch.co.kr/magazine/babanoha


마미바바 : 병을 병적으로 좋아하고 본능적으로 많이 걷고 해 앨러지에서 썬러버가 되었습니다. 노을을 보며 멍 때리기를 즐기고 엉뚱한 질문을 자주하고 안그러는 척 하지만 허당끼가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동네 청년들에게 (한국어로)'엄마'라고 불리면서 살아가는 외계인 아줌마 마미바바입니다. @avectoietmoi_livre


노하Kim : 노르웨이와 한국, 그 중간 어디쯤에서 방황하며 살고 있습니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나 자신을 소중히 다루면서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어요. 어떤 일을 새롭게 기획하고, 함께 도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엄마이자 글을 쓰는 작가로 살면서 평범한 분들을 작가로 만들어 드리는 <작가 크리에이터>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