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마미바바와 오슬로 노하
안녕하세요. 노하 님
요즘 저는 이런 질문들을 요즘 제 자신에게 물어보며 찾아가고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할 수 있는 게 뭘까?'
'난 과연 누굴까? 왜 이런 감정들이 올라오지?'
이런 질문은 계속 떠오르는데 그럴 때마다 나와 마주하기를 회피하는 제 모습을 발견했답니다. 그런 나를 좀 더 토닥거려 주려고 노력 중이에요. 똑같은 걸 해도 상대가 하면 무지 칭찬하고 격려하는데 나 자신에게는 스스로 낮추고 비하하고 비난하고 자책하고. 예쁘게 이야기를 안 해주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는 주는 것만 하고 있고 받는 걸 너무 불편해하고 부담스러워하는 절 발견했어요. 그래서 연습 중이랍니다. 칭찬도 사랑도 배려도 누가 주면 감사히 받으려고 굉장히 노력 중입니다.
어린애처럼 떼도 쓰고, 설득도 해보고, 협박도 해서 드디어 포트리 워크숍에 참여를 했어요. 포트리 이론 수업과 시범을 보여주시는데 선생님이 설명하실 때 저는 철학 수업인 줄 알았어요. 인생을 이야기하는 듯했답니다.
"실수해도 괜찮아요. 다시 하면 되니까요. 그리고 계속 연습이 필요합니다."라고 말씀하시는데 전 이렇게 들렸어요. "괜찮아, 지나야. 괜찮아"
지난주 포트리 수업은 물레를 돌려서 그릇을 만드는 코스였어요. 이것도 재밌었지만 손으로 만들고 싶어 선생님께 부탁을 드렸더니 기회를 주시더라고요. 요즘 전 생각에 생각 꼬리를 물어 머리가 터질 것 같은데, 딱 이 날, 정말 무념무상으로 여기 몰입했답니다. 의도적으로 한 게 아닌데 그렇게 할 수 있어서 깜짝 놀랐고 행복했답니다. 그 시간에 그리고 뭔가 몰입할 수 있는 게 있는 것이 정말 좋았어요.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이미 테이블을 꾸미고 사람들을 초대해서 뽐내는 내 모습을 상상했답니다. 그리고 이미 팔기까지 해 버렸네요. 상상이 되시나요? 막 신이 나서 어린애처럼 도자기를 빚는 제 모습이요. 제 스튜디오도 머릿속에 있답니다. 지금 이 순간에는 사진집까지 출판하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리고 아직 등록도 안 한 다음 수업에 만들 것들을 생각하며 앨범 보드를 만들고 있답니다.
노하 님께서는 무엇을 할 때 '무념무상'이신가요?
파리에서
마미바바로부터
안녕하세요? 마미바바님
지난주 포트리 수업에 가셨다고 했는데, 어떠셨을까 짐작만 했거든요. 이렇게 사진과 글로 빈장면과 스토리를 채워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포트리 수업에서 무념무상을 경험하셨군요! 흙을 만지는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셨을지 글을 읽으며 저도 설렜어요. 일상의 근심이나 복잡함을 내려놓고 몰입하는 느낌, 너무 좋잖아요. 그런데 첫 수업부터 바바님만의 새로운 세계가 펼쳤네요. 바바님이 만드신 도자기 그릇으로 세팅된 다이닝 디너 테이블을 상상했어요. 그리고 바바님께서 개인 스튜디오를 오픈한다는 기쁜 소식을 나누면서 내추럴 와인이 든 잔으로 모두 건배를 하는 장면도 상상해 봤어요! 판타스틱!!!
저에게 ‘무념무상’을 언제 경험하냐고 물으셨지요? 질문을 받자마자 저는 두 가지 너무 다른 ‘무념무상’이 떠올랐어요. 하나는 정. 말.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멍을 때리며 쉬는 무념무상이고요, 하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몰입을 했을 때 경험하는 무념무상이에요.
제가 가장 좋아하고, 자주 하고 싶은 '멍 때기리' 무념무상은 이런 거예요. 노르웨이 피오르가 보이는 비치에 앉아서 바다와 하늘을 계속 바라보는 거예요. 햇살은 따뜻하고 바람은 시원하고요. 노르웨이 자연이 저에게 주는 행복감은 다른 것과 견줄 수 없이 특별해요. 그런데 지금은 추운 겨울이니까요. 저희 집 거실 창가의 암체어에 앉아서 앙상해진 나무와 하늘을 바라보는 것으로 대신해요.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요. 그런 걸 노르웨이 사람들은 “코셸리 koselig 하다”라고 한답니다. 전 그 단어를 참 좋아해요.
하지만 문제가 있어요. 제가 이런 '멍 때리기' 시간을 저에게 자주 선물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고작 우리집 거실의 암체어에 잠시 앉아 쉬는 건데도 일주일에 한 번도 못할 때가 있어요. 가끔은 억지로 저에게 "자, 이제 멍 때리기 시간이야. 시작~"하면서 시간을 준 적도 있어요.
왜 항상 제 머릿속은 생각으로 가득한 걸까요? 노르웨이에서만은 덜 복잡하게 단순하게 살고 싶어요.
생각해 보니, 저는 몰입을 통한 무상무념을 더 즐기는 것같아요. 저는 칭찬받기를 좋아하는 아이여서 혼날 짓은 잘 안 했거든요. 그런데 아빠에게 혼나는 경우의 대부분은 제가 너무 뭔가에 몰입해서 아빠가 부르거나 질문했을 때 대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사실은 안 들려서 못한 거였다고요! 지금도 여전히 저의 이런 행동이 문제를 일으킨답니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강의나 TV 프로그램을 볼 때도 아주 깊숙하게 몰입해요. 그럼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귓바퀴까지 닿았다가 돌아나가 버립니다.
저도 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느껴서 옆에 있는 사람에게 상담을 했더니 제가 무의식 중이라도 타인의 말을 무시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그 말을 인정하기 힘들어요. 인정 못해요! 우리는 <아티스트 웨이>를 읽으면서 자신을 스스로 돌보기로 했잖아요. 그냥 ‘나는 몰입을 참! 잘하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살려고요. 그래도 괜찮겠지요?
저는 이 편지를 쓰면서 몰입을 했답니다. 글쓰기는 사실 생각을 끊임없이 해야하는 일이지만 생각을 풀어내면서 복잡한 생각들에서 벗어나 담담하게 저를 비워낼 수 있어요. 글을 쓸 때마다 저는 몰입을 경험합니다. 글 속의 글자들에게만 집중해요. 그것도 무념무상이겠지요?
이제 전 아이들과 스케이트를 타러 나가려고요. 오늘 마이너스 12도네요. 옷을 단단히 챙겨 입어야겠습니다. 일요일 낮, 추운 바람은 여기 두고 따뜻한 햇살만 파리로 보낼게요.
- 오슬로에서 노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