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마미바바와 오슬로의 노하
안녕하세요, 노하 님
여기 파리 날씨가 무척이나 추워졌답니다. 지금 -2도이네요. 다행히 오늘은 햇빛이 나서 드라이한 추운 날씨예요. 코끝이 찡한…. 추워도 걷기는 좋을 것 같아요.
이틀 전에 오후 늦게 산책을 했어요. 이미 해가 졌지만 왠지 산책을 해야 할 것 같아 무작정 나갔습니다. 우선 나한테 집중하고 싶어서 귀에 에어포드를 꽂고 - 세상과의 차단. 흠. 그리고 후드를 써 나만의 세상을 만들었어요. 그랬더니 젊은 친구들이 왜 후드를 쓰는지 조금은 이해할 것 같더라고요.
평소에는 듣지 않던 노래를 크게 틀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보통은 오디오북이나 호오포노포노를 듣는데 이번에는 나름 리듬이 신나는 음악을 들었답니다. 그리고 자주 갔었지만 요즘 통 못 간 카페에 갔어요. 개인적으로 커피 마시기에는 조금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테이크어웨이를 했어요.
It was sooooo good!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걷는 이 기분! 경험을 안 하면 모르는 그 순간! 왠지 세상이 내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걷다가 멈춰서 사진을 찍는 그 순간, 정말 내 세상인 듯합니다.
해가 진 뒤에 찍는 사진들은 낮에 데이라이트를 이용해 찍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요즘 찾아보려고 연습 중이랍니다. 나를 기분 좋게 해주는 것들…. 그러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 할 수 있는 것, 결국 원하는 것을 알아가며 나의 소명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은근히 나 자신에게 기대해 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진의 장소가 눈에 띄었답니다. 순간 뭔가 나에게 메시지를 주는 듯했어요.
여기는 새로 인테리어를 할 때는 쇼윈도랑 출입구 문 그러니까 밖에서 안을 잘 안 보이게 페인트칠을 해요. '이제 곧 새 가게를 열어요'라고 알려주는 센스를 보여주지요. 예전에는 '아, 새 가게를 오픈하나 보다'라고 지나쳤을 텐데 요즘은 마음 공부해서 그런지, 내 마음 같았어요. 아니 인생 같았어요. 삶 자체라고 느꼈어요. 아직 진행 중인.
이 브랜드는 각 매장마다 디자이너가 달라요. 그 가게를 어느 디자이너가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같은 브랜드이지만 분위기가 달라져요. 채워 넣는 물건들은 같은데 말이죠.
새 단장 중인 가게를 보면서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인 인생, 매 순간을 들여다봐야 하는 나의 감정들, 내가 나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존중해야 하는지를 생각했어요. 제 말은, 그러니까. 내가 지금 이 순간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만들고, 나는 어떤 행동을 할지, 안 할지. 그런 일련의 과정과 수 많은 결정에 따라서 내 삶이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사진을 찍는 그 순간에는 가게가 단순히 내부 공사 중인 것처럼 보이지만, 오픈하는 날이 결국 오잖아요. 우리 인생도 지금 당장 눈앞에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뭔가 계속 무언가를 했었고, 하고 있고, 또 한다면 어느 날 가게가 오픈한 것처럼 새로운 나의 모습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사진을 찍을 땐, "아하!"이랬는데요. 내가 원하지도 계획에도 없던 일들이 일어나고 다른 감정이 올라오면 싹 잊어버려요. 이렇게 편지를 쓰며 다시 기억하고 스스로 다짐해 봅니다. "감정은 내가 아니다. 나는 나의 삶 주인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이렇게요.
그래서 오늘도 음악을 귀에 꽂고 산책을 하렵니다.
- 파리에서 마미바바로부터
안녕하세요, 마미바바 님
바바님, 편지 잘 읽었어요. 편지를 읽으면서 파리 시내에서 밤 산책을 한 것 같아요. 보내주신 사진을 보면서 잠시 멍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글쓰기 모임에서 처음 바바님을 뵈었을 때요. 바바 님은 책과 사색을 좋아하시는 분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모두가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을 때도요. 바바 님은 운동보다 산책을 더 좋아하신다고 하셨어요. 그때 왠지 파리에 사시는 바바 님의 산책은 노르웨이에 사는 저와는 다른 트렌디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파리 시내의 밤거리를 상상할 수 있도록 글을 써주셔서, 멋진 사진을 보내주셔서 감사해요. 건물 입구와 모서리를 비추는 노란 조명. 다리 아래의 공간을 통과해서 비치는 물빛과 불빛들, 가게 안에 보이는 책과 작은 소품들까지. 사진 속에 담긴 것들, 담기지 못한 것들이 궁금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상상했어요.
있잖아요. 오늘 저는 바바 님께 감사하단 인사를 꼭 전하고 싶어요. 저녁 산책을 하시면서 멈춰서 사진을 찍으시고. 그 순간 삶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으셨잖아요. 그런데 그걸 이렇게 저와 공유해 주신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해요. 어떤 유명한 작가나 철학자보다, 바바님이 일상 속에서 얻은 통찰이 저에게는 더 소중하고 진실되게 다가옵니다. 감사합니다.
같은 물건을 채우는 같은 브랜드의 가게인데도 디자이너가 달라서 서로 다른 분위기의 가게가 만들어진다고하셨지요. 저는 이 사실을 오래오래 기억할 것 같아요.
같은 일을 하고, 비슷한 구조의 집에 살고, 똑같은 물건을 사고, 같은 메뉴를 먹는 비슷한 사람이 곁에 있어도, 저와 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더라고요.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수많은 물질적, 정신적 요소들을 어떻게 디자인하면서 살아가야 할지, 조금 두렵기는 해요. 하지만 이 '두려움'은 더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바바님도 저도 즐기며 각자의 가게를 디자인해 봐요! 감정에 흔들리지 말고, 주체적으로요!!!
크리스마스트리가 빛을 내고 있는 거실 테이블에서
감사의 마음을 담아
- 노하 드림
https://brunch.co.kr/@norwayhouse/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