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편지#08]스웨덴으로 주말 기차여행을 다녀왔어요.

오슬로 노하가 파리 마미 바바 님께

by 김노하 Norway

안녕하세요? 마미바바 님.


저는 주말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사실 지금은 살짝 졸린 상태예요. 하지만 이번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들려드려야겠다는 생각에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글을 쓰고 싶을 땐, 써야 합니다. 그렇지요?


오슬로에서 기차나 버스로 세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예테보리라는 스웨덴 도시가 있어요. 스웨덴어로는 Göteborg라고 적어요. 노르웨이에서 비행기를 타지 않고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해외여행지랍니다. 국가가 다르니 해외여행은 맞지만 여권도 필요 없고, 국경 검문 절차도 없습니다. 그냥 프리패스예요.


‘예테보리’라는 도시 이름이 저에게 익숙해서 그랬는지 큰 기대는 없었는데요. 이틀간 머물러 보니 새롭더라고요. 무엇이 새로웠는지 궁금하시겠지요?


가장 먼저 느낀 건 익숙하지만 낯선 느낌이었어요. (좀 역설적이네요.) 스웨덴어는 노르웨이어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긴장도 되지 않았고 들뜨지도 않았어요. ‘노르웨이어를 쓰면 대충은 알아듣겠지’라는 이웃 나라 거주민으로서의 자신감도 있었답니다.


일단 도시에 도착한 후 저는 제가 알고 있는 노르웨이어의 지식을 총 동원해서 표지판이랑 안내문을 해석했어요. 가는 곳마다 계속 두 언어의 연결고리를 찾으면서 뜻을 알아맞히기 시작했어요. 재미있었습니다. ‘노르웨이어를 아는 외국인이 스웨덴 도시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 주제의 신비의 퀴즈 탐험을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신나 신나! 오~ 표지판이 이해가 되네!!


하지만 역시 방심은 금물인 것 같아요. 글문자는 퀴즈 풀듯 재미있었는데요, 말소리 퀴즈 탐험은 다른 레벨이었습니다. 골목을 누비다 작은 상점에 들어가면요, 주위 사람들의 말소리가 또렷하게 들리잖아요. 스웨덴어도 들리겠지 싶었는데, 스웨덴 사람들의 수다 소리는 도총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고요. 노르웨이어에 프랑스어를 더한 듯한 느낌의 소리였어요. 반면에 귀에 쏙쏙 들어오는 말소리는 노르웨이어였어요. 스웨덴 거리에서 노르웨이어가 들릴 때마다 반갑고 고향 사람을 만난 듯 웃게 되더라고요. (이번 여행 덕분에 살짝, 좀 더 진심으로 노르웨이어가 좋아지고 잘하고 싶어 졌어요!) 그리고 동글동글 굴러가는 듯한 스웨덴어의 발음을 들으며 프랑스어 세상에 살고 계신 바바 님이 생각났답니다.


제가 걸은 예테보리의 골목에는 작은 상점들이 많았어요. 그중에서도 문구류를 파는 작은 가게를 우연히 찾은 것이 가장 좋았어요. 저는 어릴 때나 지금이나 펜, 수첩, 공책, 책. 이런 것들을 보면 가슴이 뜁니다. 쿵쾅쿵쾅까지는 아니고요. 지금은 '콩콩닥콩콩닥' 이렇게 뛰어요.


요즘 저는 저만의 <비밀 작가 노트>를 하나 사고 싶어요. 작가들이 주머니에서 쓱 꺼내서 수시로 메모를 하는 그런 작은 수첩이요.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몰스킨 수첩 중에 하나를 사면 어떨까 생각해 봐요. 일 년 동안 제 주머니에 그 수첩과 제가 아끼는 펜이 항상 있는 거죠. 그리고 산책을 하면서, 통화를 하면서, 버스를 타고 가면서 계속 적는 거예요. 찰나의 제 인생을요!


바바 님께선 크리스마스 선물로 스스로에게 무엇을 선물하고 싶으세요?


살포시 눈 내리는 오슬로의 편안한 밤을 보냅니다.

- 노하 드림







안녕하세요! 노하 님!
처음으로 노하 님께 편지를 받고 답장을 쓰네요. 제가 편지를 쓰고 톡으로 링크를 보내면 노하 님께서 "설레요"라고 표현하셨는데, 이런 기분이군요.


답장이 너무 늦어서 죄송해요.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기다는 설렘도 있으셨겠지만, 제가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어요.


방문하셨던 문구점이요. 제가 아는 가게예요! 그 문구점 주인 아들이 운영하는 문구점이 파리의 우리 동네 큰 백화점 앞에 있어요. 방문하신 문구점은 엄마가 스웨덴에서 운영하는 곳이고요. 편지 읽으면서 이게 '공명인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곳은 제가 파리에서 좋아하는 가게 중에 하나랍니다. 스웨덴에 사신다는 사장님 어머님도 우연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들 가게의 히스토리를 좀 알아요. 특히 이 가게에서는 노트에 원하는 이름이나 단어 또는 문장을 새겨주거든요. 그래서 참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펜들도 너무나 많고요. 이 가게에 대한 에피소드가 많은데 아껴두려고요. 하나씩 글쓰기의 주제로 풀어볼게요.


'작은 수첩 그리고 펜'을 사고 싶다고 하셨죠? 맞아요. 뭔가 느낌이 있어요. 그냥 종이에 쓰는 것보다 수첩에 쓰면 뭔가 있어 보여요. 장보기 리스트마저도… 저도 산타 할배께 여쭤봐야겠어요.


노하 님이 남기신 현지 언어 이야기는 항상 숙제인 듯하네요. 근데 이제부터 숙제가 아니라 한국어처럼 당연히 자연스럽게 해야 하는 걸로 인정하려고요. 어쨌든 뇌세포에 도움도 될 테고 ( 나이 들어서가 아니라 안 사용해서 뇌세포가 점점 줄어든다고 하네요.) 또 유럽 귀신 되려면, 한국어, 영어, 불어까지 해야겠지요? 그리고 배울 수 있는 언어들이 있다면 남은 평생 배워보렵니다. 그래야 나중에 혼자서 외롭다고 안 하고 '귀여운 할머니'로 살아갈 수 있을 거 같아요.


언어 공부는 같이 욕심을 내보아요. 뭔가 집중해서 할게 하나 더 늘었네요 그리고 즐기게 더 많이 늘었네요. 노하 님 덕분에 더 동기부여가 돼요. 감사드려요.


그런데 스위스하고 스웨덴은 왜 항상 헷갈릴까요? 저만 그런가요? 이번 크리스마스(아님 새해) 때 스위스로 이사 간 친구 가족을 만나러 가요. 런던 살 때 제일 친한 친구 가족이에요. 노하 님 편지 받고 두 나라를 지금 짬뽕해서 막 혼자 새로운 월드를 만들었네요.


여행을 다녀오시자마자 저에게 편지를 보내주셔서 큰 영광입니다. 저도 따라 해 봐야겠네요.


파리에서 마미바바 드림




작가 소개

마미바바 : 병을 병적으로 좋아하고 본능적으로 많이 걷고 해 앨러지에서 썬러버가 되었습니다. 노을을 보며 멍 때리기를 즐기고 엉뚱한 질문을 자주 하고 안 그러는 척 하지만 허당끼가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동네 청년들에게 (한국어로)'엄마'라고 불리면서 살아가는 외계인 아줌마 마미바바입니다.

@avectoietmoi_livre


노하 Kim : 노르웨이와 한국, 그 중간 어디쯤에서 방황하며 살고 있습니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나 자신을 소중히 다루면서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어요. 어떤 일을 새롭게 기획하고, 함께 도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엄마이자 글을 쓰는 작가로 살면서 평범한 분들을 작가로 만들어 드리는 <작가 크리에이터>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norwayfriend


keyword
이전 07화[교환편지#07] 파리의 부엌에서 생각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