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9. 30.
우울한 감정도 어디다 토해내야 해소가 될까 싶어 글을 써본다.
연재라도 해서 누군가가 들어주고 메아리라도 쳐주면 나는 혼자 이 우울을 삼키고 있다는 생각에서 좀 벗어날 수도 있겠지.
약을 먹은지 5개월쯤 되어가는 것 같다.
한 알에서 시작한 우울증 약은 이제 네 알이 되었다.
그리고 다음 병원을 여는 날이면 당장 달려가 약이 늘어야 될 것 같다고 말하려고 한다.
오늘은 퇴근하다가 옆 조수석에 앉은 동행인이 안전 벨트를 하고 있나 보았다.
‘그래, 갑자기 나 때문에 멀쩡한 사람이 같이 죽으면 억울하겠지. 큰일 나. 잘못하다가 옆사람만 죽고 난 살 수도 있잖아.’
라고 생각하며 운전대를 돌려 고가도로 아래로 추락하는 상상을 지웠다.
주말이면 아이들은 같은 동네 사는 할머니네 집에 가서 자는데,
착한 큰 딸은 엄마랑도 있고 싶고 할머니네도 가고 싶다고 하며 나더러 정하라고 했다.
나는 ‘할머니네 가서 자.’라고 말해주었다.
그래 오늘 밤에 죽으면 우리 애가 얼마나 큰 충격일까, 자기 때문에 엄마 죽었다고 평생 생각할지도 몰라.
그러면서 오늘은 아니라고 생각해본다.
삶의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살아야지.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한테 아픔과 상처를 그런 식으로 줄 순 없어.
하지만 그냥 죽음의 유혹이 있을 뿐이다.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처럼 떠오르는 생각. '죽고 싶다.'
‘아무래도 약을 늘려야 겠어. 의사선생님께 말해야지 .’ 생각하면서
동시에 ‘설마 아무리 자살시도를 한다고 그렇게 사람이 쉽게 죽을까? 난 진짜 죽으려고 하는 것도 아닌데. ‘ 하는 생각을 한다.
비록 이런 생각이 나를 힘들게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죽진 않겠지. 하며
애써 걱정을 감춰본다.
지금도 정신이 없는 것 같고 깜박깜박하는 일이 많은데(약 때문인지, 우울증 때문인지 알수가 없지만)
약을 늘리면 더 피곤하고 더 졸립고 더 의욕없으면 어떡하지.
이렇게 중구난방 떠오르는 생각들을 브런치에 쓴다.
아무도 우울한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아할 거야.
친한 사람들도 힘들다는 거에 위로는 하루 이틀이지 매일매일 그러면 진저리가 나겠지.
잘 살고 있는는 사람들한테 우울한 느낌을 전하고 싶진 않아.
그렇지만 누군가한테는 말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