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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음 Sep 27. 2023

왜 우울할까?

무엇이 그렇게 우울할까?


어제는 독서모임에서 신나게 떠들고 왔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는 게 너무 좋았다

오늘도 조퇴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즐겼다.


그런데 왜 나는 이리도 울고 싶을까?

무엇이 부족하여 죽음을 생각할까


어제는 남편이 기분이 별로인 티를 내며 출근했는데, 이런 날 죽으면 죄책감을 갖겠지.

아이들이 말 안 들을 때 지금 엄마가 죽으면 아이들을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겠지.


약간 항상 죽음을 소망하지만 적절하게 하면 안 될 순간에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아마 진짜 죽지 않기 위해서 그러겠지.


아침 출근길에는 '진짜 자살시도긴 한데 안 죽을만한 건 뭘까' 생각했다.

무엇 때문에 나 자신을 극한으로 내몰아야 할까.


그냥 그저 뇌의 문제일지도 몰라.

아니면 그만큼 힘들다고 나는 너무 힘들다고 어떻게든 말하고 싶은 걸지도 몰라.

하지만 우울하고 늘 힘들어하고 어두운 사람이 되어 주변 사람들에게 폐 끼치기는 싫다.


나는 행복하다. 내 주변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의 우울함을 걱정해주고 보살펴준다.

그런데 우울하다. 

이런 행복한 상황에서 나는 계속해서 우울하기만 해서, 

나아지고 싶은데 나아지지 않아서.


무엇 때문에 눈물이 날까, 우울함의 늪에 빠져서 헤매는 내 자신이 불쌍해서?

소망하는 죽음을 이뤄내지 못해서? 

어쩌면 그냥 쏟아내야만 하는 눈물일지도 몰라.

눈물 총량같은게 있을 수도 있지. 나의 결혼 생활이 행복해서 흘리지 못한 눈물 분량을 쏟아내는지도 몰라.

늘 우울한 사람이어서 더 자주 울어줬어야 하는지도 모르지.


이런 쓸데 없는 생각들을 하며 밤을 맞이한다.



엊그제는 병원에서 약을 늘려왔다, 의사샘이 이정도는 먹어야된다고 약을 늘리는 걸 걱정하는 내게 말해주셨다.

약이 늘었으니 나는 좀 더 괜찮을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조금 나아지는 것도 같다.


그래도 오늘 이렇게 슬픈 것은 우울일기를 쓰기 위함이야. 

그래. 그래도 오늘도 잘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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