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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음 Sep 27. 2023

쓰는 이와 읽는 이가 같은 편지

10/15

우울함을 마음껏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있으면 좋겠다.


내 주변 사람들은 다 착하고 좋아서 나의 우울증을 이해해주고 돌봐주고 감싸준다.

하지만 나도 감정의 전염성이랄까 그런것을 알기에, 그리고 상대방들도 쉽게 사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우울한 이야기를 쉽게 터놓을 수가 없다.

괜히 상대방을 놀라게 하고 걱정시킬까봐 두렵기도 하고.



엊그제는 생리 때가 와서 그런지 약을 증량했는데도 너무 우울한 거 있지. (이제 우울약은 두알(40미리), 불안 작은 거 한알 먹게 되었다.)


어제는 그런 생각이 문득 들더라.

‘죽으면 왜 안되지?’

이제까지는 죽고 싶은 생각이 들어도 실제로 그러진 말아야지. 내가 죽을 이유는 없지. 힘들어서 그렇지 했는데

진짜 죽는게 왜 문제지 생각이 드는데 나도 깜짝 놀랐어.


나, 더 나빠진 걸까.


밤에는 더워서 자꾸 깼는데 꿈을 지독히도 꿨어.

꿈에서 또 애들을 엄청 잡고 싸우고 애들은 대들고 잔소리하고 혼내는 꿈.


내가 오빠 앞에서 실제로 죽겠다고 창문 난간에 올라갔는데, 글쎄 원래 우리집은 15층인데 꿈속에서는 뛰어내려도 별로 안 다칠만한 높이인거야.

그래서 꿈 속에서 뛰어내리진 않았어. 뭔가 잘못 뛰어내렸다가 더러운 쓰레기 통에만 빠지고 목숨은 무사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어.


그냥 늘 꾸는 개꿈이겠지만 깨고 보니 꿈 속에서도 실제로 죽기를 원한 건 아닌걸까. 혹은 죽지 못해서 그런가.

그런 생각이 드네.


그렇다고~




엄청 우울한 날에는 이런 죽는 생각을 공유할 친구는 없지만

이렇게 글로 토해내고 나면 조금 괜찮아진다.


이게 글쓰기의 힘인가.


그래도 오늘 죽지않고 잘 살아있으니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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