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시도 전출 할 거예요?

마지막까지 고민한 것

by 달빛시

사람은 죽기 직전에 일생을 번개처럼 되새긴다고 합니다. 그때 제 기억에는 무엇이 남아 있을까요? 아마 컴퓨터 화면에서 서울시 교육청 아이콘이 폴짝폴짝 뛰는 장면도 0.01초 정도는 보일 것 같습니다. 제 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20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폴짝이는 아이콘 아래에 선명하게 뜬 ‘합격’이라는 두 글자. 임용고사에 합격했던 그 순간은 제게 삶을 견디게 해 준 가장 큰 위로였습니다. 살면서 마주친 많은 우울한 상황도 그 기억 하나로 씻겨 내려가곤 했습니다.


제주에서 보내기로 한 육아휴직 기간이 시나브로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제주에 남을 것인지, 서울로 돌아갈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기다리고 있었고요.


제주가 여러모로 살기 좋은 곳이라는 것도 압니다. 이곳에 살면 가족과 더 많은 추억을 만들 수 있고, 학생들과도 즐겁게 지낼 수 있으며, 자연의 아름다움도 매일 누릴 수 있다는 것도 압니다. 그러나 저를 지탱해주던 교육청, 그 ‘합격의 기억’을 내려놓는 일만큼은 쉽지 않았습니다. 시도 교류 신청 마감이 다가올 때까지도, 제 고민은 결국 ‘놓을 것이냐 말 것이냐’였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습니다. 이미 지나간 행복에만 매달리는 건, 결국 현실을 놓치는 일이 아닐까. 내가 살아 있는 곳은 ‘지금, 여기’인데, 나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 엊그제 바다에서 아이와 함께 나눈 환한 웃음이 떠올랐습니다. 살면서 스트레스가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습니다. 학생에게는 학업 스트레스가, 직장인에게는 업무 스트레스가 있듯, 나 역시 무거운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무게를 조금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에 더 충실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답이 스르르 나왔습니다.


타시도 전출 신청 사유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 위해...”


그래서일까요? 제주에서의 첫 발령지는 IB 학교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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