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어떻게 하나요?

마을마다 숨어 있는 명의들

by 달빛시

제주 생활 4년 차. 가장 힘든 순간은 아플 때입니다. 저와 남편은 물론, 아이들도 예외가 아니지요. 특히 갓 세 살이 된 둘째는 열이 자주 오르고, 다치는 일도 잦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던 건, 마을마다 숨어 있는 명의들 덕분이었습니다.


서울에 살 때에는 거의 찾지 않던 진료과가 있습니다. 가정의학과입니다. 내과, 소아과, 안과, 정형외과, 피부과 등 전문 병원이 촘촘히 자리해 있었기에 굳이 가정의학과를 찾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가정의학과는 비전문적일 것이라는 대단히 잘못된 선입견까지 있었지요.


그 선입견은 제주에 온 지 한 달 만에 깨졌습니다. 제주에서 처음 둥지를 튼 아파트 단지 옆, 집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H 가정의학과 덕분입니다. 반신반의하며 찾아간 진료실에는 인상 좋은 의사 선생님이 앉아 계셨습니다. 짧은 질문 하나에도 세세하게, 때로는 3분 넘게 대답을 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어느새 그분은 우리 가족의 주치의가 되었습니다.


그는 우리 가족만의 의사가 아니었습니다. 인근의 노인부터 아이들, 심지어 영유아까지 그의 손길을 거쳤습니다. 예방접종과 필수 검진까지 모두 가능했으니, 문을 열기 전부터 기다리는 환자들로 늘 북적였습니다.


아파트 생활을 정리하고 더 깊은 시골로 이사했을 때, 가장 먼저 걱정한 것도 병원이었습니다. H 의원 같은 곳을 또 만날 수 있을까? 그러다 발견한 곳은 읍내 중심가의 K 가정의학과였습니다. 짙은 갈색 인테리어가 병원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그곳의 선생님 역시 환자의 병을 짚는 데 그치지 않고 합병증과 생활 관리 방법까지 차분히 알려주셨습니다. 설명을 마친 뒤 건네 듣는 한마디, “이제 됐습니다.”에 묘하게 안심이 되었습니다.


밤새 아파 출근을 포기할까 고민하던 아침이었습니다. 보건실 약으로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아 학교 근처 병원을 검색하니 D 의원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시설은 깔끔했지만 연륜이 묻어나는 그곳의 의사 선생님은 짧고도 단단한 진료로 저를 다독였습니다. 진료실을 나오자마자 아픔이 가벼워진 듯했습니다.


네, 사실 밤새 아팠던 건 어제였습니다. 나흘째 감기를 달고 있는 중이지거든요.


예전에는 “제주 생활 어때?”라는 물음에 “병원 하나만 빼면 다 좋아.”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가정의학과에서 치료할 수 없는 큰 병만 없다면, 제주살이는 기꺼이 추천해.”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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