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입에서 말이 나간 순간, 결국 모두가 알게 되는 이야기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아는 엄마, A가 있다.
다른 사람들은 쉽게 공감할 수 없는 고민이기에, 우리 둘이 만났을 때 서로 그 고민에 대해 털어놓고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를 하고는 했다.
정답이 없는 고민이었고, 아이의 나이가 조금 더 많은 내가 먼저 고민에 대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그리고 A는, 내가 정한 길과 다른 길을 선택했다. 내가 선택한 길이 위험을 더 많이 감수하는 일이었다. A는 본인의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나에게 내 선택에 대해, 그 길에 대해 여러 번 묻고 또 묻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선택을 내린 나는 뒤돌아 보지 않고 걸었고, 우리의 인생이 그렇듯 또 다른 고민들이 찾아오고 또 찾아와 나는 그 일은 이제 잊게(잊히는 고민은 아니지만, 이제는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니 억지로 뇌 한 귀퉁이로 밀어버리듯 그렇게.) 되었다.
그런데 얼마 전, 다른 B와 함께 만난 자리에서 A는 '우리의' 고민이었던 일을 꺼내놓으며 내가 결정한 그 일이 아주 많이 우려가 되는 일이라는 말을 흘렸다. 나는 B에게 한 번도 그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었고 그러니 B는 당연히 내가 어떠한 고심 끝에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조금도 모르고 있었다. 무심하게 그렇긴 하지, 하고 나는 다른 화제로 넘겼고, A도 더는 그 말을 꺼내지 않는 줄 알았다. 그러나 조금 뒤, A는 다시 그 고민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며, 본인은 다시 그 고민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게 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내가 선택한 길로는 가고 싶지 않다는 말과 함께. A의 고민이 얼마나 크고 무거운지 알기에 그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A의 마음을 알고 있다. 나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지 묻고 싶은 마음이 크니까. 정말 모든 신경을 집중해서 그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그러나 B와 함께 한 자리였다. 굳이 그 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꺼냈어야 할까. 이번 휴가 어디로 다녀왔어? 와 같이 가벼운 주제가 아닌 말을. 내 인생에서 제법 큰 고민이었던 그 일이 이렇게 타인에게 공유되어 버렸다. 어쩌면 B는 그저 무심히 듣고 넘겼을 일이겠지만 내가 알리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그간 곁에서 봐온 A가 현명하고 야무지고 똘똘한 사람이라 신뢰했었는데. 나는 앞으로 A에게 다른 이야기들을 편하게 할 수 있을까.
이것이 내 이야기라면 이렇게까지 마음이 쓰이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러나 아이에 관한 이야기라 실망이 더 큰 것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일이라면 내 가족 안에서 조용히 해결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