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 하지 않은 나이스
그런 말을 작년에도 내내 들었었다.
아니, 큰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도 누군가가 흘리듯 말했던 것 같다.
신 중의 신은 내신이라고.
방학 시작 전후로 나이스를 열어볼 때면 늘 가볍고 조금은 설레는 마음이었다.
알고 있는 성적이 그대로 나왔고, 중학교 때는 등수와 등급 따위는 확인하지 않아도 되었었고.
설사 그 숫자들이 떴다 하더라도 그다지 나의 마음에 타격은 없었을 테니까.
그런데. 고 1이 지나고 고 2가 되어서야 나는 신 중의 신은 내신이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처음 보는 숫자들을 보고 그전에 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그렇지만.
몇 날 며칠을 마음속에 돌덩이를 하나 얹은 것처럼, 그렇게 지냈다.
웃음도 나오지 않고 자꾸자꾸 한숨만 나왔다.
그게 아이에 대한 실망인 걸까, 생각해 보았지만 그건 아니었다.
곰곰이 생각한 결과는 결국 이렇게 내 마음이 지옥인 것도 내 이기심 때문이란 것.
이 성적표를 받기 전까지 나는 나름대로 앞으로의 사교육의 방향과 라이딩 스케줄과 이런저런 계획들을 세워놓았다. 그런데 그게 다 어그러져버린 상황이, 그로 인해 추가로 들어가야 할 비용과 시간들을 계산하며 느끼는 분노가, 그게 힘들었던 것 같다.
공부는 아이가 하는 것이고, 성적이 어찌 되었든 그것 또한 아이의 삶인데.
정작 아이는 크게 계산하지 않을 것들을 혼자 계산하고 그게 예상대로 되지 않음에 혼자 속상해하는 모습이라니.
아이가 한 학기 동안 얼마나 고군분투 했는지 알면서.
나는 그 상황 속에서 그렇게까지 멘탈을 붙잡고 지낼 수 있었을까,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으면서.
조금 돌아가는 것뿐이지, 이 길 또한 꽃길일 거야.
아이에게 말하자, 아이는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정작 한참 뒤 만난 아이의 얼굴은 밝고 편안해 보였다.
그건 아마도 자신을 믿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이제야 해본다.
여전히 부족한 엄마고, 그런 엄마의 품에서 자라면서도 너는....
너희가 앞으로 걸어갈 세상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
필요한 조언을 건네고,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너희가 길을 잃고 헤메일 때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그런 사람들이 너희의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너희 또한, 잘 자라서 세상에 빛이 되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게 엄마가 원하는 전부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