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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titbe Aug 25. 2024

장래 희망

너는 커서 뭐가 될래?

  

"너는 커서 뭐가 될래?"

초등학교쯤 되었을 때  누가 장래 희망에 대해 물어보면 생각나는 대답이 없었다. 그 질문을 받으면 멈칫하며 망설였던 것 같다. 되고 싶은 것이 없어서 난감했던 기억이다. 그러다가 겨우 생각해 낸 것이 '엄마'였다. 시원스레 되고 싶은 것이 생각나지는 않고 그래서 어린 나이에 가장 쉬운 대답을 골랐던 것 같다.

'엄마'


고등학교가 되어서는 막연히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아이들을 좋아하기도 했어서 선생님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 꿈에 걸맞게 공부에 열정을 쏟지는 않았다.  매번 시험 때 걱정은 하면서도 라디오에 빠져서 감성충만하게 지냈다. 지금 드는 생각이지만 그때 엄마 말씀을 잘 들을 걸 그랬다. 언젠가는 나를 좀 혼내서라도 공부를 시키시지 하는 철이 없는 생각을 해 본적도 있다. 엄마는 라디오를 들으면서 공부가 되냐고 하셨는데 그 시절 나는 당연히 잘된다고 우겨댔다. 나의 자기 합리화에 엄마는 속아 주셨다. 아마 어린 나랑 싸워서 뭐하나 싶으셔서 그러셨을 수도 있다. 자식을 키워보니 그 당시 엄마의 마음이 어떠셨을지 헤아려졌다. 아무튼 핑계하자면 그 시절에 라디오 탓과 대단히 폭발한 나의 감성 때문에 공부는 절정에 이르지 못했고 결국 선생님은 되지 못했다. 비록 선생님은 되지 못했지만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꿈은 이뤘다. 가정을 이루고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그 후로 오랫동안 무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회사를 다니면서 한  아이의 엄마역할로도 충분히 할 일은 빠듯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커가는 아이를 보면서 다시금 나의 장래 희망에 대해서 생각 중이다. 100세 인생인데 회사를 언제까지 다니지는 않을 테니 그 이후 무엇을 하며 살까에 대해 진지하게 스스로에게 묻는 중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가'에 대해 내 속마음을 살피고 있다.


집 근처에 북카페가 생겼다. 반가운 마음에 가보니 딱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를 갖춘 책이 기본 인테리어를 이루고 있는 커피가 맛있는 카페였다. 사장님은 40대 후반정도 되는 나이쯤 되어 보이는데 미소에서 느껴지는 것으로만 보아도 인심이 후해 보이셨다. 그 공간에서 평안해지는 안정감도 좋고 책도 좋아하는 나로서는 나도 북카페 주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장래 희망이 느닷없이 나이를 훌쩍 먹은 이 시절에 생겨 버릴 줄이야.....

카페를 차리려면 갖춰야 할 조건들이 많은데 일단 그것들을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들춰보기 전에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책이 나란히 진열된 차분한 카페 주인이 되는 행복한 상상을 잠시나마 해 본다. 정말 북카페 주인이 된다면 그 상상만으로도 나의 노후는 얼마나 풍성하고 행복할까 싶다. 현실을 무시할 수 없으니 매상이 잘 유지가 되어야그 행복감도 편하게 유지가 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막연하게 북카페 주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책한모금'이라는 북카페는 이제 언제라도 혼자서도 편히 가서 쉬다가 올 나의 쉼터이자 놀이터로 딱 좋으니 앞으로도 자주 갈 예정이다. 집 근처에 오픈을 한 그 카페 사장님께도 감사할 따름이다. 벌써부터 내 마음속에서는 이미 단골 카페가 되었다. 그곳에서 앞으로의 내 인생에 대해서도 곰곰히 생각해 봐야겠다.


'너는 커서 뭐가 될래?'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묻고 답을 찾을 것이다.

이루던 이루지 못하던 언제까지나 꿈을 꾸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참으로 흐뭇한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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